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_ 우리 마을을 가꾸는 사람들_ 목동 고3 엄마들의 독서 동아리 ‘일파만파’
“책보다 더 감동적인 ‘사람’들 만나보실래요!”
‘일파만파’는 목동에 사는 고3 엄마들이 모여 만든 독서 동아리다. 아이가 같은 반 친구였던 엄마 3명이 의기투합해 독서 동아리를 만들고 지인들도 초대했다. 나이도 직업도 다른 여러 명의 엄마들이 모임에 참석했고 매주 한 권씩 책을 선정해 독서토론을 이어갔다. 이들은 영화도 보고 팔찌를 만들어 자녀들과 소통을 시도하더니 드디어 한양도성 투어까지 나섰다. 책을 통해 나를 찾아가고, 책보다 더 감동적인 사람을 읽어내는 ‘일파만파’ 회원들의 이유 있는 책읽기를 공개한다.
내면의 행복 찾자 삶의 여유 생겨
“나이가 들면 자신만의 틀 속에 생각이 갇히게 되는데 책을 읽고 서로 다른 의견을 나누다보면 소통하게 됩니다. 책을 매개체로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고 문제 해결에 대한 조언도 들으며 서로의 입장에 대한 공감도 하고자 독서 동아리를 결성하게 됐습니다.” 일파만파의 회장을 맡고 있는 정숙향씨의 설명이다.
책을 읽고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보면 어느덧 마음이 편해짐을 느끼는 회원들. 덕분에 내면의 행복을 찾고 삶의 여유도 생겼다. 이런 영향은 결국 가족들에게 미친다.
김은화 회원은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듣게 돼 타인을 이해하게 되고 이런 기분을 집으로 가져가 아이들과 남편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고 고백한다. 아이들 행동에 잘했다 못했다 구분시키고 다그치던 행동이 멈춰지는 여유가 독서로 인해 생긴 것이다. 이승희 회원은 “일파만파는 엄마가 건강해야 가정이 건강해진다는 모토로 만들었다”며 “엄마들이 모여서 하는 수다가 입시 아니면 자랑 밖에 없다. 이런 주제로 떠들고 나오면 왠지 모를 허전한 느낌이 남는데 책으로 서로의 인생을 이야기하다 보면 스스로 건강해짐을 느낄 수 있다”고 전한다.
고3 엄마들, 책 읽기에 빠진 이유
같이 읽고 공감하고 얘기할 수 있다는 것 또한 큰 행복이다. 배상임 회원은 “진정한 독서가 무엇인가를 조금씩 알아가는 시간이 행복하다”며 “독서는 진정한 나를 찾은 과정이며 아이와도 책으로 소통하게 된다”고 전한다.
매주 모이는 만큼 쌓이는 믿음과 신뢰가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러다보면 수위 조절이 제대로 안 돼 울컥할 때면 자신도 모르게 속내를 드러내고 만다. 그러할지라도 서로 감싸주고 이해해주기 때문에 다음 모임에 대한 희망을 줄 수 있는 것 자체가 책의 힘이고 서로 간에 존중하는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주변에서 표정이 밝아졌다는 표현도 자주 듣는다. 고3 엄마들에게 쉬운 일이 아닐 터. 곽은희 회원은 “큰 아들 고3을 치르면서 우울증으로 사람 만나는 것도 힘들었는데 여기 회원이 되면서 살아가는 활력소를 찾았다”며 주변에서 먼저 알아보고 밝아졌다고 말해준단다.
사회복지사 공부를 하면서 책 읽기와 멀어졌지만 다시 책을 접하게 되면서 항상 책을 손에서 놓지 않는 윤미경 회원은 “책의 내용이 다양한 만큼 주제도 다양해 이야기 거리가 항상 넘쳐 수다의 즐거움에 빠진다”고 표현한다. 공지선 회원은 “책 읽기는 나를 찾는 시간”이라며 “큰 아이 고3을 거치면서 허탈했고 그동안 시어머니도 돌아가시고 뭔가 변화시킬 계기가 필요했다. 올해 목표인 ‘나를 찾는다’는 것을 독서 동아리에서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엄마가 건강해야 가정이 건강해진다
회원들이 읽는 책은 각자가 읽고 싶은 것으로 추천을 받았으나 작년부터 책 리스트도 미리 선정하고 한양도성 투어, 천재화가 프리다 칼로 그림을 감상하는 미술관 투어, 다큐멘터리 영화도 함께 관람하는 등 한 달에 한 번 문화행사도 첨가했다.
지난 문화행사 때는 아이들에게 산악 로프를 이용한 레고 팔찌를 만들어 선물하기도 했다. 엄마가 만든 팔찌를 학교에 차고 간 다음날부터 친구들과 선생님으로부터 만들어달라는 주문이 폭주해 이런 일을 계기로 힘든 고3 아이들에게 웃을 기회를 주기도 했다.
여기에 힘입어 이번엔 부엉이 퀼트를 계획하고 있다. 고3 수험생 엄마들인 만큼 수능 대박을 기원하는 의미로 지혜와 복의 상징인 부엉이를 만들어 또 한 번 아이들과 소통을 시도할 예정이다.
올해 일파만파 회원들은 책 읽기 외에 꿈이 하나 더 있다. 심리학 자격증, 상담사 공부, 사회복지사, 웃음치료사, 브레인 트레이너 직업 등 회원들이 가진 다양한 재능을 기부해 폭넓은 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송정순 리포터 ilovesjsmore@naver.com
미니 인터뷰
정숙향 회장
“나이가 먹으면 시각이 단순화되고 자기주장이 강해지잖아요. 이럴 때 다른 사람의 시선이나 시각을 알아야 합니다. 책을 통해 나와 다른 생각을 듣게 되고 나의 단점을 이야기 할 수 있는 용기도 생겨 서로 소통하게 됩니다.”
엄현주 회원
“아이 유치원 때부터 책읽기 모임에 참여한 것이 어느덧 10년이 됐고 또 다른 책읽기 모임인 ‘일파만파’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책읽기 모임마다 성격이 다르고 혼자 읽기 힘든 책을 정독하게 되는 건 함께 하는 즐거움이 있기 때문입니다.”
나남숙 회원
“책을 읽고 토론을 하고 나면 마음에 힐링이 돼 아이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고3 엄마라는 힘든 상황에서 관심을 책으로 돌리면서 여유가 생겼고 정말 싫어했던 성곽 투어도 함께 해서 즐거운 마음으로 참여하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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