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열전-해솔초등학교 아버지회

내 아이 아빠에서 모두의 아버지로

지역내일 2015-12-28

요즘 학교에는 아버지들의 발길이 잦다. 공개수업 때만 해도 갈수록 아버지들의 참여율이 높아지는 추세다. 그럼에도 아버지들의 모임 참여는 아직은 적은 편이다. 그런 면에서 파주 해솔초등학교(교장 이병옥)의 아버지회 활동은 본보기가 될 만하다. 



학교를 지키는 아버지들
해솔초 아버지회는 학교주변 지킴이 저녁순찰 활동, 학부모와 교사 체육대회, 가을산행 등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학부모회 담당 강혜정 교사는 “아버님들이 교육에 관심 가져 주시고 함께 해주셔서 많은 힘이 되고 있다. 아버지회의 참여는 자녀교육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2년째 해솔초 아버지회를 끌어가고 있는 회장 이준석씨는 소박한 마음으로 학교 일에 참여했다. 공적인 단체에 처음으로 참여해봤다는 그는 “아이가 학교에 다니는데 아버지로서 할 일은 뭘까. 시간 날 때 가서 휴지라도 주워주자는 마음으로 시작했다”고 말했다. 어떤 일을 할까 고민하던 참에 떠오른 것은 학교 주변 저녁 순찰이다.
“엄마들은 아침이랑 낮에 봉사하니까 아빠들은 퇴근하고 와서 저녁에 아이들이 위험할 수도 있으니까 순찰하자고 제안했죠.”
가을산행도 아버지회가 주도한다. 올해에는 10월 31일에 교사회와 학부모, 학생들이 함께 심학산에 올랐다. 교사들과 함께 하는 체육대회도 열어 화합의 시간을 가졌다. 내년에는 일상적인 체육활동을 더 늘릴 계획도 갖고 있다.
이준석씨는 자녀가 6학년이라 내년에는 해솔초 아버지회를 떠나게 된다. 그는 “아버지회를 꾸리려면 홍보가 중요하고 어머니회와 밀접하게 연계하는 것이 좋다. 해솔초 아버지회는 교장 선생님을 비롯한 선생님들과 밀접하게 소통해서 서로에 대한 불신이 없었고 덕분에 모든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됐다”고 말했다.



퇴근 하고 학교에 가다
아버지들이 교육에 참여하고 싶어도 못하는 것은 생업에 종사해야 하기 때문이다. 해솔초 아버지회에서 총무를 맡고 있는 황정규씨도 밤 10시를 넘겨 퇴근하는 바쁜 아버지다. 친구 같은 아버지를 꿈꿨지만 아이가 잠든 후에야 집에 들어가니 이야기 나누기도 어려운 현실이었다. 황씨는 조금이라도 아이와 시간을 갖게 될 것 같아 아버지회에 참가했다. 때로는 일을 다 마치지 못해 행사에 참여하고 다시 회사로 돌아가 일을 마치기도 한다. 하지만 바쁜 시간을 쪼개 참여한 만큼 아이와 부쩍 가까워진 느낌이다.
“전에는 애 엄마가 얘기를 안 해주면 아예 몰랐는데 지금은 아버지회를 통해 조금이라도 알 수 있어요. 학교에 더 관심이 생겼고 신경을 더 쓰게 됐죠. 학교나 아이를 위해 더 도움이 될 수 있는 게 뭘까 고민하게 됐어요.”
식구들을 책임지는 가장으로서의 책임에 학부모로서 갖는 책임이 더 생겼지만 힘들기보다 기쁜 이유는 친구 같은 아빠가 되고 싶은 바람 때문이다.
“저의 경우는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셨는데 그 때문에 무섭던 기억밖에 없거든요. 저는 아이한테 친구 같은 아빠가 되고 싶었어요. 아이는 더 놀아달라는데 퇴근 시간이 늦으니까 미안하죠.”



아버지들의 건강한 ‘바지바람’
부회장 박찬우씨는 자녀가 학교에 입학하면서 아버지회 모집 공문을 보고 참여했다. “저녁에 시간을 내기 어려워 많이 활동하지는 못했지만 학교에 관심을 가지니까 아내가 좋아해요.”
아버지회에 참여하지 않았다면 몰랐을 텐데 학교 운영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는 그는 “아내보다 제가 선생님을 자주 보는 경우도 있다”며 웃었다.
그렇다면 자녀들은 아버지회의 참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초등학교 6학년 자녀를 둔 이준석씨는 처음에는 아이가 아버지회 활동을 그리 달갑게 여기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아빠가 학교에 참여해주어서 기쁘고 흐뭇했다”고 말한다고. 아버지회를 통해 이웃들과 돈독해지는 정은 덤으로 따라왔단다.
“대부분 같은 동네에 살면서도 이웃사촌이란 말이 무색하게 지나갈 때 누군지도 몰랐는데 아버지회 활동을 한 후로 얼굴을 보면 반갑게 웃으면서 지낼 수 있다는 점이 좋아요.”
치맛바람 하면 편협하고 비합리적인 학부모 활동을 떠오르게 하지만 해솔초 아버지회의 참여는 건강한 ‘바지바람’이라 부를 만했다. 학교와 공동체에 대한 그들의 애정 어린 시선에서 내 아이만이 아닌 모두의 아이를 함께 키우는 진심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이향지 리포터 greengreen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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