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먹고 잘 싸고 잘 자면, 큰 병치레 하지 않고 잘 큰다. 한데 요즘 아이들은 이 리듬에 따라 생활하기가 어렵다. ‘잘 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중요해졌다. 수원 광교한의원 곡수영(한의학 박사, 한방소아과 전문의) 원장을 만나 성장기 자녀의 키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보았다.
Q 아이의 성장을 저해하는 환경적 요인에는 어떤 것이 있나.
각종 알레르기 질환은 면역력을 항진시켜 키 성장에 필요한 에너지를 고갈시킨다. 예를 들어 알레르기 비염은 콧물, 코 막힘 등으로 쉽게 잠들지 못하고 자주 깨는 등 숙면을 취할 수 없게 한다. ‘아이들은 잠 자면서 큰다’는 말이 있듯 수면시간에 성장호르몬이 가장 왕성하게 분비되는데 이 기회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것이다.
식습관도 문제다. 아침을 거르기 일쑤고, 학원에 가기 전에는 빵 떡볶이 등 탄수화물 위주로 간식을 먹는 등 영양가 있는 음식을 골고루 섭취하지 못하면 신진대사 불균형으로 신체 조직 형성이 더딜 수밖에 없다.
과도한 학습량으로 실내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은 요즘 아이들은 실외에서 하는 신체활동이 적다. 당연히 햇빛을 볼 시간이 부족하다. 햇빛에 노출되면 칼슘과 인의 흡수를 도와 뼈를 튼튼하게 하는 비타민D가 체내에서 생성된다. 골격형성과 체내 무기질 균형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영양소를 얻을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놓치고 있는 셈이다.
경쟁사회에 사는 요즘 아이들의 심리적 긴장감도 키 성장을 방해한다. 긴장감이 과하면 우리 몸은 항상성을 유지하기 위해 각종 신체반응들이 나타나게 된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잘 먹고 잘 자고 잘 크는 것이 힘들어진다.
Q 키 성장을 위해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소개해 달라.
요즘 초등학생들 중에는 학교, 학원 숙제까지 다 끝내고 나면 밤 11시를 훌쩍 넘는 경우가 많다. 학습량이 많아 밤에 일찍 잠을 잘 수 없는 상황이라면, 생각을 조금 바꿔서, 아침에 일찍 일어나 숙제를 하거나 나머지 공부를 하면 어떤가. 성장호르몬이 가장 많이 나오는 때인 밤 11시~새벽 1시에는 깊은 잠을 잘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잠자는 패턴 하나만 바꿔도 성장호르몬을 효율적으로 흡수 할 수 있는데 그 방법을 실천하지 못할 이유가 있을까?
또 숙면에 도움을 주는 ‘잠자기 전 족욕 15분’도 실천하면 좋다. 취학 전 아동은 샤워 후 오일을 이용하여 종아리 마사지를 해주면 성장통을 예방하고, 성장판은 자극해 키 성장에 도움이 된다. 취학 자녀는 목-어깨 마사지를 자주 해주면 좋다. 학습피로를 개선할 수 있고 집중력 향상과 심신 이완으로 성장호르몬 분비를 원활하게 하는데 도움이 된다.
Q 요즘 아이들은 신체발달이 빠른 편이다. 성조숙증이 최종 키를 작게 만든다고 하던데.
실제로 최종 키가 작아질 것을 우려해, 성조숙증과 관련된 호르몬 치료 후 다시 성장호르몬치료를 받는 사례가 적지 않다. 하지만 미국소아과학회(American Academy of pediatrics)에서는, 현재 인종의 차이는 있지만, 사춘기 증상이 나타나는 연령이 점차 낮아지고 있으며 내분비계적 검사를 요하는 환자는 소수라고 발표했다. 흔히 비만아는 성조숙증일 거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런 공식은 성립이 안 된다는 지적이다. 또 가슴몽우리처럼 진찰자의 촉진으로 이루어지는 검사는 숙련도에 따라 달라지며 대부분은 4~6개월간 관찰 후 각종 검사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음모, 액취, 겨드랑이털이 조기에 나타나도 성조숙증이 아닌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단순히 가슴몽우리가 나타났다고 걱정하지 말고 3개월 간 지속관찰을 통해 아이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습득한 후 의사의 도움을 받는 게 현명하다.
Q 한방에서는 키 성장 치료를 어떻게 하는지.
한방에서의 성장치료는 아이가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다. 우선 성장을 방해하는 원인과 유전적 조건, 체질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소화기가 약한 아이, 폐기능이 약한 아이, 정신적인 문제가 있는 아이, 비만아, 성조숙증이 있는 아이 등 각각의 경우에 따른 개별 처방을 통해 몸을 건강하게 해주면서 키 성장을 돕는다. 한약치료 외에도 성장약침치료, 측만증 예방 및 성장판 자극을 위한 성장이완추나도 병행한다. 아이가 갖고 있는 기저질환으로 나타나는 증상을 치료하면서 신체의 저항능력을 향상시키는 치료를 하는 것이다. 기저증상만 없애줘도 성장이 잘 되는 임상사례는 너무나 많다.
Q 키 성장 치료를 고민하는 부모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성장치료만 집중적으로 받아야 하는 아이는 극히 일부이다. 중요한 것은 성장과 관계된 치료를 받을 경우 우리 아이에게 맞는 성장 목표 설정과 치료 후 성장속도를 정확히 평가하는 것이다. 무조건 ‘남자는 180cm, 여자는 170cm’ 이런 식의 성장 목표를 두는 치료는 바람직하지 않다. 이 세상에 만병통치약은 없다. 모든 치료는 양면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성장 발달과정 중에 있는 아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안전한 치료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신민경 기자 mksh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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