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고교평준화를 실시하고 있는 서울시에서 처음 도입되어 올해로 7년째에 접어들고 있는 고등학교 선택제. 처음의 우왕좌왕하던 모습도 이제는 어느 정도 사라졌지만, 여전히 고교 선택을 앞두고 학교 결정에 대한 고민이 많은 게 사실입니다. 대입에서의 수시전형이 확대되면서 과거 뛰어난 성적으로 입소문 났던 학교 외에 탄탄한 교내 프로그램으로 무장한 신흥 명문 학교들도 등장하고 있는 현실이죠.
자신이 원하는 1지망, 2지망 학교에 100% 진학한다는 확신도 없습니다. 그렇다고 허투루 지원 학교란을 채울 수는 없는 일입니다.
송파강동광진 내일신문 교육리포터들이 학교현장에서 취재하면서 느낀 생각들을 풀어놓았습니다. 고교 선택을 앞두고 있는 학생들과 학부모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을 함께 담았습니다. 친구 따라 강남 가는 식으로 지원하지 말고 소신 있는 고교 선택을 하기 바랍니다.
송파강동광진 내일신문 교육취재팀
어깨만 두드려 주는 선생님 VS 손 붙잡고 함께 뛰는 선생님
내신, 수능, 논술, 비교과까지 입시 4종 세트를 빈틈없이 준비하기 위해서는 학생 뿐 아니라 교사들 역시 멀티플레이어가 되어야 하며 무엇보다 교사들 간 팀워크, 전문성이 중요해지고 있다.
취재 중에 만난 교사들과 심중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입시에 대처하는 ‘학교별 열정’의 온도차가 크다.
“고3들의 모의고사, 수능성적, 수시와 정시 지원 학교들, 최종 합격 여부까지 매년 DB를 차곡차곡 쌓아 진학지도를 한다” “상위 10% 학생들은 별도의 자습실에서 공부시키고 비교과, 봉사 활동까지 세심하게 관리한다” “진학 지도, 생기부 작성 교사 워크숍을 정기적으로 실시하며 학기초 3월 한 달 동안 모든 고3 담임은 밤 10시까지 매일 남아 반 아이들의 야간자율학습을 지도한다” “강남, 송파, 강동 8개 고교끼리 입시 데이터, 대학별 커트라인 자료를 공유하는 데 정확도가 높다. 진학 지도할 때 유용하다” “자소서, 구술면접을 대비해 교사들끼리 협업 팀을 꾸려 학생들을 개별 지도한다. 담임 혼자서 봐줄 때보다 효과적이다” 우리 지역에서 학생, 학부모들의 선호도가 높은 일반고 사립학교들의 사례들이다. 이처럼 교사들이 학생들과 입시 레이스를 함께 뛴 만큼 대입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학생부종합전형이 확대되면서 입시는 고3만이 아닌 고1 때부터 준비해야 하는 장기 레이스가 됐다. 그만큼 일관성 있으면서 체계적인 진학지도가 중요하다. 때문에 교사들 간 협업 시스템이 필요하고 교장, 교감, 교사들 간의 일사불란한 실행력이 중요하다.
허나 전문성이 쌓일 틈도 없이 진학지도부 교사를 순환 근무 시키거나 3학년부와 진로진학부 교사들간의 팀워크가 삐걱거리고, 졸업생 입시 DB를 체계적으로 관리하지 못하는 고교들도 꽤 많다.
추첨 가능성이 높은 고교에 ‘다른 학교와 차별화된 특화된 비교과 프로그램은 무엇인지, 학년별로 진학지도는 어떻게 하는지, 졸업생 입시 현황은 어떤 지를 예의바르면서도 꼼꼼히 질문하며 무언의 압박을 가하며 교교와 교사들을 긴장시켜야 하지 않을까?’란 생각을 잠시 해본다.
학교생활기록부로 엿보는 교사의 열정 온도
고교별 우수 학생들을 인터뷰하면서 개개인의 생기부를 볼 기회가 가끔 있다. 독서, 봉사, 교내 대회 수상 실적이야 학생 개개인이 차곡차곡 쌓아야 하지만 과목별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 행동 특성 및 종합의견은 교과 담당 교사와 담임교사의 몫이다.
그런데 학교마다, 교사마다 기록물의 양과 질의 편차가 큰 것을 보고 내심 놀랄 때가 있다. 품성과 열정이 인상적이었던 의대 진학을 준비하던 최상위권 학생이 기억난다. ‘학업 성취도가 매우 우수하며~’ 등 건조하면서 상투적인 어법으로 짤막하게 표현한 1학년 생기부에는 학생의 인성, 배움의 노력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 다행히 2학년 담임교사는 교우 관계, 따스한 품성, 비교과 활동, 학업 능력을 3배 분량으로 조목조목 나열했다.
