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 기획 인생 2막 - 어르신 동아리 ‘청춘 태권도’
얍! 태권도로 건강 챙기고 봉사까지 하는 두 번째 청춘
방안에 누워 TV만 봐도 시간은 가고 밖에 나가 활기차게 움직이고 사람들을 만나도 나이는 먹는다. 손자손녀들이 입음직한 도복을 야무지게 차려입고 소리치는 기합이 남다른 어르신 태권도 동아리 ‘청춘 태권도’는 오는 나이가 두렵지 않다.
치매, 관절염 그게 뭐예요?
가양 8단지 상가 안 태권도장에 들어서는 순간 ‘이얍!’하며 귀를 울리는 기합소리를 들은 사람은 학생들이나 젊은 청년들이 아닐까 하는 상상부터 하게 된다. 하지만 젊은 청년들보다 몇 배나 큰 소리로 기합을 외치고 다리를 번쩍 올리며 발차기를 하는 사람들은 칠순이 넘은 어르신들이다. 어르신 태권도 동아리 ‘청춘 태권도’는 젊은이들 못지않은 열정으로 늘 연습실을 활활 태우고 있다.
‘청춘 태권도’가 만들어지게 된 건 지난해로 이제 2년이 되어가지만 어르신들의 참여율은 상당히 높다. 한 번 와서 태권도의 맛을 본 어르신들은 친구나 친지들에게 꼭 태권도의 매력을 알려 함께 참여시키다보니 처음엔 3명에 불과했던 회원이 이제는 10배로 늘었다. 태권도라는 운동은 동네마다 있는 도장에서 어린 학생들이라면 꼭 거쳐 가는 기본 운동으로 절도와 힘이 많이 필요한 운동이다, 그러다 보니 어르신들에겐 힘에 부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 수 밖에 없다.
‘청춘 태권도’를 운영하고 있는 ‘누리마음연구소’의 황순연 소장은 오히려 그 반대라면서 참여하신 어르신들의 건강이 훨씬 좋아졌다고 강조한다. 어르신들 중 대다수가 무릎이나 허리, 손목 등 관절이 안 좋으셔서 오신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 꾸준한 운동으로 움직임이 훨씬 자연스러워졌고 통증도 사라져 덜 피곤해 하신다고 한다.
특히 황 소장은 ‘청춘 태권도’만의 장점으로 어르신들이라면 누구나 주의해야 할 치매 예방에 좋다고 강조한다. 태권도는 몸을 계속 회전하게 되고 경락에 맞춘 발차기와 기 동작 등을 배우기 때문에 몸을 골고루 써줘 오히려 어르신들에게 적합한 운동이라고 말한다. 어르신들이라고 품새 정도의 간단한 동작만 거듭하는 것이 아니라 발차기나 격파, 겨루기 등의 태권도 과정을 모두 소화해 내는 것도 청춘 태권도만의 자랑이다. 어르신들이 잘 못하고 힘들어 하실 것 같지만 몸 상태에 맞춰 운동을 알려드리기 때문에 유연성이 늘고 신장의 기능도 좋아질 수 있다는 것이 황 소장의 이야기다.
웃으며 즐기면서 봉사까지 해 의미 있어
청춘 태권도의 작년 실적도 화려하다. 강서구 생활체육 국학기공대회에서 동상을 받고 금산 축제에서는 특별시범, 강서구의 허준 축제에서 공연과 봉사를 했다. 올해도 11월에 있을 국학기공대회를 준비하고 있고 누리마음연구소 주관 축제에서 할 공연을 준비하느라 바쁘다.
어르신 회원들은 입을 모아 태권도를 시작하고 가족들도 모두 좋아한다고 한다. 처음에는 학생들이 하는 태권도 운동이 격하지 않을까 걱정하다가 나날이 건강하고 활력 있는 생활을 하는 모습을 보고 나서는 게으름이라도 피울라치면 먼저 등을 떠밀면서 운동하고 오시라고 한단다.
