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할 과목이 늘어나면서 학업 스트레스가 많아진다. 엄마들도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모드는 버린 지 오래, 만나면 ‘영어 수학 어떻게 시킬까’ 토론의 장이 벌어진다. 슬슬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부모와 대화가 뜸해지는 집도 있다는데.
정작 4학년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3학년 때와 다른 점은 무엇이고 어떻게 대처하고 있을까.
현재 초등학교 4학년 학생들과 학부모, 교사에게 초등학교 4학년에 대해 들었다.
이향지 리포터 greengreens@naver.com
>>>4학년 SAY
공부 부담, 이성과 외모 관심 모두 늘어나
4학년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 보려는 마음으로 찾아간 곳은 한빛마을 8단지 안에 있는 작은도서관이다. 어쩌면 저학년 같고 또 다시 보면 고학년의 의젓함이 있는 4학년들과 나누는 대화는 내내 즐거웠다.
인터뷰 참여 학생: 권민지, 신정환, 강승진, 이제현, 김하늘 (이상 초등학교 4학년), 권규빈(5학년)
4학년 강승진
4학년이 되니 공부가 부담돼요
민지는 4학년이 된 후 달라진 점으로 수학을 먼저 꼽았다. 소수 때문에 쉽지 않다는 것이다. 정환이도 3학년에 때보다 공부 때문에 엄마와 갈등을 겪는 일이 늘어나 속상해하고 있었다.
늘어난 공부갈등에 비해 해결책은 지난해와 크게 다르지 않은 상황이었다. 승진이도 어려워진 공부가 부담스럽지만 종종 공부해야 한다는 사실을 잊곤 한다. 그럴 때 일깨워주는 사람은 엄마다. 꾸중 듣는 것이 기분 좋지는 않지만 어쨌든 잔소리를 해주기 때문에 공부하게 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4학년 권민지
남학생은 욕 늘고 여학생은 때려요
4학년이 되자 남학생들의 욕이 늘었다. 싸움도 더 거칠어진 면이 있다. 제현이는 “교실에 소파가 하나 있는데 거기 앉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싸움을 싫어했는데 몸으로 부딪히는 것이 생각보다 재밌다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힘이 세지기는 여학생들도 마찬가지다.
승진이는 “3학년 때는 남자들이 여자들을 때렸는데 4학년에 올라가보니 여자들이 남자를 때리더라”고 말했다.
정환이는 억울함을 호소했다.
“똑같이 때렸는데 남자니까 이해하라고 해요. 남자가 때리면 무조건 잘못한 거라고요. 여자는 봐주라고 말하는 게 싫어요. ‘둘 다 잘못했으니까 이제부터 조심하라’고 말해주면 좋겠어요.”
4학년 김하늘
이성 친구, 외모 관심 늘어나
이성교제는 3학년 때도 있었다. 달라진 점은 비밀로 하는 친구들이 늘었다는 점이다.
“작년에는 제가 먼저 장난스럽게 소문을 퍼트렸어요. 누구를 좋아한다고요. 4학년이 되니까 애들이 다 비밀로 해요.” (승진)
“애들이 막 얘기하면 부끄러우니까요.” (하늘)
반에서 네 다섯 명 정도는 적극적으로 이성에 대한 관심을 드러낸다. 사귀면 커플링을 끼고 놀이터나 공원에서 같이 논다. 스킨십은 잘 하지 않는다.
외모에 대한 관심도 늘었다. 하늘이는 “3학년 때는 별 관심 없었는데 4학년이 되니까 화장 하는 애들이 생겼다. 틴트도 바르고 아이라인까지 그리는 아이도 있다”고 말했다.
4학년 신정환
친구 관계 성숙해지고 공부의 즐거움 알아
부정적인 면만 짚은 것 같지만 학생들은 4학년이 되어 성숙한 점도 잘 알고 있었다.
승진이는 “대하기 힘든 친구도 노력하다 보면 적응이 돼서 잘 지내게 되더라”고 의젓하게 말했다.
