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사람들 민화 동호회 ‘민향회’

화사한 민화의 멋에 푹 빠졌어요

지역내일 2016-03-24

민향회는 김옥순 민화작가와 그 제자들로 이루어진 민화 동호회다. 1997년부터 민화를 그리기 시작한 김옥순 작가는 고양시 일대 문화센터에서 민화를 가르쳤고 거기서 만난 수강생들과 모임을 꾸렸다. 수강생들이 민화작가가 되어 가르친 제자들도 모임에 합류해 70여 명이 함께하고 있다. 동호인들끼리 모인 단체가 아닌 스승과 제자, 또 제자의 제자가 모인 곳이라 돈독하다. 매년 정기전을 초대전으로 진행하며 올해에도 갤러리 한에서 세 번째 초대전을 열었다.


   


분채가루로 그려 맑고 화사한 민화


민향회 회원들의 작풍은 김옥순 작가를 따라 화사하고 밝은 것이 특징이다. 색의 조화를 맞추기 위해 초창기에는 한복집에서 안 보는 의상집을 구해 보기도 했다. 궁중의복과 고관대작의 옷, 서민의 옷에 쓰인 여러 색을 참고해 배치하니 어색하지도 않고 특유의 분위기가 생겼다. 이런 톤을 내려면 한국화 물감이 아닌 분채 가루를 갈아서 사용해야 했다. 물감은 시간이 지나면 변색되지만 예부터 써오던 분채가루는 맑으면서도 환하고 세월이 흘러도 변함이 적기 때문이다. 민화는 대학에서 가르치는 학부가 없다. 굳이 나누자면 공예로 분류된다. 김옥순 작가는 민화를 배우기 위해 스승들을 찾아다녔으며 민화 관련 책들을 섭렵하며 독학했다. 권당 50만 원 짜리를 비롯해 책을 구입하는 데만 해도 천만 원 가까이 들었다. 정조 수원 행차에 관한 그림을 위해 가마에 대한 책, 깃발에 대한 책을 따로 사는 식이었으니 그럴 수밖에.


50대 나이인 김옥순 작가는 제자들에게 “60살이 되면 그림을 정리하고 여행을 다닐 테니 지금 많이 배워가라고 종종 말하곤 한다. 민화 그리느라고 눈이 오는지 비가 오는지 모르고 문 밖 출입 하지 않은 채 40대를 보낸 것은 아쉽기만 하다고.


   


민화로 삶이 풍성해져


황경해 씨는 자녀가 다니던 학교의 학부모 대상 문화강좌에서 김옥순 작가를 처음 만났다. 버킷리스트 하나 지우는 마음으로 시작했다가 만 5년을 그렸고 강남 대치동으로 이사를 해서도 올 정도로 민향회 회원들과 돈독한 사이를 유지하고 있다.


홍정애 씨는 지인에게 모란꽃이 그려진 부채를 선물 받은 게 계기가 됐다. 지금은 직접 그림을 그려 선물하고 있다. 여자는 모란, 남자는 용 그림을 좋아한다고.


고인숙 씨는 민화를 배우는 지인이 그림을 준다 준다 하면서 안 주길래 내가 한번 해보자고 시작했는데 왜 안줬는지 알겠더라고 했다. 작품 하나를 그리는 데 들어가는 정성을 생각하면 쉽게 줄 수가 없겠더라고. 그림을 그리면 무료하지도 않고 잡생각이 사라지면서 시간도 잘 가서 좋단다.


이미경 씨는 민화를 통해서 성격이 부드러워졌다면서 학생들에게 민화가 좋을 것 같다. 인성도 좋아지고 차분해진다고 말했다.


 


여럿이 그리면 더 재밌는 민화


민화는 비교적 입문이 쉽고 활용도가 높다. 작은 그림 한 점으로도 집안을 화사하게 꾸밀 수도 있고 여름철 부채에 모란 한 송이 그려 선물해도 인기 만점이다.


기초만 배우면 얼마든지 응용하며 취미 생활로 즐길 수도 있고 작가로 가는 길도 열려 있다. 민향회 회원들은 매년 행주미술대전에 작품을 내는데 수상 점수가 12점이 되면 고양미협에서 작가상을 받는다. 연속해서 공모전에 뽑힐 경우 4년이면 작가가 될 수 있다.


김옥순 작가는 혼자 그리면 그만두게 된다. 함께 그려야 오랫동안 놓지 않고 그림을 그릴 수 있다요즘 인사동은 민화 인구가 먹여 살린다고 할 정도로 민화가 대세다. 주부들이 배워 강사로 진출하기도 어렵지 않다고 민화 그리기를 권했다.


민향회와 함께 하려면 현대백화점 킨텍스점 문화센터나 고양문화원, 관산동 청소년문화콘텐츠센터 민화 수업에 등록하면 된다. 중산동 산들마을 2단지 아파트 옆 상가에 위치한 화실을 찾아도 된다.


위치 일산동구 고봉로 278번길 11 (대림프라자 4)


 


미니인터뷰


김옥순


채머리 흔들던 70대 수강생이 생각나요. 집중을 해서 그런지 일 년쯤 지나니 다 없어졌어요. 그림 그리기는 치매 예방에도 좋다고 하잖아요. 민화 그리기는 나이 들어서도 할 수 있는 좋은 취미 생활이에요.


 














































황경애


나이 들어 배우려니까 다른 공부는 복습을 해도 잊어버리고 좀 쉬면 감을 잃어버리거든요. 민화는 시작한지 얼마 안 됐는데도 지면에 그림이 채워지니까 만족감이 오는 거예요.


 
























홍정애


남편이 사업차 해외 바이어들을 만날 때 전에는 일부러 선물을 준비해야 했는데 지금은 제가 그린 민화를 선물해요. 외국인들이 정말 좋아해요.


 



























고인숙


애들이 공부할 때 엄마가 그림을 그리면 아이들에게는 덜 부담스럽고 엄마는 지루하지 않아서 좋아요. 서로 불편하지 않게 늦게까지 함께 깨어 있으니까요.


 















이미경


아이의 친구들이 집에 놀러 왔다가 그림을 보고 너희 엄마 화가냐하고 물으면 아이들이 뿌듯해하고 자랑스러워해요. 가족들이 전시회에 다녀가더니 저를 조금 달리 보던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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