청춘 태권도에 오면 60, 70세 이상의 어르신들이 형, 동생 하며 태권도뿐만 아니라 자식들, 손자들 이야기부터 집안 대소사도 의논하며 이야기꽃을 피운다. 그러다 보니 늘 웃음이 끊이지 않고 몸 건강뿐만 아니라 마음도 저절로 건강해 지는 느낌이다.
청춘 태권도의 어르신들은 본인의 몸과 마음만 단련하고 즐기는 것이 아니라 지역 사회를 위해서 봉사도 열심히 하고 있다. 지역의 축제나 행사가 있으면 태권도 시범 공연은 물론이고 누리마음연구소 안의 ‘LOVE HANDS''라는 동아리에서 마사지 봉사도 함께 해 지역사회 분위기를 좀 더 활기차고 긍정적으로 만드는 데 힘을 기울이고 있다.
청춘 태권도 동아리 어르신들의 건강한 발차기가 몸과 마음을 치유하고 나아가 지역사회의 분위기까지 훈훈하고 건강하게 만들고 있다.
*미니 인터뷰*
황순연 소장
어르신들이 활기차게 태권도 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덩달아 기분이 좋아집니다. 내년에도 어르신들이 태권도를 통해 더 건강하고 재능기부를 통해 지역 사회에 이바지 하는 시간이 좀 더 늘어났으면 하는 게 소망이예요.
고동분 회원
허리가 좋지 않아 허리 협착증 수술도 했고 다리도 많이 아팠어요. 노래교실을 같이 하는 지인이 알려줘 3년 넘게 태권도를 배워오고 있는데 허리 아팠던 게 많이 좋아졌어요. 지금은 새벽에 일어나 걷고 봉사도 하고 다리 근육도 튼튼해졌어요. 많이 걸어도 아프지 않으니 봉사도 더 많이 하고 싶더라고요.
박영자 회원
원래 태권도를 좋아해서 하고 싶었는데 엄두를 못 내고 있었어요. 작년부터 시작해 2년이 다 되가는데 아팠던 무릎이 많이 좋아졌어요. 밤에도 아파서 잠을 깨곤 했는데 정말 편해졌어요. 살도 많이 빠지고 힘도 솟아요. 아들도 좋아하면서 빠지지 말고 열심히 하라고 응원합니다. 나이와 상관없이 재미있게 할 수 있다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권하고 싶어요.
김정숙 회원
태권도장과 집이 거리가 좀 있어서 오기 힘들 때도 있지만 꼭 하고 싶어서 친구와 함께 등록했어요. 고관절도 아프고 허리 협착증도 있어서 기분 나쁜 통증이 있었는데 꾸준히 운동을 하니까 없어졌어요. 살림 걱정이나 자식 걱정 등은 안하게 되고 회원들과 만나 즐겁게 웃고 운동하니 활력이 생기고 긍정적인 생각이 많이 생겨요. 가족들도 뭔가에 열심히 하는 제 모습을 보고 좋아해서 가족 간에 분위기도 더 화기애애해졌어요.
김의순 회원
TV에서 할머니들이 태권도 하는 걸 보고 나도 해봤으면 하는 마음이 늘 있었어요. 작년 여름부터 배우기 시작했는데 생각했던 대로 정말 재미있어요. 체력도 좋아져 정말 건강에 자신이 생겼어요. 태권도를 통해 내 몸을 자유롭고 가볍게 만들 수 있어 기분도 좋아요.
조숙희 회원
소화가 안 되고 위가 좋지 않아 얼굴도 늘 찡그리게 되더라고요. 하지만 청춘 태권도에 와서 친구들도 만나고 운동을 시작한 뒤로는 늘 웃을 일만 생겨요. 그러다 보니 신경 쓰는 일도 없어지고 위가 편안해져 밥도 잘 먹어요. 다리에 근육도 생기고 무엇보다 사람들을 만나거나 무슨 일을 할 때 용기와 자신감이 생겨서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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