공부가 어려워지긴 했지만 전문적인 학습을 통해 성취감을 느끼기도 했다. 민지는 “과학실험이 재밌어서 다른 과목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과학으로 푼다”고 말했다.
하늘이는 친구 관계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방법을 터득했다. “4학년 초반에 친했던 친구가 갑자기 저를 모른척하는 일이 있었어요. 예전 같으면 충격 받고 힘들어 했을 텐데 이제는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넘겨요. 그럴 때 제가 성숙했다고 느껴요.”
4학년 이제헌
>>>학부모 SAY
자기주장 강해져 “말대꾸가 늘었어요”
인터뷰 참여 학부모: 안복숙, 오연숙, 이미현, 홍승미, 홍정미씨.
학부모들이 느끼는 변화는 자녀들의 고집이 세졌다는 점. 3학년때와 달리 ‘달콤한 조건’을 제시해도 자신이 싫으면 안 한다고 분명히 이야기한다.
생각 뿐 아니라 몸도 자랐다. 2차 성징이 본격적으로 드러나지는 않고 있지만 점점 변화는 시작되고 있다. 여자인 학부모들은 남자인 아들에 대한 대처 방법이 어렵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학부모들은 성교육에 대한 고민, 부모와 점점 멀어지는 자녀에 대한 서운함, 지도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11년을 함께 살아온 한 식구. 하지만 골목에서 뛰어 놀던 부모들과 스마트폰을 들고 노는 아이들은 때로 서로가 낯설다.
4학년 안복숙씨
집마다 다르고 아이마다 다르다
4학년 엄마의 고민은~
외모
“외모에 신경을 더 써요. 틴트 사달라고 몇 번 말하기에 이왕이면 좋은 것 하라고 아빠가 두 번 사줬어요. 막상 사주면 바르지도 않아요. 친구가 갖고 있는 걸 나도 갖고 있다는 것이 기분 좋은 거죠.” (오연숙씨)
4학년 오연숙씨
성격변화
“민지는 몸만 크고 아직은 저학년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아요.” (안복숙씨)
“3학년 때는 화를 내면 눈치를 살살 봤는데 지금은 그런 것도 없어요. 이제는 잔소리를 해도 안 들어요. 엄마를 무시하나 싶기도 하고. 무서워하지도 않고 눈 속여가면서 잔머리도 많이 굴려요.” (이미현씨)
“여자애들은 어떻게 대해야 할지 알겠는데 남자애들은 돌출행동을 하니까 이게 정상적인 반응인지 야단을 쳐야 하는지 바로잡아야 할지 판단이 안서요. 여자애랑 남자애는 다르게 대하라는 말도 있고 잘 모르겠어요.” (홍정미씨)
4학년 이미현씨
교우관계
“4학년이 되니 여자 친구들이 더 세지네요. 남자아이 엄마들은 차라리 맞고 오는 게 낫다는 분위기예요. 맞아봤자 얼마나 아프겠냐면서. 그런데 많이 아프대요. (웃음) 일이 생기면 아무래도 여자애들 편을 들게 되잖아요. 여자애들은 절대 때리지 못하게 했더니 먼저 메롱 하고 장난을 걸면서 여학생들의 반응을 기다리더라고요. 기분 좋을 때는 서로가 즐기는 것 같아 보이기도 해요.