사례에서 보듯 학생을 향한 교사들의 관심과 관찰 정도가 기록물에 고스란히 나타난다. 생기부는 학생의 고교 3년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객관적인 데이터인 동시에 자소서의 ‘팩트’다.
고교에 따라 전체 교사를 대상으로 생기부 기록 워크숍을 주기적으로 열며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학교가 있는가 하면 교사 재량에 맡겨두는 곳도 있다. 제자들 활동 생기부에 한 줄이라도 더 써주기 위해 반 전체를 대상으로 방과후 특별프로그램까지 진행하는 열정 넘치는 교사들도 여럿 봤다.
이처럼 학교, 교사에 따라 편차가 큰 생기부 기록, 학생 입장에서는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적극적으로 교사와 친해지며 본인을 어필하는 수밖에 없다.
▶프로그램과 활동, 그리고 대입까지의 연계
대입 수시가 중요해지면서 생활기록부에 기록되는 교내 활동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따라서 교내 프로그램이 얼마나 다양하게 또,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하지만 의외로 많은 학교에서 프로그램과 활동, 그리고 대입까지의 연계가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즉, 프로그램 따로, 활동 따로, 대입 따로인 것.
이는 수시합격률을 보면 어느 정도 판단할 수 있다. ‘서울대에 몇 명이 갔나?’ ‘SKY합격자 수가 얼마인가?’로 내 아이가 다닐 학교를 판단하지 말고 수시전형합격자가 몇 명인지, 또 중복합격률은 얼마나 되는지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우리 지역엔 이런 연계가 그 어느 곳보다 잘 되고 있는 학교가 여럿 있다. 지방 고등학교에 수시전형을 위한 대입컨설팅까지 해주고 있는 학교가 있는가하면, 학생들의 활동이 강조되지 못하고 묻히고 마는 경우도 있다.
우수 프로그램도 중요하고 다양한 활동도 중요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것을 잘 엮어 하나의 스토리로 만드는 작업, 즉 대입과의 연계성이 가장 중요할 것이다.
▶학생부종합전형은 여학생에게 유리하다?
“남학생들은 활동을 좀 열심히 하라고 해도 잘 하질 않아요.”
실제로 일선 학교에 취재를 다니며 많이 듣는 말이다.
선생님들의 살아있는 경험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남고를 지원하느냐, 여고를 지원하느냐, 아니면 남녀공학을 지원하느냐를 고민하는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전략적인 지원이 필요한 부분이다. 내 아이의 성향을 잘 고려해 학교를 선택해야 하기 때문이다.
남학생의 경우 남고에 진학해 두드러진 활동을 할 것인가, 아니면 남녀공학에 가서 ‘윈윈’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것이며, 여학생의 경우 또 다른 고민이 필요한 부분.
주위에 관심 있는 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이 있다면 학교 분위기와 교내 활동 참여도 등을 세심하게 물어보는 것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우리 학교를 지원하세요? 아, 근데 너무 멀죠?
후기 고등학교 지원은 1단계 단일학교 군에서 서울시 전역에 소재하는 고등학교 중에서 서로 다른 2개교를 선택할 수 있고, 2단계 일반학교 군에서는 학생이 거주하는 일반학교 군에 소재하는 고등학교 중에서 서로 다른 2개교를 선택하여 지원할 수 있다. 3단계 통합학교 군에서는 1·2단계에서 배정되지 않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1·2단계 지원 상황과 통학 편의를 고려하여 추첨 배정된다.
때문에 고교 선택제 후기일반계고 지원에서 가장 걱정되는 것이 ‘1지망과 2지망 모두 떨어지고 생각지도 않은 학교에 추첨 배정되면 어쩌지?’라는 부분이다.
실제로 뚜렷한 규칙이나 원칙 없이 근거리 배정되는 경우가 많다. 또 그와 관련된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검증되지 않은 ‘카더라’통신도 만연하고 있다.
학교 취재를 가면 선생님들께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본다. “어떤 학교를 1지망으로 써야 할까요?” 이런저런 내놓은 다양한 의견들 중 결국 견해가 일치되는 부분이 있다. 바로 학생 수와 가까운 거리에 있는 학교이다.
대학입시에서 수시 비중이 늘어나는 추세에서 내신 획득이 유리한 ‘학생 수가 많은 학교’를 선택하는 것이 안정적이라는 것. 또한 3년 동안 다닐 것을 생각한다면 거주지에서 ‘가장 가까운 학교’를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도 빼놓지 않는다.
