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가까이에서 반려견이 맘껏 뛰어놀 만한 야외공간을 찾기 쉽지 않다는 반려견주들이 많다. 고양시만 보더라도 반려견 인구가 날로 증가하고 있지만 반려견들이 뛰놀 수 있는 야외 공간이 많지 않아 애 태우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 8월, 고양시, 일산 호수공원에 문을 연 ‘반려견 놀이터’는 반려견을 키우는 이들에게는 반가운 장소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김수정 리포터 whonice@naver.com
“호수공원에도 반려견 놀이터가 생겼네!”
반려견 인구 천만 시대, 최근 몇 년 사이 수도권 지자체를 중심으로 한 반려견 놀이터(반려견 운동장)가 속속 문을 열고 있다. 서울 상암동 월드컵 공원과 서울 광진구 능동 어린이대공원, 그리고 수원 광교 호수공원에 각각 반려견 놀이터가 운영되고 있으며 지난 8월에는 고양시 일산 호수공원 내에 이러한 반려견 놀이터가 문을 열었다. 아직은 홍보가 덜 돼 아는 이들 중심으로 알음알음 방문하고 있지만 이를 아는 반려견주들은 환영하는 분위기가 높다.
위치는 일산 호수공원 내, 수처리 관리동 옆이다. 네비게이션이나 인터넷에서는 ‘일산호수공원 수처리 관리동’을 입력하면 찾기 쉽다. 일산 호수공원 산책로에서는 김포 쪽을 바라보고 호수교 좌측 작은 계단을 올라가면 이면도로가에 바로 보인다.
호수공원 반려견 놀이터는 고양시 공원관리과가 시민의 요구를 받아들여 호수공원 외곽 공터에 울타리를 치고 일부 나무를 이식해 만들었다. 정식 예산을 받아 만든 것은 아니어서 부족한 부분도 있지만 필요성에 대한 요구가 커 빠르게 장소를 마련했다. 이곳에는 대형견과 중·소형견의 놀이터 공간을 구분해 만들었고, 조명과 수도시설, 휴식 의자와 데스크 등의 기본적인 시설 설치를 완료했다. 또한 대형견 놀이터는 나무 이식 공사 관계로 문을 닫은 상태로 12월 중, 공사가 끝나면 문을 열 예정이다.
호수공원 반려견 놀이터를 이용하려면 먼저 동물등록을 마쳐야 한다. 그런 다음 고양시 공원관리과를 방문해 소정의 서류를 작성하면 된다. 네이버 인터넷 카페인 ‘행복한 호수공원 반려견 놀이터’에서도 신청할 수 있다. 신청 절차를 마치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시설 이용 시, 견주는 배변 봉투 및 안전 줄을 지참해야 하고, 배설물 및 쓰레기는 되가져 가야 한다. 또한 전염성 질병이 있거나 동물등록을 하지 않은 개, 인식표를 하지 않은 개, 위협이 되는 개, 발정이 있는 개 등은 입장할 수 없다.
반려견 놀이터의 장점 커…지자체의 관심 요원해
반려견 놀이터(운동장)는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생소하게 들릴 수 있지만 반려동물을 많이 키우는 미국이나 유럽 등의 일부 국가에서는 쉽게 볼 수 있는 공간이다. 사람들이 사용하는 공원 부지 일부를 반려견들을 위한 전용공간으로 만들어, 이곳에 화장실과 식수대, 놀이기구 등을 설치하고 있다.
반려견 놀이터는 반려견의 스트레스 해소와 건강 증진을 도모하는 것은 물론, 반려견인과 비 반려견인과의 조화로운 공존을 유도해 국내에서도 그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점차 높아가고 있다.
이웅종 천안연암대 교수는 “반려견 전용 놀이터가 설치되면 반려견이 이곳에서 뛰어노는 사이, 운동 효과와 스트레스 완화 등으로 건강에 도움이 되고, 또 사회성이나 서열, 훈련교육의 기본 원칙 등을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어 문제견이 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또한 동물등록견에게만 놀이터 출입을 하도록 제도화하면 동물등록률이 높아져 유기동물 수를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지자체가 부담하는 유기동물 관리비도 절감시킬 수 있다. 아울러 반려견인과 비 반려견인의 고충이 최소화되는 것도 장점”이라고 전했다.
이 교수는 “반려동물 놀이터는 별도의 공간을 만들거나 건축물을 짓는 것이 아니다. 도심에서 가까운 곳에 울타리를 설치해 사람이 활동하는 공간과 반려동물이 노는 공간을 구분하면 된다. 지방자치단체에서 직접 운영하거나 외주로 개인사업체에게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해줄 수 있는 방안 등이 있다”고 전했다.
>>> “반려견 놀이터 있어 흐뭇해요”
- ‘행복한 호수공원 반려견 놀이터’ 인터넷 카페 회원들
지난 평일 오후, 호수공원 반려견 놀이터에서 ‘행복한 호수공원 반려견 놀이터’ 인터넷 카페 회원들을 만났다. 이들은 반려견 놀이터가 문을 열기 전부터 호수공원에 반려견 놀이터가 만들어지길 한마음, 한뜻으로 고대해왔다. 반려견 놀이터가 문을 연 후에는 회원들끼리 틈틈이 이곳에 모여 낙엽 청소도 하고 쓰레기도 주우며 애착을 갖고 활동하고 있다.
회원들은 아직은 부족한 점도 있지만 시민의 의견에 빠르게 대응해 반려견 놀이터를 설치해준 고양시 공원관리과에 고마움을 표하며 반려견 놀이터가 앞으로 더욱 아름답게 가꿔지길 고대하고 있었다.
“중대형견의 경우, 하루 6km를 달려야 한다는데 집에서 키우면서 이러한 운동량을 충족시켜주기 어려워요. 개들은 운동을 충족시키지 못하면 스트레스를 받고 집안의 물건을 망가뜨리거나 공격성이 높아지는 등 이상 행동을 보일 수 있어요. 주변에서 마땅한 운동 장소를 찾기 어려워 힘들었는데, 이렇게 반려견 놀이터가 생겨 정말 좋아요.” (정재원 씨)
“호수공원에서 개와 함께 산책하다보면 지팡이나 발로 개를 차는 분들도 계세요. 어떤 개들은 이런 일들로 실명이 됐다는 말도 들었어요. 반려견 전용공간들이 많아지면 이런 일들을 많이 줄일 수 있을 것 같아요.” (이현주 씨)
“고양시의 반려동물 인구와 유기견 인구수가 전국 최고 수준이라고 알고 있어요. 반려견 놀이터와 같은 시설이 늘어나면 유기견 수를 줄일 수 있어요. 동물등록을 한 반려견만 출입하도록 해 동물등록률을 높이면 유기견 수를 많이 줄일 수 있거든요. 지자체에서 반려견 놀이터에 대한 정식 예산을 편성해 지역 곳곳에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장철웅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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