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 기획 인생 2막 - 남성 시니어 요리교실
‘집밥 백선생’ 요리 별 거 아니야~
핑크색 앞치마에 칼자루를 들고 버섯을 자르고 있는 모습이 호텔 주방장 못지않은 어르신들은 양천구(구청장 김수영) ‘남성 시니어 요리교실’에 참여해 요리 솜씨를 뽐내고 있는 분들이다. 남자가 부엌에 들어오면 안 된다는 말을 귀가 닳도록 듣고 살았지만 이제는 두 손 걷고 영양 듬뿍 담긴 요리를 내 손으로 만들어 보려는 각오들이 대단하다. 양천구 목동 보건지소 영양교실 안에 있는 신나는 현장을 찾아가 보았다.
박선 ninano33@naver.com
내 손으로 만든 첫 요리 신기하기만
‘남성 시니어 요리교실’은 식생활 관리 능력이 부족한 남성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누구나 손쉽게 따라 만들어 볼 수 있는 요리 실습을 통해 건강한 식생활에 도움과 즐거움을 주고자 마련한 프로그램이다.
모집 공고를 내자마자 금세 마감이 되고 대기자까지 있을 정도로 인기 강좌가 되었다. 18명의 어르신들은 도착하자마자 손을 씻고 핑크색 앞치마를 두르고 조리대 앞에 놓인 식재료들을 보는 눈이 자못 진지하다. 요리를 만들기에 앞서 ‘심온(슬로푸드 연구가)’의 가공식품과 식품첨가물, 그리고 제철 음식에 대해 관련 자료들을 함께 보면서 공부해 보았다. 어르신들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공감을 표현했다.
그 다음 바로 요리 실습시간이 되자 갑자기 강의실은 시끌벅적하고 흥겨운 기운이 감돌았다. 오늘의 메뉴는 ‘버섯 우엉 들깨 탕’,‘새우와 부추 라이스페이퍼 롤’, ‘꽈리고추 잔 멸치볶음’이었다. 메뉴의 이름만 들어도 영양소가 골고루 들어간 음식이라는 느낌이 가득했는데 어르신들은 익숙한 솜씨로 버섯을 손질하고 부추를 씻기 시작했다.
각각 행복한 조. 희망찬 조, 활기찬 조, 기쁨고조 의 이름이 붙여진 4개 조는 일사불란하게 각자 맡은 역할을 수행하면서 요리를 만들어나갔다. 어르신들은 연신 요리법을 들여다보고 도움을 받아가면서 버섯을 볶고 새우와 부추를 함께 돌돌 말아가면서 얼굴에는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채주병 어른신은 “매번 배우는 요리들이 어렵지 않고 쉽게 할 수 있는 것들이어서 재미있어요. 집에 가서 다시 해보라고 해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라면서 의욕을 보인다.
수고한 가족들에게 처음으로 요리 대접해
조마다 음식이 거의 완성되면 식탁을 깨끗이 치우고 만든 요리를 보기 좋게 접시에 담아 모여 앉아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며 본인들이 만든 요리를 시식한다. 수다는 여성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남성 어르신들의 인생 이야기는 끝날 줄을 모르고 맛있는 음식과 맛깔난 수다로 행복한 기억을 남긴 채 하루가 저물어 간다.
김수영 어르신은 “집에서는 아들이 음식을 담당하고 있어서 나까지 음식을 할 기회가 오지 않아요. 하지만 여기서 만든 음식들은 한 번씩 모두 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어요. 늘 수고하는 아들에게도 맛을 보여주고 싶어요”라며 각오를 다진다. 민경택 어르신도 “요리교실에서 배운 도라지 유자청 무침을 가족들에게 처음으로 만들어 줬는데 모두 감동하고 맛있게 먹어 뿌듯했어요”라며 자랑스러워한다.
‘남성 시니어 요리교실’은 어르신들에게 음식에 대한 올바른 지식을 주고 건강한 먹거리를 선택하고 조리하는 과정에서 색다른 즐거움을 느끼게 하는데 그 목적을 두고 만들어졌다. 요리교실이 진행될수록 어르신들의 호응이 느껴지고 활력을 얻어 가는 모습이 보여 제1기는 성공적이라는 평이다. 2기가 2016년 2월경 모집을 할 예정이라니 관내 어르신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로 건강한 식생활과 영양을 유지해 나가기를 바란다. 관련해 자세한 문의는 지역보건과(02-2620-3896)로 하면 된다.
*미니 인터뷰*
김동주 어르신
“한 번도 요리를 해본 적이 없어서 겁이 났는데 선생님들이 자세하게 알려주시고 쉽게 배워 두려움이 없어졌어요. 요리교실에서 배운 요리들은 가족들에게 모두 해주고 싶은데 특히 배추속대국은 쉽게 만들 수 있어요.”
김재용 어르신
“어머니가 편찮으셔서 음식을 만들 기회가 많긴 했는데 몰랐던 부분인 식품첨가물이나 영양소 등을 공부할 수 있어서 도움이 많이 됐어요. 건강과 직결되는 문제니 잘 배워서 가족들에게 자주 해주고 싶어요.”
서정남 어르신
“요리를 배우다보니 아내나 어머니의 고생이 떠올랐어요. 직접 만들어 보는 재미가 상당합니다. 재료에 따라 무궁무진한 요리가 만들어 질 수 있어 가족들을 위해 배우면 좋겠어요.”
고제호 어르신
“늘 아내에게 얻어먹다가 직접 숙주나물 볶음을 배운 대로 만들어 줬더니 너무 좋아했어요. 평소 집에서도 많이 만들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음식은 생명이고 사랑이라는 생각이에요.”
박옥봉 어르신
“혼자 음식을 만들어 먹어야 해서 음식을 많이 해보긴 했지만 손 많이 가는 음식은 잘 안 해 먹었어요. 오늘 배운 들깨 탕은 건강에 좋은 것 같아요. 좋은 프로그램이라 계속 배우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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