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칼럼

국어 공부의 지름길

지역내일 2016-03-23

어휘력을 진단하면 학생들의 삶이 훤히 들여다보인다. 어휘는 관심사와 이해정도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시나 소설을 주로 읽는 아이들은 일상적이고 신변잡기적인 문학어휘에 익숙한 모습이고, 주로 과학서나 비문학 서적을 좋아하는 친구들은 전문적 개념어휘에 강하다. 단어에 대한 관심은 어휘의 집합을 형성하고 추리하여 사용하는 추리능력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다. 특히 눈에 보이는 고유명사나 보통명사 같은 구체적인 낱말은 대부분의 학생들이 기억하는 데 무리가 없지만, 관념적 어휘인 추상명사는 순우리말인 고유어보다는 한자어로 개념화된 경우가 많아 추리하여 다른 단어로 재구성하기가 쉽지 않고 기억하기도 어렵다. 따라서 학생들의 어휘력을 진단할 때는 그 단어를 내용적인 측면에서 인지하고 있느냐를 판단하고, 알고 있는 단어를 어떤 방식으로 정의하여 기억하는지 표현력을 보게 된다. 어휘력이 좋은 학생들은 단어의 지시대상에 대한 정확한 인지력과 기억력, 그리고 추리력도 지닌 셈이다.
학교에서 시험을 치르면 학생들의 틀린 원인을 분석해보게 되는데, 가장 많은 경우가 어휘에 대한 변별력이 부족하여 오답을 선택하게 된다. 어휘는 구절과 문장, 문단의 구성요소이기 때문에 출제자가 사용한 어휘를 정확히 추리하여 사용하지 못하면 해석의 오류를 범하게 된다. 다음 국어 시험문제의 예를 들어보자.
 ※ 위 시에서 사용한 표현상의 특징을 잘못 설명한 것은?
① 의문형 문장을 사용하여 호기심을 유발하고 있다.
② 비슷한 통사구조를 반복하여 주제를 강조하고 있다.
③ 서사적 자아가 표면으로 노출되어 사건을 전개하고 있다.
④ 변조를 통해 시상을 전환시키고 있다.
⑤ 화자와 작가를 분리하여 서술하고 있다.

학생들은 위의 선택지가 가리키는 의도를 찾아야 옳은 답을 고를 수 있다. 국어적 개념 학습을 마친 학생이라면 선택지에 사용된 용어를 ‘의문문=설의법/통사구조=문장구조/서사적 자아=이야기를 전개하는 이/변조=어조의 전환’이라고 대치시키고 참‧거짓을 판별하여 (○,×)표식을 할 것이다. 반면에 국어적 개념이 없는 학생이라면 선택지에 사용된 어휘의 의미를 문맥을 통하여 추론하거나 문장구조에 쓰인 조사나 어미, 접사 등의 형태소들을 통하여 추측하거나 어원을 소리로라도 추리하여 상황에 맞게 해석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물론 시간상으로 보면 국어적 개념을 단순 암기한 학생에게 유리해 보인다. 하지만 입시의 종착역인 수능을 생각하면 개념의 단순암기는 어휘의 활용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이 아니라 장애요인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를테면 숲은 보는데 나무는 보지 못하는 우를 범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어휘 학습은 장기적인 안목으로 가르쳐야 한다. 우리말 어휘의 체계와 어휘추리 방법을 바로 익히고, 정확한 독서법으로 문장을 새겨 읽도록 하는 것이 마지막까지 웃는 길이다.  



최 강 소장
독해 전문가, 미담(美談)언어교육 연구소장
문의 : 042-477-7788 www.sindlin.com


주요이력
  현 미담 국어논술 학원장
  현 노은 미담 국어논술 학원장
  현 해법독서논술 세종·대전북부지사장
  (주)메가넥스트 NCS 직업기초능력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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