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밑이 다가올수록 따뜻한 천상의 하모니가 부쩍 그리워진다. 울고, 웃고, 감동하게 하는 하모니를 듣고 있자면, 지난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흘러간다. 합창단의 시간도 그랬다. 현재 수원에서 활동 중인 합창단은 수원시음악협회에 등록된 합창단을 포함해 42개 정도, 이 중 가장 오래된 합창단은 50년이라는 긴 세월을 보내기도 했다. 수원뿐만 아니라 전국 방방곡곡을 천상의 하모니로 물들이는 4인4색 합창단을 만났다.
오세중 리포터 sejoong71@hanmail.net
◎ 수원합창역사의 시작, 다양한 연령대를 아우르는 ‘난파합창단’
1965년 난파 4중창단으로 시작, 합창단을 거쳐 간 인원만 2천여 명, 20대 청년은 어느덧 70을 넘겼다. 50여년의 세월을 회상하듯 김환규 단장은 창단 당시의 풍경을 떠올린다.
“노래가 좋아서 대학1학년 때 저를 비롯한 4명이 합창단을 결성하고, 단원모집포스터를 만들어 수원시내 곳곳에 붙이고 다녔죠. 그때가 1965년도였으니까, 당시 수원은 음악의 불모지나 다름없었어요. 정식단원모집도 그렇고, 순수 민간합창단은 우리 난파합창단이 시초라고 할 수 있습니다.” 늦게 연습을 마치고도 아쉬운 마음에 교동 문화원 신작로에서 서호까지 걸어가면서 밤거리합창을 하던 기억도 새롭다. 그리고 50년 뒤인 지난 11월20일, 난파합창단은 경기도문화의전당 대극장에서 창단50주년기념 음악축제를 가졌다. 50주년이 갖는 의미만큼 언론의 수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수원에 합창단이 많은 이유 중의 하나도 난파합창단 출신의 지휘자, 단장 등이 여러 곳에서 합창의 씨앗을 뿌리고 있기 때문이다.
20~70대 남녀노소 불문, 노래를 사랑하는 누구나 단원이 될 수 있다는 김 단장은 “합창의 매력은 블랜딩이자, 최고의 인성교육이다.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이 합창단에서 만나 함께 노래하면서 심적으로 위로받고, 교류할 수 있다는 것이 건강한 삶을 사는 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며, 합창의 신비스러움을 이렇게 전한다. 김 단장은 수원을 살맛나는 휴먼도시로 만드는 데 합창만큼 좋은 건 없다면서, 수원이 국제합창도시로 거듭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 공연활동
경기도문화의전당 대극장, SK아트리움 대극장 공연 다수, 이외에 홍난파 생가음악회, 난파노래비, 용인문화원 초대공연, 광복70년 나라사랑 음악회, 국립의료원,교도소 위문공연, 찾아가는 음악회, 난파음악제 대상 수상
◎ 각박해진 사회와 교육에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픈 ‘경기교사합창단’
“단원들이 선생님들로 구성돼있어서 돈독한 동지애는 물론 교육철학을 공유하고, 봉사활동에 뜻을 같이 한다는 점이 우리 합창단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안영선(용인 새빛초 교사) 단장은 설명한다. 경기 남부지역 음악선생님들의 소모임으로 1989년 시작된 경기교사합창단은 이젠 경기도를 대표하는 150여 명의 대규모 교직원 혼성합창단으로 자리 잡았다.
수원, 용인, 화성을 중심으로 멀리 평택에서 오는 선생님도 있다. 23년차 합창단원인 안 단장은 “합창단 소속 선생님들의 상당수는 학교 합창단이나 오케스트라, 브라스밴드 등을 지도*지휘하고 있거나 교회*성당성가대, 지역사회 다른 음악단체 지휘자로 활약하고 있다”고 들려줬다. 제자들과 함께하는 음악회, 해설이 있는 교과서 음악회, 경기교육가족과 함께하는 기획연주회 등 교육자다운 합창의 콘셉트를 이어가고 있다. 매년 수원콩쿨대회나 청소년음악회, 수원예능발표대회에서 수상한 학생들을 게스트로 초청해 사제 간 아름다운 하모니를 들려주는 제자들과 함께하는 음악회는 참 흐뭇한 장면이기도 하다.
봉사와 소통을 실천하는 모범적인 단체로, 경기도교육청과 경기도음악협회에서 공식으로 인정하는 단체라고 자랑하는 안 단장은 “어둡고 각박해지는 사회와 교육계에 힐링전도사 역할을 하고, 더불어 선생님들도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 받을 수 있는 평생놀이터가 됐으면 한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그래서 최근엔 현직교사뿐만 아니라 정년퇴직 등 은퇴한 선생님들도 원하면 지속적으로 합창단에 남아있을 수 있도록 정관을 고치기도 했다. 수원은 다른 시에 비해 시립합창단이 빨리 만들어졌을 만큼 문화적으로 앞선 도시이지만, 연습실 무료대여 등 그에 걸맞은 시 차원에서의 지원은 아쉽다는 말도 덧붙였다.
