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마포청소년수련관. 30도를 오르내리는 더위가 지속되는 가운데 이곳 실내체육관에서는 아이들의 구령소리와 운동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송파구 스턴트치어리딩팀 ‘블랙이글스’의 연습시간. 다가올 중국 난징에서의 대회를 앞두고 연습에 더욱 집중하고 있는 이들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블랙이글스 40여 명의 멤버들은 모두 ‘아름다움 꿈 지역아동센터(마천동)’에 다니는 아이들. 초등학교 1학년부터 고등학교 1학년까지 연령도 다양하다.
아름다운 꿈 지역아동센터 홍금표 대표는 “2011년 처음 방과후 형식으로 액션 치어리딩을 시작했는데 다른 과목이나 활동에 비해 아이들의 집중도나 열정이 남달라 모두가 놀라워했다”며 “아이들이 치어리딩을 하며 스스로에게 자신감을 갖고 또 모든 일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 ‘뭔가 해내고야 말겠구나’라는 확신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들의 활동은 ‘우리도 섬김을 실천하자’는 봉사의 마음으로 시작됐다. 재능도 많고 마음도 예쁜 아이들. 치어리딩을 통해 ‘끼’를 발산할 수 있는 기회로 만들기로 한 것.
기회는 뜻하지 않게 찾아왔다. 사회봉사학점을 이수하기 위해 센터를 방문한 대학생들이 바로 한양대학교 응원단 출신이었던 것. 이들에게서 치어리딩의 기초를 배우기 시작한 아이들. 그러던 중, 미국에서 치어리더를 하던 유학생이 방학 중 센터를 방문, 아이들은 본격적인 치어리딩의 길에 입문하게 됐다.
홍금표 대표는 “신나고 흥겨운 치어리딩 자체가 우리 아이들과 정말 잘 맞았다”며 “누가 시키지 않아도 아이들을 날마다 자발적으로 모였고 또 모이기만 하면 치어리딩 연습을 하고 각본을 짜며 시간이 날 때마다 연습하고, 연습하고, 또 연습했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또 그는 “이런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정말 대견하고 아름답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2011년 ‘전국지역아동센터협의회 서울특별시협의회’ 주최로 어린이 대공원에서 펼쳐진 ‘어린이날 행사’ 동아리경연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는 이들. 상을 받은 이후 아이들에겐 ‘용기’까지 생겨났다.
그러던 중, 성결대학교 응원단(단장 유덕상)으로부터 치어리딩 교습을 시작하면서 ‘드림DREAM’이라는 정식 응원단 팀으로 발돋움하게 됐다. 이후 드림은 지역 행사는 물론 대학교 축제에 합동공연가지 다양한 행사에 초청되어 그들만의 공연을 펼치고 있다.
스턴트치어리딩에 도전!
아이들의 실력 또한 꾸준히 향상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이들에게 또 하나의 운명 같은 만남이 이뤄진다. 바로 대한치어리딩협회 장진우 기술위원장과의 만남이다. 2013년, 장 위원장을 만나며 이제까지의 액션치어리딩이 아닌 스턴트치어리딩에 도전하게 된 이들.
스턴트치어리딩은 체조 기술을 바탕으로 텀블링, 인간 피라미드, 점프, 토스 등 화려한 동작을 섞어 선보이는 치어리딩의 일종. 액션치어리딩보다 고난도의 기술을 필요로 하는 치어리딩이다.
“국내에서는 다소 생소한 스턴트치어리딩이지만 미국을 비롯 유럽에서는 학교생활체육으로 자리 잡을 만큼 익숙하고 또 누구나 즐기는 종목입니다. 아이들이 기술을 완성해가기 위해 노력하고 또 집중하는 과정을 통해 화합과 배려의 마음은 물론 리더십까지 키워갈 수 있습니다. 또 유연성과 체력을 키울 수도 있어 많은 아이들에게 권하고 싶은 종목이기도 합니다.”
‘블랙이글스’ 하늘을 날다
2013년 UCA치어리딩 본부가 한국에 지부를 만들면서 아름다운꿈지역아동센터 치어리더팀은 스턴트 치어리딩으로 새롭게 업그레이드, ‘블랙이글스’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게 된다.
장진우 기술위원장을 비롯한 강사진들의 열정과 아이들의 피나는 노력은 2014년 3월 일본 고베에서 열린 치어리딩대회에 대한민국 대표선수로 출전, 은메달 1개, 동메달 1개 획득이라는 쾌거로 이어졌다. 지난 5월에는 국회의장배 ‘제10회 청소년 치어리딩 페스티벌’에서 초등부 1등, 중등부 2등을 차지하기도 했다.
블랙이글스 활동은 아이들 하나하나에도 큰 변화를 줬다.
문예슬(마천초 5)양은 “맨 꼭대기에 오르는 사람을 플라이어라고 하는데 높은 곳에서 점프하고 회전을 해야 하기 때문에 처음엔 많이 무서웠다”며 “하지만 아래서 받쳐주는 베이스 오빠들을 믿고 또, 내가 실수하면 안 되기 때문에 연습을 많이 한다”고 말했다.
박종현(마천초 5)군은 “텀블링이나 인간피라미드 등 기술을 연습을 해 성공했을 때 정말 큰 행복감을 느낀다”며 “노력하면 뭐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겨 안 되는 기술은 더 많이 연습하고 있다”고 했다.
이재익(마천초 5)군은 학교생활에까지도 큰 변화가 생겼다고.
“스턴트치어리딩을 하다 보니 ‘이렇게 어려운 것도 하는데’라는 생각이 들어 학교에서도 발표 같은 걸 많이 하게 돼요. 저도 모르는 사이 자신감이 많이 생긴 것 같아요.(웃음)”
고등학생들의 경우 진학과 진로에까지 이어지고 있다.
팀의 리더를 맡고 있는 이원준(오금고 1)군은 “중학교 때부터 운동에 관심이 많았는데 이제 치어리딩이 장해희망이 됐다”며 “운동 관련학과에 진학해 관련된 더 많은 공부와 활동을 하고 싶다”는 꿈을 밝혔다. 또 “스턴트 치어리딩은 나에게 큰 변화를 중 활동”이라며 “스턴트치어리딩이 나를 더 ‘친화적’이고 ‘집중력’ 있는 사람으로 만들어준 것 같다”고 했다.
이들은 7월 20일부터 25일까지 열리는 ‘중국 난징 치어리딩 대회 CCA China Cheerleading Open)를 앞두고 맹연습에 돌입했다. 주중엔 센터에 모여, 주말엔 연습환경이 잘 갖춰진 마포청소년수련관에서 4~5시간씩 연습에 몰입하고 있는 이들. 힘들어 지친 모습이 아니라 그치지 않는 웃음소리와 행복한 그들의 미소를 보며 행복을 위해 날아오르는 그들의 날갯짓을 볼 수 있었다.
박지윤 리포터 dddod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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