두 아들은 고민이 생기면 아빠랑 같이 풀어요. 일주일에 한번 데리고 나가 축구를 하고 점심까지 먹고 와요. 엄마한테는 안 하는 말도 아빠한테 잘 하더라고요.” (홍승미씨)
4학년 홍승미씨
스마트폰과 게임
“스마트폰 조절이 너무 힘들어요. 자석처럼 떼어 놓으면 갖다 붙죠. 게임을 직접 하기도 하고 보기도 많이 해요.” (홍정미씨)
“닌텐도를 4학년 때 사줬더니 늦게 발동이 걸린 거 같아요. 학교 끝나고 친구네 집에 가서 게임을 해요. 아빠를 기다리는 이유가 스마트폰 게임 때문이라니까요.” (이미현씨)
“2학년 때 핸드폰을 사줬는데 딸아이는 단체 톡도 잘 안 봐요. 소리 안 나게 설정해 놓고 핸드폰을 안 만지더라고요.” (오연숙씨)
4학년 홍정미씨
학습
“5학년 수학이 어려워진다니까 걱정돼요. 지금까지는 학교 수업만으로 됐는데 학교에서만 백점 맞는다고 잘하는 게 아니라고 하고. 학원가서 테스트를 봤는데 제일 낮은 레벨이라고 해서 아이가 충격을 받았어요. 중학교 올라갔을 때 학교에서 배운 걸로만 하면 힘들다는데 어떻게 할지 걱정돼요.” (오연숙씨)
>>>4학년 교사 SAY
>>>신촌초 김진섭 교사가 말하는 4학년
“4학년은 초등시절의 꽃이랍니다”
언제나 즐겁고 에너지 넘치는 4학년을 특별히 좋아한다는 신촌초등학교 김진섭 교사를 만났다. 김진섭 교사는 “그동안 순종적으로 받아들이던 어른들의 말과 행동을 비판적으로 보기 시작한 4학년만의 매력을 알아주고 기다려주자”고 말한다.
학습량 늘어나니 흥미 잃지 않도록 해야
“4학년은 또래집단의 영향력이 강해지고 친구간의 밀착된 관계를 지키고 유지하려는 경향이 강합니다. 친구들 간의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서로 협력하는 잘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저학년에 비해 처음으로 학습량이 많아지는 시기입니다. 갑작스럽게 늘어난 학습량으로 인하여 학습에 흥미를 잃지 않도록 도와주세요.”
빠르게 자라는 만큼 성장 격차도 커져
“남자 아이들 같은 경우는 키가 많이 자라기 시작하여 무릎이나 발목에 성장통을 앓곤 합니다. 성장 격차가 커지기 시작하는 것도 4학년의 특징 중 하나입니다. 여자 아이들은 이전에 비해 훨씬 성숙한 면모를 보이기 시작합니다. 신체적으로 2차 성징이 시작이 되는 아이들도 있기 때문에 자신의 변화에 불안감을 느끼는 경우도 있습니다. 남자 아이들 같은 경우는 게임이나 운동에, 여자 아이들은 가수나 가요에 빠져 들기 시작합니다.”
저학년과 고학년 장점 합친 4학년만의 발랄함
“4학년 교실은 저학년과 고학년의 장점을 합쳐 놓은 교실이라 할 수 있습니다. 활동적으로 수업에 임하면서도 스스로 정리하고 규칙을 지킬 줄 아는 모습을 보입니다. 3학년 아이들은 수동적인 모습을 많이 보인다면 우리 4학년 아이들은 이제 자신이 역할이나 활동 등을 스스로 하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합니다. 서툴지만 자신이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모습을 보게 되면 절로 미소가 나오게 됩니다.”
>>>4학년 선생님이 4학년에게
“너만의 장점 있으니 자신감을 가지렴”
요즘 우리 아이들은 경쟁 문화 속에서 자라다 보니 잘하는 아이들도 자신이 잘 못한다고 생각해 자신감을 잃는 일이 많습니다. 모든 아이들은 자신만의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나에겐 보이는 그 장점을 우리 4학년 친구들도 보고 스스로 자신감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4학년 선생님이 학부모에게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주세요”
4학년 아이들은 이제 비판적 사고를 통해 자신만의 판단을 내리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처음이다 보니 비판적 사고도 판단도 서투른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자신이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을 하였기 때문에 자신의 행동이 정당하다고 생각하지요. 아이들을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아이들의 말을 잘 들어 주세요. 아이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 주다보면 어느덧 아이들의 생각과 행동을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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