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백화점을 사이에 두고 형성된 수내역 상권, 수없이 많은 상점들이 문을 열고 문을 닫는 것을 지켜보았다. 거기에는 내 고등학교 동창이 꿈을 갖고 시작한 샌드위치 가게와 아이 친구 아빠가 오랜 세월 준비했던 고시를 포기하고 차린 작은 보습학원도 있었다. 또 엄마 친구 분이 남편의 퇴직금으로 상가를 분양받아 꾸린 속옷 가게에서 돌렸던 따끈한 개업 떡의 온기도 생생하다. 우리 이웃의 수많은 꿈이 그곳에서 피어났으나 희망이 달았던 만큼 실패의 쓴 잔을 마시고 떠난 이들도 분명 있었다. 그들의 웃음과 눈물이 스쳐가는 가운데, 여기 또 한 명의 젊은 우리 이웃이 지난 3월, 수내역 한 가운데에 도전장을 던졌다. ‘질 좋은 돼지고기’를 ‘차별화 된 서비스’로 대접한다는 ‘하남돼지집’이다.
문하영 리포터 asrai21@hanmail.net
하남돼지집, 진짜 ‘서비스’가 이곳에
오픈이 오후 5시, 점심 장사는 하지 않는다. 5시가 채 되기도 전에 고기 맛을 못 잊어 벌써 단골이 되어 버린 사람들, 늘어선 줄이 만든 군중심리에 호기심이 발동한 행인들로 가게 앞이 어수선하다. 점심 장사가 욕심이 날 법도 하다.
“저희는 전문적으로 교육받은 직원들이 직접 고기를 구워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드려요. 또 주문을 받을 땐 무릎을 꿇어 고객의 눈높이를 맞춥니다. 여느 고깃집과는 달리 테이블에는 벨이 없어요. 35평의 홀에 10명의 직원이 항시 상주하며 고객의 편의를 봐 드려요” 하남돼지집 김한주 사장의 말이다. “직원들의 에너지 소모가 엄청나기 때문에 점심 장사는 과감히 하지 않고 저녁 시간 고객맞이에 심혈을 기울입니다”라며 김 사장은 덧붙인다. 선택과 집중을 터득한 그의 모습이 과연 ‘젊은’ 사장답다.
직원들은 30대의 김한주 사장을 제외하고는 모두 20대의 젊은 청년들이다. 지난 10여년 바리스타로 강단에서 강의를 했던 김한주 사장의 제자들도 다수 포함되어 있다. 커피를 추출하고 우유의 온도를 정확히 맞추는 섬세한 감각을 가진 바리스타 제자들을 불러 모아 하남돼지집을 오픈하기 1년 전부터 돼지고기에 대한 모든 것을 머리 맞대고 공부했다. 하남돼지집 여러 지점을 돌며 이론에 상응하는 실제도 혹독하게 경험했다. 그 결과는 경기가 힘들다는 요즘, 손님들의 입으로 증명되고 있다.
수내동에서 두 아이를 키운다는 한 주부는 “이집에서 삼겹살을 먹고 난 뒤로는 다른 고깃집은 가본 적이 없다”며 “직원들이 직접 아이들의 입맛에 맞게 고기를 구워주고 심지어는 김치까지 구워 먹기 좋게 한 입 크기로 잘라준다. 항상 고기 굽는 일은 남편이 해서 남편 없이는 고깃집에 가는 것을 꺼려했는데 주중에 바쁜 남편 없이 아이 둘과 오기가 부담 없어 단골이 되었다”고 전했다.
하남돼지집, 진짜 ‘돼지고기’가 이곳에
매일 한돈이 인증한 6개월 된 국산 암퇘지를 냉장상태로 받는다는 김한주 사장. 특별히 돼지고기에서도 1+등급이 나와 육회로도 즐길 수 있다는 횡경막 안쪽살인 갈매기살은 스테이크의 미디움 정도로 익혀 손님들에게 선보인다. 그만큼 신선도에 자신 있다는 얘기다. 그런데 이 갈매기살을 먹을 수 있는 행운은 누구에게나 오지 않는다고.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고기를 최상의 상태로 구워 대접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라서 하루 30인분만 공수해 오기 때문이다.
‘하남돼지집’의 삼겹살이 어떻게 구워지는지 이야기를 들으면 갈매기살이 다 팔렸다고 속상해할 필요는 없다. 갈매기살과 마찬가지로 삼겹살 역시 냉동하지 않은 생고기를 500도가 되어야 불이 붙는 자연산 참숯으로 겉면을 살짝 익혀 손님상으로 낸다. 손님상의 불판을 200도 이상으로 달구고 레이저 온도계로 정확한 온도를 확인한 뒤 초벌구이를 한 통삼겹을 올리고 도톰하게 재단한다. 온도가 중요한 이유는 순식간에 삼겹살 4면을 코팅하듯 익혀 육즙의 손실을 원천봉쇄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고기 굽는 법을 직원들에게 끊임없이 교육시키고 심지어 자체적으로 실기를 포함한 필기시험도 치른다. 아르바이트생들은 고기를 구울 수 없단다. 그에 따른 비용이 만만찮을 텐데 최상의 고기질에 상응하는 사장의 과감한 투자이자, 뚝심 가득한 패기다.
노릇노릇 잘 익은 두툼한 삼겹살은 명이나물 절임에 싸 먹는 것이 영양학적으로도 균형이 맞고 ‘삼겹살 가장 맛있게 먹는 방법’이다. 쫄깃한 식감을 자랑하는 항정살은 김치쌈과 함께 먹으면 더욱 맛이 좋다. 생김치보다는 불판에서 익혀진 김치를 싸 먹는 것을 추천한다.
하남돼지집, 진짜 ‘인생’이 이곳에
직원들이 직접 고기를 굽고 잘라주다 보면 손님들과 이야기를 자연스레 주고받게 되고 분위기가 무르익기 마련. 그럴 때 가끔 손님들이 술을 권할 때가 있다. 그러면 고기를 굽던 직원은 앞치마에서 본인의 잔을 꺼내든다. “한 잔 하겠습니다”라고 큰 소리로 외치고 다른 손님들과 직원들에게 양해를 구한다. 다들 “한 잔 하세요”로 응수하며 분위기를 돋운다. 마치 홀 안 여러 테이블에 앉은 각각의 손님들은 흥겨운 잔칫집에 초대받아 함께 놀러온 기분이 되고 이곳저곳에서 “한 잔 하겠습니다”, “한 잔 하세요”가 이어진다.
내 남자친구 부모님을 처음 뵙는 쑥스러운 자리, 인근 백화점 직원들이 늦게까지 일을 하고 고단한 몸을 위로받는 자리, 사춘기 아들과 아버지의 침묵이 흐르는 어색한 자리에 불판 한판 놓아 보면 어떨까. ‘고기 재단사‘들이 구워주는 삼겹살 한 점으로 그들 인생의 한 페이지는 풍요롭게 기억될 것이다.
‘하남돼지집’을 찾는, ‘하남돼지집’을 꾸려가는, 모든 이웃들에게 찬란한 건배를!
위치 분당구 황새울로 258번길 32
문의 031-726-3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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