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연(52) 대전신체장애인복지회 회장은 늘 에너지가 넘친다. 이달 15일에는 후원자 72명과 장애인 학생들을 멘토와 멘티로 연결해 주는 ‘사랑의 끈’ 연결운동을 시작했다. 또 유성장애인복지관장으로 개관부터 9년간 일하며 장애인 활동보조 등 활발한 사업을 벌여 돈 걱정 안하는 복지관을 만들고 나온 일꾼이다.
가족의 사랑으로 이겨낸 절망
국내 장애인 273만 명중 89%가 후천적 장애인이다. 그도 본래 장애를 가진 사람은 아니었다. 29살 창창한 나이에 트럭에 깔리는 사고를 당했다. 처음엔 수술이 잘 되었다며 안심하고 있을 때, 혈관과 근육들에 괴사가 일어났다. 윤 회장은 고통에 정신을 잃었다가 얼굴에 물이 뚝뚝 떨어져 눈을 떴다. 다리를 절단하지 않으면 살 수 없다고 의사가 말했다. 아버지의 눈에서 닭똥 같은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어머니는 평생 누워 있어도 좋으니 살아만 있어 달라고 애원했다. 결혼을 앞둔 아내와 뱃속엔 이미 아기도 있었다.
절망적이었다. 하지만 살아야 했다. 부모님의 눈물과 아내의 사랑 때문에라도. 병원에서 수발에 지친 환자들의 아내들이 떠나는 모습도 많이 보았다. 그래서 아내에게 모진 말도 많이 했다. 아직도 미안함이 남아 있다. 그래서 지금 휴대폰에 저장된 아내의 이름은 ‘만사’이다. ‘천사 만 명’이라는 뜻이란다. 우리 색시는 ‘만사’라며 아내사랑이 지극하다.
장애로 바뀐 삶, 장애인을 위해 일하다
윤 회장은 장애인은 후천적으로 누구나 될 수 있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무엇이 그를 장애인 복지를 위해 일하게 만들었을까.
“목발을 짚고 생활할 수 있을 만큼 재활치료를 열심히 받았고, 사회로 복귀하기 위해서 주민자치센터를 찾아 갔을 때 담당직원이 너무나 불친절하게 대하며 무시를 했다. 장애는 죄가 아닌데 하는 생각에 도와 줄 단체를 찾아 ‘지체장애인협회’를 갔었다”고 밝혔다.
그는 협회에서 청년부장으로 1년 동안 봉사를 하고 이듬해 바로 회장에 출마해 당선됐다. 회장이 되자 장애인 작업장 마련을 위한 콘서트를 준비했다. 당시 유명가수인 ‘영턱스’도 섭외했다. 티켓을 팔아서 기금을 마련하려고 했다. 하지만 콘서트는 실패로 끝났다. 적자를 메꾸기 위해 돌반지, 결혼반지까지 다 팔았다.
실패는 쓰렸지만 준비과정을 통해 시야가 넓어졌다. 콘서트 준비를 위해 전국의 사업장을 둘러보다 복지관 운영에 눈을 떴다. 당시 송석찬 국회의원을 찾아가 어려움을 호소해 국비를 지원받고 시비를 보태어 유성장애인복지관을 개소하는데 힘을 쏟았다. 초대 관장으로 일하며 수영관까지 갖춘 전문기관으로 성장시켰다.
자립생활에 집중하는 복지로 변화필요
윤 회장은 “복지관을 운영하며 만난 지적장애인 부모들의 ‘아이보다 하루만 더 오래 살았으면 좋겠다’라는 말이 가장 마음이 아팠다”고 고백했다. 아울러 “이제는 장애인에 대한 복지정책이 소비적 복지에서 생산적 복지로 가야한다”고 주장했다.
보통 장애인은 생활고와 장애라는 이중고를 겪는다. 장애인에게 보조금만 주는 것은 소비적 복지다. 현재 장애인 기초수급 구조상 직업을 가지게 되면 기초수급대상이 되지 못할 뿐 아니라 통신비, 가스 등 다양한 혜택마저 사라진다. 장애인들이 일할 수 있는 충분한 여건과 능력이 있음에도 혜택을 박탈당할 것에 대한 우려로 일자리 찾기를 꺼리는 이유다.
윤석연 회장은 “장애인에게 일반인과 같은 잣대를 적용하는 것은 아이와 성인이 달리기 시합을 하는 것과 같다. 장애인 일자리를 늘려서 장애인이 자립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고 장애인 복지의 인식이 바뀌기를 주문했다.
또한 그는 “장애인을 위해 좋은 일 하려고 한 것이 아니다. 내가 하고 싶어서 했다”고 겸손해 하며 “자신이 일을 하는 데 힘이 된 것은 아버지”라고 고백했다. 그는 지난해 부친상 조의금 중에서 일부인 500만원을 장애인을 위한 후원금으로 내놓았다.
요즈음 그가 가장 열심인 사업은 장애인사업장 만들기다. 장애인의 자립생활을 위해서는 꼭 필요한 일이다. 그는 장애인을 위한 일에는 늘 열정이 넘치는 사람이다.
이주은 리포터 gdwrit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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