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서구 둔산동 하레하레는 ‘대전 빵집 베스트 5’에 들만큼 건강하고 맛좋은 빵으로 인정받는 집이다. 최근 하레하레는 전국적인 유명세를 치렀다. 지난달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9회 제빵 월드컵’에서 하레하레 이창민 쉐프를 비롯한 4명의 동네 빵집 사장님들이 한국 대표로 출전해 최고의 자리에 올랐기 때문이다. 대전을 넘어 세계에서 인정한 대한민국제과기능장 이창민(42) 하레하레 쉐프를 만났다.
12개국 참가, 소외받던 팀 우승으로 반전
이 쉐프와의 만남은 삼고초려 끝에 이루어졌다. 대회에서 혼자 상을 받은 것이 아니라 언론에 등장하는 것이 부담스럽다는 반응이었다. 평소 하레하레의 깜빠뉴와 단팥빵을 좋아하던 리포터, 세계대회 수상과 관계없이 개인적으로 이 집 주인장이 궁금했다.
제빵 월드컵은 1992년 시작해 4년마다 열리는 세계 최고 제빵사들의 경연장이다. 예선을 거쳐 프랑스와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등 12개국이 본선에 참가했다. 3일 동안 바게트와 빵, 크루아상 브리오슈 등 비에누아즈리, 예술 빵의 3개 부문 점수를 더해 우승팀을 가린다.
“3년 전에 젊은 시절 일터에서 친분을 쌓아온 선배 3명과 세계대회를 목표로 의기투합한 것이 시작이에요. 대회를 앞둔 1년간 질리도록 연습했는데 좋은 결과를 얻어 기쁩니다.”
본선대회기간 한국팀은 주목받지 못했다. 이 쉐프는 바게트 부문을 담당했다. 바게트의 원조는 유럽이고 만드는 방법에 정석이 있지만 쑥 향을 더하고 복분자 색깔을 입혀 심사위원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선배들도 각자의 역할을 훌륭히 수행했다.
결과는 반전이었다. 심사위원단은 ‘1‧2위를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고 할 만큼 우월한 승리라고 인정했다. “소외받았던 한국을 알렸다는데 자부심이 큽니다. 다음 대회부터는 한국팀도 관심 받을 수 있겠죠. 대회 준비과정을 상세히 기록해뒀는데 다음번에 출전할 팀을 적극적으로 도울 생각입니다.”
빵이 좋았던 소년, 최고의 빵쟁이 되다
빵과의 인연은 고등학교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친척이 운영하는 빵집에서 아르바이트로 일을 도와주다 제빵으로 진로를 정했다. 학교를 졸업하고 현장에서 본격적으로 빵 만드는 일을 배웠다. 당시만 해도 현장에서 일을 배우고 터득하는 분위기였고 작업환경은 열악했다. 배움에 대한 열망은 컸지만 그걸 충족할 곳이 없었다.
결국 27살 청년 이창민은 일본으로 떠난다. 제과전문학교에 다니며 제과제빵 분야의 발전가능성을 보고 앞으로의 방향과 계획을 확고히 세우게 된다. 졸업 후에는 일본의 유명과자점에서 일하며 내공을 쌓았다. 중간 중간 프랑스로 연수를 다니며 유럽의 고급 제빵 기술도 섭렵했다.
6년 만에 한국에 돌아온 그는 제빵 선진국에서 배우고 익힌 것들을 보여줄 생각에 기대가 컸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반응은 냉랭했다. 한국 사람들이 좋아하는 빵맛이 궁금했다. 해법을 찾고자 전국 곳곳의 맛있는 빵집을 찾아다니며 고민을 거듭했다.
이후 천안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빵집 뚜쥬르에 입사해 다양한 빵과 디저트를 선보이며 안착할 수 있었다.
남과 다른 빵‧과자로 하레하레 알려
이 쉐프가 하레하레를 차린 것은 2011년이다. 나만의 브랜드로 성장시키겠다는 마음으로 둔산동 크로바아파트 상가에서 직원 7명과 시작했다. 하레하레는 일본어로 ‘맑다’는 의미. 밝고 활기 있게 빵을 만들고 손님을 대하자는 각오를 담아 이름 붙였다.
“5년 전에는 동네빵집 분위기가 지금처럼 좋지 않았어요. 나만의 기술력과 노하우로 새롭고 맛있는 빵을 다양하게 보여주면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죠. 그래서 남들이 만들지 않는 종류의 빵과 과자로 차별화했어요. 구움과자선물세트는 하레하레를 알린 배경이 된 것 같아요.”
하레하레의 대표 빵은 바게트와 깜파뉴, 크로와상이다. 천연효모를 사용해 저온 발효하다보니 속이 편하다는 평가가 많다. 이 쉐프는 개인적으로 건강빵을 선호한다. 딱딱하고 단맛 없는 건강빵 종류는 소비자에게 외면당하기 일쑤지만 건강한 빵맛을 알리겠다는 생각에 꿋꿋하게 만들어왔다. 그 결과 지금은 10여종의 건강빵을 선보이고 있다.
25년여를 한눈팔지 않고 오직 빵만 만들어온 이 쉐프. 그의 목표는 명확하다. 둔산동에서 제일 맛있는 빵, 한입 먹었을 때 행복해지는 빵을 오래도록 만드는 것이다.
김소정 리포터 bee4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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