교육칼럼-바람직한 디베이트 교육

‘무엇이 될 것인가?’에 앞서 ‘어떻게 살 것인가?’를 가르쳐야

지역내일 2016-04-04

모든 교육은 ‘더불어 살아가는 삶’을 지향해야 한다. 한때 어느 인류학자가 아프리카의 한 부족마을에서 겪었던 이야기가 회자된 적이 있었다. 어느 날 그 학자가 가난한 부족마을의 아이들에게 게임을 제안했다. 나무에 달린 음식을 먼저 도착한 사람이 먹을 수 있는 것이 게임의 규칙이었다. 굶주린 아이들이 음식을 차지하기 위해 전투적으로 달려가는 모습을 예상한 실험이었다. 그러나 그의 예상은 빗나갔다. 아이들은 손을 잡고 함께 가서 음식을 나누어 먹었다. 까닭을 묻는 인류학자에게 한 아이가 대답했다. “우분트(UBUNTU)!” 그 뜻은 “네가 있기에 내가 있다(I am because you are).”이다.


 이는 디베이트 교육의 원래 목적과도 닿아 있다. 디베이트 교육의 핵심은 소통과 공감이다. 그러나 입시와 취업에서 스펙이 중요한 경쟁력으로 평가받는 까닭에 디베이트의 목적이 왜곡되는 사례가 종종 발생하곤 한다. 필자가 전국 토론 대회에서 심사위원을 맡아 활동할 때 대회에 참여한 많은 학생들이 소통하기 위한 토론을 하기보다는 이기기 위한 토론을 하는 것을 보고 적잖이 놀랐다. 토론은 이기기 위해 할 수 있으나 적어도 ‘공격’ 그 자체가 목적이 될 수는 없다.


 ‘레밍’이라는 쥐가 있다. 한 마리가 뛰면 다른 녀석들은 영문도 모르고 그냥 쫓아간다. 친구가 달리니까 나도 달려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경쟁을 목적으로 한 교육은 방향도 목적도 없이 무작정 뛰어 가기만 하는 레밍과 닮아 있다.


 디베이트 교육은 ‘무엇이 될 것인가?’에 앞서 ‘어떻게 살 것인가?’를 가르친다.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는 문제에 대해 여러 가지 방식으로 토론을 해 보고 가장 가치 있고 현명한 결론을 도출해 내는 과정에서 타협하고 절충하는 법을 배운다. 그리고 나와 너를 위해 어떤 가치가 우선되어야 하는지를 익힌다. 어른이 되어 무슨 직업을 가질지를 먼저 고민하기보다, 어른이 되어 어떻게 살 것인지를 꿈꾸는 과정이 디베이트 교육이다.


필자가 학부모들에게 받는 질문 중 가장 씁쓸한 것은 “디베이트 수업을 하면 학교 성적도 오르나요?”이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물론, 오른다.”이다. 디베이트는 기본적으로 독서를 바탕으로 진행되며 비판적으로 사고하고 논리적으로 쓰는 능력을 배양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디베이트 수업을 성적 향상을 위해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디베이트 교육은 “네가 있기에 내가 있다.”는 우분트 식 사고와 다르지 않다.


독서 토론·논술 전문가 최영신(경희대 평생교육원 교수)
최강논술국어학원 (031) 267-1131(자유학기제 자녀 지도와 한국사 토론·논술 상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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