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시곡초등학교 시청각실은 엄마들이 연극 연습실이다. 엄마들이 직접 만든 동극 공연이 7월 21일부터 23일까지 3일간 바로 이곳 시곡초 시청각실에서 펼쳐진다. 무대에 올라 노래하고 춤추고 연기하는 것은 눈에 보이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직접 대본을 쓰고 무대를 만들고 필요한 의상도 준비한다. 간간이 등장하는 음악과 음향도 직접 녹음해야하고 무대에 오르기 전 성격에 맞는 분장까지 해야 한 편의 연극이 무대에 오를 수 있다.
생각만 해도 머리가 하애지는 이 일을 시곡초 학부모회는 5년 째 진행하고 있다. 해를 거듭할수록 무대 수준도 높아지고 스토리 전개도 탄탄해졌다. 연극준비에 한창인 시곡초등학교를 찾았다. 부끄러움을 물리치고 엄마가 무대에서 아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일까?
엄마는 너의 든든한 응원군
5년 전 처음으로 어린이 연극을 무대에 올린 시곡초등학교 학부모회는 3년 전부터 ‘그린나래’라는 동극모임을 꾸렸다. 올해 동극은 그린나래 3기가 준비 중이다.
공연 연출을 담당하는 손미란씨는 “올해 무대는 기존 회원과 새로 들어온 회원이 반반 정도에요. 기존 회원들은 공연에서 쌓아온 노하우를 전하고 신입회원들은 모임에 활력을 불어 넣어주죠. 오래 함께 하다보면 정말 가족처럼 친해지게 되죠”라고 말한다.
엄마들이 연극을 시작한 이유는 뭘까?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아이들이다. 권주영씨는 “우리 아이가 소심한 성격이었는데 적극적으로 학교생활을 했으면 싶었죠. 그래서 내가 연극을 시작했어요. 엄마가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주면 아이도 따라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다행히 지금은 친구들이랑 아주 잘 지내고 있어요”라며 흐뭇해 했다.
아이들을 위해 시작한 일인 만큼 아이가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엄마들의 가장 큰 행복이다. 이은영씨는 “우리아이가 반에서 인기 최고에요. 생일잔치를 하는데 아이들이 ‘생일잔치에 가면 너희 엄마 볼 수 있냐’며 대부분이 참가했어요. 엄마 덕분에 친구가 많아졌다며 아이가 좋아하죠” 활짝 웃는다.
모두 다 주인공 일 수는 없어
그러나 연극을 하다 보면 악역도 필요하고 극의 재미를 살리는 익살스런 역할도 필요하기 마련이다. 이럴 때 아이들의 반응이 궁금했다. 혹시나 상처를 받지는 않을까?
시곡초 이경미 학부모 회장이 경험담을 들려줬다.
“몇 년 전에 남자 역할을 했어요. 개구쟁이 남자아이 역할이었는데 아들이 보고는 ‘엄마 안하면 안돼?’ 하더라고요. 아이에게 차근차근 설명해 줬어요. 연극을 위해서는 이런 역할도 꼭 필요하고 그래야 연극이 만들어진다고 말했죠. 다행히 아들도 이해하고 때로는 남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해야 하는 일이 있다는 걸 조금씩 알아가더라고요.”
이경미 회장의 경험에 모두들 고개를 끄덕인다. 무대에서 모두가 주인공일 수는 없지만 각자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엄마의 모습을 보고 아이들이 느끼는 것이 많다고 입을 모았다.
아이들을 위해 바쁜 시간 쪼개가며 2달 동안 준비하는 연극. 깔깔거리고 웃는 아이들을 보면 고단함이 날아가지만 때로는 말 한마디에 상처받고 연극을 그만두는 학부모들도 많다. 정작 엄마들에게 상처를 주는 사람들은 학부모들이다.
“사실 우리가 전문 배우가 아니니까요 연습을 많이 해도 서툰 부분이 많죠. 부족한 점이 많아도 아이들을 위해 시간 쪼개서 연습하고 있으니 마음 열고 바라봐 주셨으면 좋겠어요. 더러 색안경 끼고 보는 분들 때문에 힘들 때도 있다”며 고충을 털어놓는다.
올해 시곡초 연극 주제는 ‘소통’이다. 가족들끼리 서로를 이해하고 올바른 대화와 소통법이 무엇인지 찾아가는 내용이다.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피터팬과 후크선장, 팅커벨이 등장하는 재밌는 동극으로 만들었다.
“내 아이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아이들을 위해 한 해 한 해 공연을 준비한 것이 벌써 5년이 되었다”는 시곡초 동극팀 회원들은 “공연을 통해 우리 아이들과 부모들이 대화하는 즐거움을 배워가길 바란다”고 입을 모았다.
하혜경 리포터 ha-nul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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