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수학 수업 우수사례 공모전 최우수상 금옥여고 서형순·양향모·이희영 교사
“거꾸로 교실 도입 후 수업 분위기가 달라졌어요”
금옥여자고등학교(교장 김종화) 서형순, 양향모, 이희영 교사가 한국창의재단이 주최하는 ‘2015 좋은 수학 수업 우수사례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거꾸로 교실’ ‘하브루타를 기반으로 한 메타인지 수학수업’을 도입해 단순한 강의식 수업이 아닌 학생들이 직접 참여하고 주도하는 수업으로 수학에 대한 흥미는 물론 성적까지 향상시킨 금옥여고의 수학수업 현장을 살펴봤다.
송정순 리포터 ilovesjsmore@naver.com
보이는 수학, 실험하는 수학, 질문이 있는 교실
금옥여자고등학교 1학년 수학수업 시간. 칠판에 개념을 나열하고 문제를 푸는 교사는 없고 삼삼오오 짝을 지은 아이들이 오히려 문제를 만들고 있다. 어떤 내용을 모르는지, 중요한 개념이 무엇인지 상의한 다음 문제풀이를 쓰면서 설명하는 아이가 있고 그것을 영상으로 찍는 팀이 있다. 이 과정에서 모르는 부분은 끊임없이 질문을 쏟아낸다. 질문에 대한 답은 선생님이 아닌 같은 반 친구들이다.
금옥여고에서 진행한 이 수업은 ‘하브루타를 기반으로 한 메타인지 수학수업’과 ‘거꾸로 교실(flipped classroom)’을 응용해 만들어냈다. 유대인들의 교육법으로 알려진 하브루타는 모든 현상을 토론으로 분석하고 근본이치를 이해하는 교육방법이며, 거꾸로 교실은 교사가 만든 디딤영상(수업 동영상)을 학생들이 미리 집에서 보고 온 후, 다양한 활동으로 수업시간을 채워나가는 새로운 형태의 수업방식이다.
이 수업을 계획한 건 이 학교의 서형순, 양향모, 이희영 수학교사다. 이들이 이 수업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수업을 열심히 준비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이 자거나 무기력해져 교실에 에너지가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희영 교사는 “교사가 지식을 일방적으로 전달하고 학생은 수동적으로 지식을 전달받는 일방적인 수업에서 벗어나 학생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수업을 만들고 싶었다”며 “수학을 힘들어하고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는 학생들에게 공부 방향을 알려주고자 계획하게 됐다”고 설명한다.
중간고사 이후, 오히려 성적 향상
교실을 변화시켜야겠다는 희망을 안고 ‘거꾸로 교실을 통한 수업혁신-미래교실을 디자인하다’ 와 ‘유대인 학습법-하브루타’에 대한 직무연수를 받은 후 교내 연수를 거쳐 바로 수업에 적용했다.
먼저 수업을 하기 전 교사는 배울 내용을 미리 동영상으로 찍어야 한다. 처음엔 수업 영상 만드는 것이 쉽지 않았다. ‘어떻게 설명하면 아이들이 잘 알아들을까’를 고민하며 다시 찍기를 몇 번, 그러다보니 영상 만들기에도 시간 투자가 필요했다. 수업 시간에 진행할 다양한 활동은 전국의 ‘거꾸로 교실’ 수업을 먼저 진행했던 교사들이 만든 온라인 커뮤니티를 참고해 수업자료를 만들었다.
새 학기가 시작되면서 하브루타를 이용한 수업을 한다고 했을 때 반대하는 학생도 있었고 생소한 느낌의 활동 위주의 수업이라 싫다고 하는 학생도 있었다. 하지만 수업이 진행되면서 단순한 강의식이 아닌 직접 참여하고 친구들과 팀을 이뤄 함께 참여하는 수업에 만족도는 점점 올라갔다. 양항모 교사는 “12년 동안 해오던 방식과 달라진 수업 모습에 불만을 토로하는 학생들이 있었지만, 중간고사 이후 수학성적이 향상되자 아이들이 더 적극적으로 수업에 참여하게 됐다”고 설명한다.
수학으로 그림도 그리고 강사가 돼 설명도 하고
거꾸로 교실 이후 아이들의 변화는 두드러졌다. 조용하던 예전 교실과 달리 오히려 수업 시간이 시끄러워졌다. 칠판이 없는 야외에서 수학 수업을 할 수 있다는 것 또한 큰 변화다. 수학에 대한 흥미뿐만 아니라 성적도 향상됐다.
수업 내용 또한 다양해졌다. 예를 들어 ‘도형의 평행이동과 대칭 수업’은 그림으로 활용한다. 수학에서 그림을 그리라고 했을 때 막연하고 어려워했던 아이들이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을 총동원해 그림을 그리고 방정식으로 표현했다. 대칭이동과 평행이동에 관해 주어진 조건이 있어 대부분의 학생이 어려워했지만 생각지도 않은 훌륭한 그림이 나와 친구들끼리 서로 감탄하기도 하고 수학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었다는 수업 평가도 나왔다. 비로소 아이들은 수업이 끝나면 확실히 새로운 것을 배워 익혔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고백했다.
서형순 교사는 “제대로 알아들었는지 알 수가 없었던 과거 수업과 달리 거꾸로 교실을 하면서부터 아이들이 아는 것이 무엇이고 모르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구분하게 됐다”며 “아무도 졸지 않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즐거운 수학 수업이 드디어 이뤄졌다”고 즐거워한다.
고등 수학, 학생중심의 협동 교실 가능 입증
올해 교육성과를 바탕으로 ‘메타인지 수업’이 교사들 사이에서 관심이 많아졌다. 이미 혁신학교로 다양한 방식의 수업이 시도되고 있는 금옥여고에서 내년에는 영어와 국어 교과 등 다른 과목으로 거꾸로 교실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하지만 갈 길은 아직 멀기만 하다. 교과별, 단원별, 수준별로 세부적인 활동계획을 체계적으로 수립해야 하고 단원별로 하브루타의 의미 있는 발문도 개발하고 수업에 적용 가능한 모형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서형순 교사는 “대학입시가 중요한 고등학교 시절, 활동중심의 수업모형은 적용하기 힘들 것이란 예상을 깨고 이번 연구를 통해 교사가 준비한다면 고등과정 수학 수업도 학생중심의 질문 있는 교실이 가능하다는 것을 경험하게 됐다”며 “‘수학수업이 기다려진다’, ‘수학에 재미를 느끼고 수학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졌다’는 아이들의 반응을 보며 거꾸로 교실 수업에 대한 확신이 들었다. 내년에도 용기를 가지고 더 열심히 준비하겠다”고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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