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 정신질환을 위주로 보다보면, “학교 선생님이 자꾸 병원 가서 진찰 받아보라고 해서 와보긴 했는데, ADHD는 아니죠?”라며, 자신의 아이가 ADHD는 아니겠지 하고 확인받고 싶어서 내원하는 부모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그렇게 내원한 아이 치고 ADHD가 아닌 경우가 거의 없는데, 필자도 두 딸을 둔 아빠로서 그런 부모의 안타까운 심정이 짐작되어 같이 마음이 아플 때가 많다. 그래서 더욱 더 오진하지 않고 정확하게 진단하려고 노력하게 되는데, 임상에서 ADHD를 진단할 때 어려운 점들을 몇 가지 살펴본다면 다음과 같다.
첫째, 정상 행동과 구별이 어렵다. 정상 아동 중 남아는 57%, 여아는 42% 정도 과잉행동을 보인다. ADHD는 주의집중이나 충동조절과 관련된 뇌신경 회로 자체의 문제가 원인이지만, 이 통계 수치와 같이 정상 아동도 그런 문제와 무관하게도 유사한 모습을 보일 수 있다. 또한 나이가 어리고 저학년 일수록 1년 단위의 학년제에선 같은 학년이라고 하더라도 생일의 차이에 따라서 발달력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점도 생각해봐야 한다.
둘째, 상황에 따라서 증상이 일관성이 없다. 어떤 아이는 낯선 상황에서는 얌전하지만 학교에서만 산만하고 과잉행동을 보여 수업 태도가 엉망일 수 있다. 즉 ADHD로 진단하려면, 어떤 특정 환경에서만 보이는 것이 아니라 가정, 학교, 학원, 직장 등 다양한 환경에서 골고루 나타나야 하며, 특히 학교 담임 선생님이나 학원 선생님 등 노출된 환경에서의 아이를 맡고 있는 담당자들의 의견을 반드시 들어봐야 한다.
셋째, 보호자와 ADHD 아동의 인식이 거의 일치하지 않을 때가 많다. 임상에서 보면 서로 일치하는 경우는 대략 20% 정도 밖에 없다. 특히 청소년일 경우는 거의 대부분 스스로는 문제가 없다고 생각해서 부모와의 인식차가 매우 커진다. 이렇게 인식 차이가 커지고 아동 스스로 병식이 없을수록 ADHD 진단도 어려워지고 예후는 더욱 불량해지게 된다.
넷째, 진단을 위한 생물학적 표지자가 없다. 물론 다른 정신과적 질환들도 마찬가지지만, ADHD는 절대적인 기준보다는 결국 아이가 보여주는 임상 양상과 보호자, 선생님, 학교 친구들 등 주변에 관계된 사람들과의 상호관계 및 인식을 많이 참고해서 진단하게 된다. 드넓은 초원에서 학교 수업보다 바깥 활동을 많이 할 수 있는 조건에선 정상으로 보였을 아이가 대도시의 입시 경쟁 틀 속의 빡빡한 학교 수업과 학원 생활을 못 견뎌낸다면 ADHD 아동처럼 보일 수도 있고, 또 진단될 수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이 ADHD 진단은 매우 어려운 변수들이 개입된다. 또한 ADHD와 같은 정신과적 진단은 일종의 낙인 효과처럼 한 아이의 인생을 좌우할 수도 있다. 있는 증상을 제대로 못 보고 정확히 진단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지만, 지나치게 과장 해석하여 과잉진단 또는 오진을 하게 된다면 환자나 보호자, 그 가족들에게 큰 상처를 안길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요즘 아이들에게 ADHD 진단은 더욱 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휴한의원 노원점 김헌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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