☆ 공연활동
매년 정기연주회 외에 교과서 음악회, 사제동행 음악회, 늘푸른 찾아가는 음악회, 방통고 찾아가는 음악회, 경기교육가족음악회, 수원합창제, 경기도 교원음악회 등 출연
◎ 아내, 엄마라는 이름의 삶을 노래로 승화하는 ‘수원시어머니합창단’
2008년 제주에서 열린 국제합창콩쿠르에서 해녀복을 입고 ‘해녀의 노래’를 불렀던 수원시어머니합창단은 대상을 수상, 그날 이후로 한동안 제주 지역신문과 TV에 공공연하게 회자됐다. 그때 받은 상금을 수원장학재단에 장학금으로 기탁했다는 김혜영 단장은 “이외에도 전국합창경연대회 대통령상을 비롯해 난파 합창경연대회 대상 등 각종 콩쿠르를 석권하고 있는 독보적인 국내 어머니 합창단”이라고 설명했다. 해외 초청연주도 활발해서 미국, 호주, 이태리, 오스트리아 등을 순회연주하기도 했다. 일본 아이작스턴홀에서 있었던 공연은 1600석을 가득 메운 관객들의 호응에 가슴이 뜨거웠다고 회고한다.
“사실 주부, 엄마 역할에 노래까지 병행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에요. 하지만, 노래가 좋아서 뭉친 만큼 그것조차도 노래로 승화하려는 열정이 지금의 합창단을 만들었다고 생각해요. 특히 이렇게 탄탄한 실력이 완성될 수 있었던 데는 16여 년을 한결같이 우리와 함께 해준 김기철 지휘자의 역량이 가장 컸죠.” 구성원은 30~60대까지 연령대가 다양하지만, 그중에서도 40~50대가 주를 이룬다. 자녀들의 성장과정이 합창단 활동에 오롯이 녹아있다는 김 단장은 “가족의 지지도 그렇고, 단원들이 잘 따라주는 것이 늘 고맙다”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바람이 있다면, 스튜디오에서 정식으로 녹음한 CD를 제작해서 수원시어머니합창단도 알리고, 판매수익금은 불우이웃을 돕고 싶다. “노래를 사랑하는 어머니들 누구나 환영합니다. 좋은 단원들이 더 많이 들어와서 함께 했으면 해요.”
☆ 공연활동
정기연주회를 비롯해 해외 초청연주회, 소년소녀가장돕기*난치병어린이돕기 자선음악회 다수, 전국합창경연대회 대통령상 등 각종 대회 대상 수상, 지난 11월6일 국방부 주최 군가합창경연대회 대상 수상
◎ 로맨스그레이의 로맨틱한 프러포즈 ‘수원시니어합창단’
은퇴한 교육자, 군 장성들이 모여 사회봉사를 해보자 싶어 도전하게 된 것이 바로 ‘합창.’ 이런 배경에는 경기도음악협회 회장이자 난파기념사업회 이사장 오현규 감독의 카리스마가 있었다. 화합이 합창의 생명인데, 저마다 자기주장만 내세우는 바람에 처음엔 애도 많이 먹었다. 오 감독은 “그때 나갈 사람은 나가고, 50~80대 남녀시니어 30여명이 남아 있다. 나이가 들면 바이브레이션 발성을 내기가 어려운데, 이런 발성을 낼 수 있도록 훈련하고, 다양한 레퍼토리를 만들어간다”며 수원시니어합창단의 특색을 설명한다. 이런 노력 덕분이었을까, 창단 5년차인 새내기임에도 불구하고, 괄목할만한 성장과 실력으로 2013년 경기도 우수합창단의 경기도합창제에서 대상을 수상, 합창계의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특히 테마로 진행되는 정기연주회는 오 감독의 아이디어가 번득인다. 예를 들면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처음과 마지막에 배치하는 등 곡 선곡에도 심혈을 기울인다. 올해 정기연주회 주제는 ‘광복70년 사랑의 예술기행’이었는데, 다양한 자리배치는 물론 단원들이 활발하게 몸을 움직이면서 흥겨운 볼거리를 제공했다. 창단5주년이 되는 2016년엔 ‘미녀와 야수, 수원화성을 날다(가제)’라는 주제의 뮤지컬 공연을 보여줄 계획이다. 어르신들이 미녀, 야수 옷을 입고, 춤추면서 합창을 하는 모습들이 상상만으로도 즐겁다. 매주 한번 2시간 이상의 연습이 쉽지는 않지만, 중간 중간 스트레칭과 손운동, 허리운동 등으로 체력관리를 한다.
삶의 경험을 가사에 담아내는 감정의 깊이는 시니어합창단을 따라올 수 없다는 오 감독은 “아름다운 인생을 사회에 환원하고, 사랑을 공유하는 문화사절단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 공연활동
정기연주회 외에 세계병자의 날 특별공연, 복지TV 찾아가는 위문공연, 44~46회 난파음악제 연합합창, 세계부산국제합창대회 참가, 2013년 경기도합창제 대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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