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화에 빠져들다
탄성이 절로 나오는 압화 작품들. 어떤 것은 꽃으로 만든 것이 맞나 싶어 가까이 가서 눈으로 확인해보니 꽃이 맞다. 아름다운 꽃과 잎으로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 ‘파주시압화연구회’ 사람들을 만났다.
김수정 리포터 whonice@naver.com
“꽃이야? 그림이야?”…탄성 자아내는 작품들
꽃이나 잎을 눌러 말린 재료로 완성하는 그림, 압화. 최영애(60) 파주시압화연구회 회장은 “꽃을 만지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된다”며 압화의 매력을 설명했다. 자연을 그리워하는 인간의 본성을 충족시키는 예술 활동 중 하나가 바로 압화라는 것.
지난 12일, ‘2015 심학산 돌곶이 꽃마을 정원 투어링’ 행사현장, 야외부스에서는 파주시압화연구회 회원들의 압화 전시회가 열렸다. 이젤 위를 장식한 압화 작품들은 행사장 주변에 펼쳐진 푸르른 자연환경과 어우러져 더욱 빛을 발했다. 탐스러운 과일이나 꽃을 한 폭의 정물화처럼 표현한 작품에서부터 운치 있는 자연 풍경을 수채화처럼 표현한 작품, 그리고 마릴린 먼로 등의 인물을 꽃으로 표현한 작품 등 다양한 개성과 매력을 뽐내는 작품들이 많았다. 어떤 작품들은 꽃으로 만든 것이 의심될 정도로 섬세하게 표현된 것들도 있어 보는 이들로 하여금 탄성을 자아냈다.
이들 작품을 전시한 파주시압화연구회는 파주시농업기술센터에서 압화 강좌의 초·중·고급 과정을 모두 이수한 이들로 구성된 모임이다. 40~50대의 여성들이 주를 이루며 현재 20여명의 회원이 몸담고 있다. 이들은 매달 작품 작업을 함께 하며 교류하고, 매년 압화 공모전에도 참가해 다수의 수상작을 내고 있다. 또한 파주시에서 개최하는 각종 행사에도 참가해 압화 체험 및 전시 부스를 열며 압화의 대중화에도 힘쓰고 있으며, 지역 곳곳에서 압화 강의 봉사를 통해 재능 나눔도 실천하고 있다.
많은 정성과 노력, 세밀함 요구돼
꽃이나 잎이 하나의 아름다운 그림으로 탄생하기까지는 많은 정성과 노력이 필요하다. 파주시압화연구회 회원들 설명에 따르면 이들은 재료로 쓰일 꽃이나 식물들을 1년 내내 계절별로 채취한다. 김순자(59) 회원은 압화에 매료되면서 늘 일상 속에서 주변을 흘려보지 않고 작가의 눈으로 관심 깊게 바라보고 있다고 했다.
“작품에 맞는 재료를 떠올리며 이건 뭐에다 쓸까, 저건 뭐에다 쓸까 생각해요. 때론 집 앞 텃밭에서 재료를 구하기도 하고 때론 오렌지나 딸기 같은 열매를 사다가 미리 말려두기도 하죠. 또 가끔씩 남편이 어디선가 꽃을 구해다 주기도 해요.”(웃음)
채취한 꽃이나 잎 등은 3일 정도, 건조시트에 말리는 작업을 반복하는데 여기에 들어가는 정성이 만만치 않다고 한다. 또 본격적인 작품 만들기에 들어가서는 핀셋이나 작은 도구 등을 이용해 하나하나 재료를 풀로 붙여 작품을 만드는데, 정신을 온통 손끝 하나에 집중해야 할 만큼 세밀함을 요한다고 한다. 이렇게 온갖 정성을 거쳐 탄생한 압화는 꽃 자체의 아름다움과는 또 다른 매력을 발산하며 지지 않는 꽃으로 우리 곁에 머물게 된다.
압화, 현대인의 스트레스 완화, 정서 안정에 좋아
압화는 자연에서 채취한 재료들을 활용해 창작활동을 펼친다는 점에서 여느 미술활동과는 다른 감성을 불러일으킨다. 특히 압화는 원예치료와 마찬가지로 현대인의 스트레스 완화 등 정서적 안정과 치유에도 좋은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주목받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파주시압화연구회 회원들은 그들의 재능을 살려 지역 사회 곳곳에서 압화 강의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원예치료사로 활동 중인 허해숙(53) 회원은 지역 내 특수학교, 요양병원, 학교 등에서 강의 봉사를 하며 원예와 압화를 겸해 가르치고 있다. 그는 특히 압화에 대한 수강생들의 반응이 좋다고 했다.
“원예와 압화 모두 혈압상승을 억제하고 분노를 억제하는 등 정서적인 면에서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어요. 특히 압화는 꽃을 만지는 것 자체로 힐링이 되고, 핀셋으로 꽃을 하나하나 붙이는 과정에서 소근육 발달과 집중력을 기를 수 있죠. 강의 현장에서 압화의 이런 효과를 많이 느끼고 있어요.”
압화의 매력, 많은 이들과 공유하고파
압화가 사람들의 관심을 받기 시작한 것은 몇 년 되지 않는다고 한다. 이들은 압화가 더욱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고 활성화되길 희망하고 있다. 김순자 회원은 “좋은 작품들이 집에 그대로 쌓여있는 경우가 많다”고 아쉬움을 토로하며 “전시할 수 있는 기회가 더욱 많아지고 지역사회에서 판매도 할 수 있는 판로가 마련되면 좋겠다. 수익금은 불우이웃을 돕는 데도 쓰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영애 회장은 “우리 회원들이 작가로서의 역량을 더욱 높여가길 바라고, 이를 토대로 공모전 등에서 좋은 성과를 많이 거뒀으면 좋겠다. 또 지역사회 봉사도 활발히 이어갈 생각”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압화는 그림 뿐 아니라 생활소품이나 액세서리, 가구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시킬 수 있다”며 “작품 위주의 활동에서 더 나아가 지역 특산품과의 연계를 통해 상품 판매로까지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했다. 유구한 역사 속, 자연에서 살아온 인간의 몸속에는 자연을 그리워하는 DNA가 있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예술적인 감각으로 재탄생시키는 이들의 작품과 활동상이 지역 사회 곳곳에서 다양한 형태로 빛을 발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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