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월초등학교 평생교육 프로그램 ‘오카리나 교실’
“오카리나 매력, 함께 느껴보실래요?”
평생교육시대, 엄마들도 문화센터나 동 주민자치센터에서 취미생활을 즐기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문화센터가 아닌 자녀가 다니는 학교에서 평생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면 어떨까. 거리도 가깝고 학교 소식도 접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흔치 않은 프로그램까지 배울 수 있다. 강월초등학교(교장 남기열)에서 마련한 평생교육학습 프로그램인 ‘오카리나 교실’은 학교의 아낌없는 지원과 회원들의 열정이 어우러져 바람직한 평생교육의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송정순 리포터 ilovesjsmore@naver.com
실력에 따라 기초, 심화, 자격증 반으로 나눠 수업
최근 문화센터에서 오카리나 강좌를 자주 접하게 된다. ‘리코더’보다 더 많이 부는 악기가 ‘오카리나’가 될 만큼 어느새 국민 악기로 자리 잡고 있다. 이런 여세를 몰아 강월초등학교에서도 평생교육강좌로 지난 2012년부터 오카리나 강습을 시작했다. 화요일과 목요일 오전 9시부터 11시까지 실력에 따라 기초반과 심화 반, 자격증 반으로 나눠 수업을 진행한다.
강월초에서 평생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김경숙 교사는 “우리 학교에서는 1인 1 오감 교육으로 악기 하나, 스포츠 하나씩을 학생들에게 가르치고 있다”며 “학생 교육과정과 연계해 부모님들에게도 기회를 드리고자 오카리나 강습을 개최하게 됐다”라며 오카리나 강습의 개최 배경을 설명한다.
오카리나로 쌓는 인생의 즐거움
강월초에서 평생교육 프로그램으로 오카리나 교실에 참여하는 주부들은 처음으로 오카리나를 연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김도경 강사의 친절한 가르침으로 동요부터 가요, 가곡을 거쳐 클래식까지 운지법을 익히며 엄마들은 인생에 즐거움을 새록새록 쌓아간다.
여기서 1년 정도 연습하면 자격증 반에도 도전할 수 있다. 말이 1년 과정이지 익힘의 속도가 다른 문화센터보다 2~3배는 빠르게 진행된다. 회원들의 개인 연습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김도경 강사는 “서울교육대학교 평생교육원 오카리나 강사 자격증 2급을 목표로 클래식, 팝송, 고급 앙상블도 연주한다”며 “1년 이상 연주하면 2급 자격증에 도전할 수 있고 강월초에서도 22명이 지원했다. 하반기에는 1급 자격증에도 도전할 계획”이라고 설명한다.
공연에 이은 학생 대상 재능기부
회원들의 첫 무대는 2012년 오카리나 강습이 시작되고 3개월 후였다. 아직 연습이 덜 된 데다 반주도 잘 들리지 않는 상황에 직면했다. 기대에 미치지 못한 아쉬움을 뒤로하고 회원들은 더욱 단합해 열심히 연습했다.
드디어 실력을 알아보는 이들을 통해 공연 쇄도가 이어졌다. 오는 9월에 서서울호수공원에서 열릴 ''재능 나눔 콘서트'' 무대에도 오를 예정이다. 또, 김명주 회원의 주선으로 신월문화센터 발레 공연에 찬조출연도 했다. 병원 정기 연주회, 학교 입학식이나 졸업식, 학예발표회 때도 음악을 들려준다.
무대에서 때로 긴장해 오카리나를 떨어뜨려 깨뜨리기도 하고 박자를 놓쳐 혼자 잠시 쉬어 가기도 하지만 무대에 오른 경험으로 자신감을 회복한 회원들. 이제 학교 1~2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오카리나 수업에 보조교사로 참여해 재능기부도 하고 지난 4월에는 양천구자원봉사센터에 재능기부 단체로 등록까지 마쳤다.
마음을 하나로 묶은 ''오카리나의 힘''
누가 오카리나를 배우기 쉬운 악기라 했던가. 물론 처음엔 배우기가 쉬웠다. 하루만 연습해도 소리가 나왔다. 그러나 점점 시간이 갈수록 악보는 어려워지고 부는 방법에 따라 달라지는 소리의 깊이에 회원들의 고심은 더 깊어졌다. 김명주 회원은 “지금 부는 곡이 무슨 노래인지 퀴즈 맞히기 식 게임을 할 만큼 실력이 형편없었다”고 고백한다. 하지만 멋진 오카리니스트를 꿈꾸며 연습에 열을 올리기도 했다.
오카리나로 가족이 하나 된 경우는 종종 발견된다. 오카리나를 배운지 3년 차인 최미정 회원은 아이와 공부가 아닌 음악으로 하나가 된다. “작은 아이도 학교에 입학하면서 가족이 모두 오카리나로 하나가 됐다”며 “오카리나 공연 때 우리 엄마가 제일 자랑스럽다는 그 한마디에 당당해진다”고 덧붙인다.
이기옥 회원은 플루트를 부는 딸과 우쿨렐레를 연주하는 아들, 오카리나를 부는 엄마가 악기로 하나가 돼 소통한다. 이정운 회원은 “아이와 아빠 생일 때 축하곡으로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을 연주해줬더니 최고의 선물이었다는 고백에 감동했다”고 전한다.
당당히 오카리나 전도사로 나선 이들도 있다. 김춘환 회원은 “친구들 모임에서 오카리나를 연주해 줬더니 모두 오카리나 배우러 다니더라”며 “오카리나 확산에 크게 이바지했다”며 웃는다.
카랑카랑하면서 따뜻하고 편한 소리에 매료돼 오카리나를 연주하는 회원들, 오카리나 연주와 봉사로 즐거움과 기쁨을 나눠 주고 싶다고 입을 모은다.
미니 인터뷰
김도경 강사
“강월초 오카리나 교실은 한 번 들어오시면 이사나 취업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경우를 빼고는 절대 그만두지 않습니다. 1년 이상 연주하면 2급 자격증에 도전이 가능하고 하반기에는 1급 자격증에 도전합니다. 재미로 배운 오카리나가 취미를 넘어 직업이 될 수 있습니다.”
조영애 2기 회장
“아이가 강월초에 입학하면서 오카리나 수업을 하기에 가르쳐주고 싶어서 수업에 참여하게 됐습니다. 2년 전 대장암 수술로 우울증이 와서 힘들었는데 오히려 오카리나를 하면서 더 좋아졌습니다. 2기 회장도 맡으면서 더 열심히 배우게 됩니다.”
김춘환 회원
“어르신을 모시고 살면서 어려운 점이 많았는데 오카리나를 배우면서 모두 극복하게 됐습니다. 오카리나 교실은 악기도 배우고 사는 이야기도 하면서 스스로 치유가 돼 돌아갑니다. 가족들이 모였을 때 연주해주면 아이가 가장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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