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사람들 - 게릴라 가드너 TFOG(The Front Of Green)

“식물에게도 이웃에게도 ‘1cm’는 관심을 되살리는 거리입니다”

지역내일 2015-09-21 (수정 2015-09-21 오후 10:04:32)

거리 곳곳에는 환경미화의 명목으로 조성된 꽃들이 눈에 많이 띈다. 계절을 알리듯 화려하게 피었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시들면, 어느 순간 파헤쳐져 다른 꽃들로 대체되곤 한다. 그들의 등장과 퇴장에 숨어있던 이유, 비로소 알았다. 심어놓은 꽃에 물을 주고 보살피는 것보다 대체하는 것이 편하기 때문이란다. 오늘 본 행궁동의 골목은 뭔가 다른 풍경이다. 가게 앞이나 빈 공터에 각양각색의 식물들이 싱그러움을 머금고, 햇살에 반짝거리고 있다. 게릴라 가드너 TFOG(The Front Of Green:녹색전선)의 ‘1cm정원’ 프로젝트가 그 변화의 물꼬를 서서히 터 나갔다.




■‘1cm정원’이 가져온 이웃과 식물에 대한 관심 
행궁동에서 꽃집 ‘러블리 몬스터’를 운영하며 TFOG의 일원인 게릴라 가드너 박성우 씨. “예쁜 식물을 1회성으로 소비하는 조경사업의 거리 화단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 생각을 하게 됐죠. 식물에 대한 이해와 게릴라 가드닝의 취지에 공감하는 원예전문가 6명이 모여 3년 전 TFOG를 결성하고, 작년에 마을르네상스 사업에 ‘1cm정원’ 프로젝트를 공모했습니다.”
‘1cm정원’이라, 왜 하필 그 이름이었을까? ‘1cm’는 좁은 거리지만 식물이 살고 꽃을 피울 수 있는 공간이며, 이웃에 관심이 생겨나는 공간이기도 하다는 박 씨. 기껏 거리화단을 조성해 놓고 제대로 관리하지 않는 행정도 문제지만, 집 앞 화단이 내 것이 아니라고 죽어가도록 방치하는 이웃들의 무관심도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시에서 만든 분걸이에 있던 꽃들이 2주 만에 시들었어요. 주민들이 그걸 가져가 2~3일 마다 물을 주고 관리했더니 6개월 이상 생명을 유지했습니다. 식물이 충분히 자신의 삶을 다하는 가장 필요한 영양분은 결국 관심이었던 거죠.” 현대 사회에서 이웃이 사라져가는 현실 역시 무관심에서 비롯된다는 걸 알기에 ‘1cm정원’은 식물과 이웃에 대한 관심이라는 의미로 다가왔다. 이웃 주민들과 게릴라 가드너들이 힘을 합쳐 비어 있는 공터에 예쁜 씨를 뿌리고 정원을 조성했다. 식물 가꾸기를 좋아하는 1촌 가드너를 찾아 관리를 부탁하니 ‘1cm정원’은 예쁜 모습으로 신고식을 했다. 시간이 흘러가면서 바람대로 1cm의 작은 틈 속에서도 꽃이 피어나듯 작은 변화가 이웃에 찾아오기 시작했다. 




■꽃을 매개로 이웃의 활기가 넘쳐나는 골목
지금의 행궁동은 내 가게 앞 화단은 직접 가꾸며 관리하고, 골목 마다 꽃카트도 마련해 예쁘게 꽃을 피워 내고 있다. TFOG의 또 다른 일원인 가드너 박아름 씨는 “처음에는 러블리 몬스터 앞의 화단에 키워놓은 꽃을 뽑아가는 분도 계셨는데 지금은 어떻게 하면 이렇게 예쁜 꽃을 피울 수 있냐고 물어보세요. 어렵게 씨를 구해오기도 하고, 씨앗 채취 방법을 알려 드리기도 하죠“라고 전했다.
행궁동 골목에 꽃을 관리하는 이웃들이 늘어나면서 골목에 넘쳐난 것은 예쁜 꽃만은 아니었다. 오래 거주해 온 주민들이 대다수인 행궁동이지만 서로 무관심한 경우도 있었는데, 함께 꽃을 키우면서 소통과 교류가 빈번해 졌다. 식물을 매개로 얘기꽃도 함께 피어난 것이다. 식물이 잘 자랄 수 있는 정보도 교환하고, 예쁜 꽃의 씨앗들은 나누기도 한다.
‘1cm정원’이 만든 변화, 자랑스러울 만도 하다. 그러나 박성우 씨는 “시가 조성한 꽃들에 대해 관리 목록을 추가하는 등 관리 노력을 전보다 많이 기울이는 것은 뿌듯하죠. 그러나 이웃들의 변화는 사람의 마음속에 내재된 꽃에 대한 욕구로 알게 모르게 변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며 ‘1cm정원’에 공을 돌리지 않았다. 




■‘울지마요, 내 사랑’, 상처에 대한 공감을 가져오다
현재 ‘1cm정원’은 3곳에서 꽃을 피우고 있다. TFOG가 정원이 될 만한 장소를 탐색한 뒤 지역의 토양과 관수 등에 대한 역학조사를 마치고, 주민들과 협의를 통해 조성했다. 그냥 식물을 심는 것이 아니라 주제를 함축하는 디자인에 따라 만들어졌다.
이와 더불어 TFOG는 ‘울지마요, 내 사랑’ 프로젝트로 또 다른 3곳도 게릴라 가드닝을 해 직접 관리 중이다. “‘상처를 어떻게 공감할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어요. 저 역시 식물을 통해 상처를 보듬은 기억이 있기에 어떤 상처이든지 구별하지 않고 식물로 공감을 끌어내고 싶었습니다.” ‘울지마요, 내 사랑’은 산책하는 사람들이 많은 수원천의 부서진 벽을 보수해 식물을 심어 절벽 끝에서 식물이 살아있음에서 희망을 던져 주고, 빈 공터에 세운 올가미를 통해 죽음 속에서도 희망이 있음을 전하고 있다.
예쁘게 자라주는 식물들이 고마울 뿐이라는 박성우 씨와 박아름 씨. 이웃들에게 대화와 교류의 꽃을 활짝 피게 해준 6 군데의 정원을 잘 관리하고, 내년에 또 다른 ‘1cm정원’을 만들 예정이다. 또한 다른 게릴라 가드닝 팀이 교육이나 지원을 요청한다면 아낌없이 도움을 줄 계획이다. 살아있는 식물이 충분한 생명을 유지하고, 자연을 자연답게 만들어가는 사회운동으로 게릴라 가드닝이 늘어나길 바라기 때문이다. 




권성미 리포터 kwons02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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