아마 이는 많은 학부모들이 기본적으로 고려하는 부분일 것. 학교의 프로그램이나 교사들의 열정, 그리고 대입합격률 등 따져봐야 할 것이 한두 개가 아니겠지만, 결국 베이스에 깔고 가냐 하는 것은 편하게 다니면서 내신관리에 유리한 학교여야 할 것이다.
▶학교알리미 사이트를 적극 이용하라
고교를 선택할 때 많이 신경 쓰는 부분이 그 학교의 면학분위기와 대학 입학률이다. 재수생과 중복 입학을 제외한 재학생들의 입학률을 살펴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꼼꼼하게 알아야 할 것은 그 학교만의 특색 있는 교육 운영 프로그램을 찾는 것이다. 입소문이 나거나 경험자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도 좋지만 직접 학교알리미 사이트나 학교 홈페이지에 들어가 학교별 상세정보를 알고 비교해봐야 한다.
우리 지역 일반고의 경우 과학중점학교, 영재학급이 운영되는 학교, 어학과 인문, 미술이 특화된 학교 등을 알고 지원하면 고등학교 생활을 더욱 알차게 보낼 수 있다. 또 학생들 스스로 발전할 수 있는 동아리 활동이 다양하고 방과 후 활동과 연구 프로젝트 활동이 많은 학교가 좋다. 학교별 독서 및 독서 토론 프로그램, 상위권 멘토링 프로그램, 진학정보지원센터 운영 등에 대한 정보도 알고 있어야 한다.
간혹 우수한 학생들을 다수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학교의 프로그램이 부실하여 학생의 생활기록부 관리가 소홀한 경우가 있다. 또 대학 입학률이 우수하지만 진학데이터 분석 및 공유가 잘되지 않아 입시를 치르면서 곤란을 겪는 학교도 있다. 앞으로 학생부종합전형이 더욱 확대되는 추세에 따라 자신에게 맞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는 학교를 선택해야 한다.
▶젊은 선생님이 많은 학교를 선택하라
오랫동안 교직에 몸담고 계신 노련한 선생님들이 많고 진학지도반이 원활하게 잘 움직이는 학교를 선택하는 것이 당연히 좋다. 하지만 요즘은 능력 있는 젊은 교사들이 많이 있는 학교를 가는 것이 좋다는 견해가 많다. 우리 지역도 일반 기업이 재단으로 들어와 학교 교사진 운영이나 학생 장학금에 관한 부분을 폭넓게 지원하며 학교 분위기가 바뀌는 곳이 있다. 이런 학교는 교사들의 경쟁력, 프로그램 개발, 다른 학교 모니터링, 학생 관리가 상당히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재 고1부터 절대평가로 바뀌는 영어를 예로 들자면 앞으로 시험영어의 틀을 벗어나 실용영어 중심으로 바뀐다. 학생들이 다큐멘터리 이용 등 실제적으로 공부하는 데 쓸 수 있는 영어를 많이 학습하고 발표, 이해해야 하는 것이다. 연륜이 있는 기존의 영어교사들도 변화에 발맞춰 수업을 이끌어야 하지만 실용영어 능력이 부족한 교사는 때로 문법 프레임에 학생들을 가두기도 한다. 변화하는 교과과정과 입시제도에 빠르게 대처할 수 있는 역동적인 분위기가 필요한 것이다.
교내 프로그램 개발과 수업 적용에 많이 신경을 쓰는 학교, 프로그램 수 보다는 참여 교사가 얼마나 많은지, 학생부 기록은 얼마나 내실 있게 하는지 신경 써야 한다.
▶수행 평가가 세고 내신 서술형이 많은 학교를 선택하라
학생부종합전형의 확대와 성취평가제로 공부를 잘한다는 의미가 지식을 실전에 잘 활용할 수 있느냐의 의미로 바뀌고 있다. 대학은 성적 우선보다는 적성에 잘 맞는 선택으로 대학에 입학한 학생이 학과에서 이탈하지 않고 꾸준하게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잠재력을 본다.
핵심역량을 평가하는 대입제도에 맞춰 서술형평가 및 수행평가가 잘되고 있는, 시험을 제대로 보고 있는 학교를 선택해야 한다. 지필고사를 제외한 다양한 과제물 활동을 통해 학생들의 학습동기, 사고력과 문제해결능력이 성장한다. 우리 지역에서 다양한 수학 서술형 문제와 수리 논술로 학생들을 이끈 학교가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