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칼럼

호미로 막을 거 이제는 가래로도 못 막는다

지역내일 2016-01-13

문학 작품의 감상은 1차적인 판독을 통해 사실적인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정확한 서사구조를 읽어내지 못한 상태에서 교수자의 감상과 해설이 개입되면 학습자는 감상의 기회를 잃거나 왜곡된 감상 습관을 지니게 된다. 특히 많은 학생들 틈바구니 속에서 교수자의 문학 감상을 일률적으로 지도받은 학생들은 감상의 본질인 보편적인 정서에 도달하지 못하거나 대부분 형식적인 요소에 집착한다. 이렇게 잘못된 문학 감상 습관을 지닌 학생들이 내신이나 수능을 대비하기 위해 읽어나가는 문학은 더 이상 아름다움의 대상이 될 수 없다. 그저 새장 속에서 길들여진 습관에 불과할 터이니 말이다.
졸자는 이를 바로잡기 위해 1차적인 판독 과정을 좀 더 구체화하여 각인시키도록 유도하고, 작가의 의도가 스민 형식적 요소들을 분별해내어 보편적인 감상에 이르는 독해감상법을 창안하여 수업에 적용하여 보았다. 과학고에 다니는 정군의 경우, 처음 만날 당시 문학을 제대로 감상하지 못하고 넘겨짚거나 논리적인 확률로만 답을 고르는 모습을 보였다. 어휘력, 독해력 기초 진단 결과 배경지식이 같은 학년 친구들에 비해 아주 우수한 편이었다. 하지만 정군의 어머니는 유독 문학적인 감(感)이 없다고 걱정을 하셨다. 그래서 현대시 중에서 이육사의 ‘교목’이란 작품을 주고 기본적인 1차 판독을 유도하였다. 그리고 2차적으로 작가의 의도를 찾아내어 보편적인 감상을 하고 있는지 살펴본 결과, 가장 큰 문제는 시어의 의미해석을 본인이 학습한 틀에 얽매여 단순히 찍거나 암기한 대로 기계적으로 해석하려는 경향이 가장 큰 문제였다.
예를 들어 “차라리 봄도 꽃피진 말아라”라는 구절에서는 ‘말아라’라는 금지사가 부정어로 등장하였으니 ‘꽃’도 부정적인 의미일 수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했다. 또 “검은 그림자 쓸쓸하면/ 마침내 호수 속 깊이 거꾸러져/ 차마 바람도 흔들진 못해라”라는 시행에서 ‘검은 그림자’가 교목의 내면일 수 있느냐는 질문에 ‘부정한 세력’만 가능하다고 대답했다. 실제로 시어의 의미 범위는 시의 텍스트 구조가 가진 사실적인 서사구조의 범위 내에서만 의미 확장이 가능하다. 그래서 시어의 상징적 의미 범위라는 것은 기계적으로 학습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며, 그래서는 수학능력 시험이 요구하는 문학의 보편적 감상에 도달할 수 없다.
지금 이 순간에도 문학을 자습서와 문제집으로 학습해가는 학생들이 있다면 반드시 일깨워주기 바란다. 문학은 1차적으로 사실적인 판독이 정확한지 점검하는 것이 가장 우선이며, 감(感)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다. 사실적인 서사구조를 바탕으로 보편적 이해에 도달해야 비로소 제대로 된 감상을 할 수 있다.



최 강 소장
독해 전문가, 미담(美談)언어교육 연구소장
문의 : 042-477-7788
www.sindlin.com


주요이력
  현 미담 국어논술 학원장
  현 노은 미담 국어논술 학원장
  현 해법독서논술 세종·대전북부지사장
  (주)메가넥스트 NCS 직업기초능력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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