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 키만 한 가야금을 무릎에 다소곳이 올려놓고 창을 하는 아이들. 아이돌 가수들의 노래를 더 좋아할 나이지만, 뱃노래와 아리랑을 더 좋아하고 즐겨 부른다는 친구들이 있다. 백석초등학교(교장 양숙자) 가야금 병창부 친구들이다.
남지연 리포터 lamanua@naver.com
일주일에 한번 만나는 가야금과의 즐거운 시간
시끌벅적하던 교실이 ‘다단’ 선생님의 장구 장단이 들리자 이내 조용해진다.
“동해~바다~ 저 멀리~우뚝 솟은 울릉도라” 작은 몸집에서 나오는 우렁차고 시원한 소리가 교실을 가득 채운다. 백석초 가야금 병창부는 방과후 교실의 한 수업이다. 전 학년을 대상으로 일주일에 한 번 씩 수업이 이뤄진다. 현재는 14명의 인원이 가야금 병창부로 활동하고 있다.
가야금 병창은 가야금 연주에 맞춰 판소리나 민요 등을 노래하는 예술이다. 가야금 연주법, 창하는 법을 한꺼번에 배워야 하기에 힘이 부칠 텐데도 고학년이 될 때까지 몇 년 째 이 수업에 참여하고 있는 학생들이 많을 정도로 가야금이 주는 매력에 푹 빠져있다. 학생들은 가야금만이 갖는 청아하고 깊은 울림이 단연 으뜸이라고 이야기한다. 아리랑을 가장 좋아한다는 김시연 학생(4학년)은 “가야금 소리는 뭐랄까. 청아해요. 이 소리를 듣고 있으면 마음까지 맑아져요. 가야금 병창을 하면서 우리 민요를 구성지게 부를 수 있게 된 것 같아요”라고 한다. 또한 대중적인 서양 악기와 달리 전통 악기를 배운다는 자부심과 자신감이 대단하다. 이솔 학생(4학년)은 “제가 잘 할 수 있다는 것이 또 하나 생겼다는 게 뿌듯해요. 학교 발표회 때도 가야금을 할 수 있잖아요”라고 말한다.
저학년은 서툴지만 열심히 배우려는 자세가, 고학년은 후배들을 배려하고 이끌면서 수업 분위기를 훈훈하게 만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임정미 강사는 “수업 분위기가 너무 좋다. 3학년은 3학년대로, 6학년은 6학년대로 굳이 시키지 않아도 각자의 역할을 잘 해주고 있다. 특히 학부모님들의 지원과 관심으로 외부 대회 등 무대 경험을 자주 갖고 있다” 고 말했다.
각종 대회에서도 실력을 인정받은 학교의 자랑
실력 또한 으뜸인지라 백석초의 자랑이 되고 있는 가야금 병창부. 지난해엔 고양행주전국국악경연대회 최우수상, 부평전국학생국악경연대회 대상(인천광역시 교육감상) 등을 수상하기도 했고, 고양시 예능경연발표대회 무대도 여러 번 장식했었다. 임정미 강사는 “되도록 전 인원이 무대에 서도록 하고 있다. 수상이나 결과를 떠나 공연이나 대회가 아이들에게 큰 경험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고양시 행사, 혹은 멀리 서울 지역까지 자선공연을 하며 재능기부에도 앞장서고 있는 팀이다.
초등학교에서의 가야금과의 만남이 자신에게 귀중한 경험이자 추억이 된다고 이야기하는 친구들. 손지민학생은 “가야금을 하면서 우리 옛 노래를 많이 알게 됐어요. 이젠 오히려 민요가 익숙할 정도예요. 중학교 가서도 판소리 공부는 더 하고 싶어요”라고 했다.
어른과 비교하면 비단 기교가 부족할 지라도 가야금 현을 대하는 자세와 마음은 그에 못지않은 백석초 가야금 병창부다.
임정미 강사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많은 보람을 느끼고 있어요. 가야금과 창을 익히며 국악이 지겹다는 선입견이 많이 사라진 것 같아요. 특히 우리 옛 것을 배우고 익힌다는 것 이상으로 아이들 스스로 자부심을 가지고 수업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김채린, 손지민 학생(6학년)
“가야금의 매력은 아무래도 청아한 소리가 으뜸이죠. 연습을 하다보면 손가락에 물집이 잡혀 아플 때도 있었지만 가야금과 소리가 좋아 몇 년째 쭉 배우고 있답니다”(김채린)
“친구 추천으로 가야금병창부에 들어왔어요. 배우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무대에 설 때마다 보람과 자부심이 들어요”
박성현, 김근영 학생(3학년)
“배우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언니들과 선생님께서 잘 가르쳐 주셔서 실력이 많이 늘었어요. 친구들과 언니들과 함께 무대에 섰던 기억이 가장 남아요. 앞으로도 더 많은 무대에서 가야금 소리를 들려주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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