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신문이 만난 사람- 엄경원 숲해설사와 함께 하는 산책

“넓고 여유로운 숲, 사람과 숲이 더불어 살아가면 참 좋겠네~”

지역내일 2015-07-02
지난달 상록구 덕인초등학교 3학년 학생들은 엄경원 숲해설사와 학교 주변 숲속에서 오전을 보냈다. 나뭇잎 사이로 하늘을 보며 심호흡을 하고, 풀피리를 불며 그야말로 숲에서 뒹굴고 노는 시간. 이날 참여한 학생은 “숲에서 나는 소리와 숲에서 나는 냄새가 좋고, 이것저것 놀 거리가 많다”고 말했다.
엄경원 숲해설사가 평소 자주하는 말은 “아이들을 교실 밖으로 끌어내라”이다. 밖이란 이런 저런 나무가 있는 숲속을 의미한다.
숲속에서는 마스크를 벗어도 된다. 오히려 낮선 전염병을 이길 면역력을 키우기 위해 눈·코·귀·피부·마음을 숲을 향해 활짝 열면 된다. 숲으로 가는 문을 열어줄 엄경원 숲해설사를 따라 나서보자.

숲
 
녹지율이 52%가 넘는 안산시
엄경원 숲해설사는 한국숲해설가협회 사회공헌단, 교육과학부 유치원숲프로그램 전문가협회, 안산시 환경재단 강사단 등 여러 단체에서 단장 또는 회장으로 활동한 그는 이제 고문으로 지도자를 지도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는 “숲이 비교적 적은 사막이나 고원에 있는 나라를 보면 역사적으로 공격성이 강한 편”이라며 “녹지율이 30%면 안정된 도시로 보는데, 녹지율이 52%가 넘는 안산시는 숲과 매우 친한 건강한 도시”라고 말했다.
안산은 산은 높지 않지만, 숲이 많아 녹지율이 타도시보다 높은 편이라고 한다. 안산에 자라는 나무들은 바닷가라는 환경에 맞추어 염분이나 해풍에 강한 나무들이 많은데, 이런 나무들은 뿌리를 깊게 내리는 특징을 갖고 있다고 한다.
엄 해설사는 노적봉, 화랑유원지, 구봉도, 원고잔공원 등을 언급했지만, 가장 좋은 숲은 자신에게 가까운 숲이라고 한다.
 
피톤치드, 적 공격하고 나 지키는 면역성분
움직이지 못하는 식물이 자신을 방어하기 위한 수단으로 만들어내는 독한 화학성분 피톤치드. 편백나무는 유난히 피톤치드를 많다고 하는데, 우리 집 앞에 있는 대부분의 나무들은 큰 도움이 되지 못할지 궁금했다. 
엄 해설사는 “편백나무보다 오히려 소나무에서 더 많은 피톤치드가 나온다”며 숲과 피톤치드의 유익함을 소개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소나무가 30%를 차지하기 때문에 어느 숲속이나 피톤치드는 풍부하다. 또 단풍나무나 활엽수도 차이가 있을 뿐 항산화물질과 음이온이 많이 방출되기는 마찬가지이다. 우리 몸에 기생하는 해로운 병충해를 억제하고 면역력은 높인다.”
숲이 사람에게 주는 이로움은 사실 헤아리기 어렵다고 한다. 흙 한주먹에 미생물은 약 60억 개. 약 500만 년 전 등장한 인류는 이 미생물에 적응되어 싸우기도 하고 정화작용도 하며 조절해 왔다는 것이다. 콘크리트 숲을 벗어나 흙이 있는 숲으로 가는 것은 어쩌면 유전자의 지시에 따르는 것이 아닐까?
 
숲과 사람, 더불어 살아야
엄 해설사는 “7월은 나무가 가장 부지런히 일(광합성)하는 때이다. 꽃을 피우고 가을에 열리는 열매를 위해 저금을 하고, 내년 봄에 피울 싹을 위해 미리 준비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자외선이 강한 계절이지만, 두세 시간 정도는 건강에 오히려 도움이 되기 때문에 마스크를 쓰고 얼굴을 가리고 숲에 가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33년간 군인장교로, 세계를 소개하는 문화해설사로, 용산전쟁기념관 도슨트(지식을 갖춘 안내인)로 등 다양한 일을 했지만 숲해설사는 가장 행복한 일이었다는 엄경원 숲해설사. 안산 시민들이 어느 숲에서 그를 만나 그 초록빛 기쁨에 동참할지….
엄경원 숲해설사는 숲을 인간의 고향, 즉 어머니의 품속이라고 비유했다. “사람들은 넓고 여유로운 숲에서 마음이 풍성해지고 안정감을 갖게 된다. 숲을 귀하게 여기며 숲과 사람이 더불어 살아갔으면 참 좋겠다.”
 
박향신 리포터 hyang308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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