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반찬 품앗이 모임이 늘고 있다. 주부들의 반찬 고민도 덜고 식비도 절약할 수 있어 동네 곳곳에서 활발히 운영되는 모임들이 적지 않다. ‘정발산동 반찬 품앗이’ 모임도 이러한 모임들 중 하나다. 특히 이 모임은 이웃들과 반찬을 나눠먹는 것에 더해 형편이 어려운 지역 청소년들에게 반찬 봉사까지 펼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김수정 리포터 whonice@naver.com
“반찬 고민 덜고 친목도 도모하고”
주부들의 살림 고민 중 하나가 바로 반찬 고민이다. 반찬 몇 가지 만들려면 힘은 물론 시간도 많이 든다. 특히 요새 같은 핵가족시대에는 조금씩 반찬을 만들다보니 남은 식재료 활용도 쉽지 않다.
이런 주부들의 고민 속에서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속속 만들어지고 있는 모임이 바로 ‘반찬 품앗이’ 모임이다. 지역 내 주부들끼리 각자 반찬을 만들어와 서로 나누는 것이다. 이렇게 반찬을 나눠 먹게 되면 적은 노고로도 다양한 반찬을 식탁 위에 올릴 수 있고, 또 식비도 절약할 수 있어 효율적이다. 이러한 장점 덕분에 각 동네마다 이러한 반찬 품앗이 모임이 활발히 운영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정발산동 반찬 품앗이’ 모임은 일산 지역 인터넷 커뮤니티인 ‘일산아지매’ 카페에서 만난 주부들이 지난 해 봄, 결성한 모임이다. 6명의 회원들로 구성된 이 모임은 매주 한 번씩 만나 각자 집에서 만들어온 반찬을 서로 나누며 모임을 지속하고 있다.
지난 12일에도 정발산동의 한 카페에서 이들의 모임이 있었다. 회원들은 각자 집에서 만들어온 반찬통을 한 쪽 테이블에 쌓아 놓고는 반찬 몇 가지를 꺼내 아침 겸 점심을 함께 먹으며 도란도란 웃음꽃을 피웠다.
회원들은 이러한 반찬 품앗이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집에 식구 수가 적다는 박현주(30)씨는 매번 반찬을 조금씩만 만들어야 해 여러 가지 반찬을 만들어 먹는 게 여러 모로 비효율적이었다고 한다. 박씨는 “반찬 품앗이를 하니 집에서 여러 가지 다양한 반찬을 먹을 수 있어 좋더라”며 “얼마 전에는 반찬 품앗이에서 가져온 반찬에다 미역국과 고기반찬만 추가했더니 근사한 생일상이 차려졌다”고 말했다.
식비를 절약할 수 있는 것도 좋은 점이다. 송준아(43)씨는 “반찬품앗이를 하면 내가 한 가지 반찬만 만들어도 회원들이 만들어 준 다양한 반찬을 식탁에 올릴 수 있다. 또 식재료도 대량구매하게 되니 전체적으로 식비를 줄일 수 있다”고 했다.
반찬 품앗이 모임은 이웃과 반찬을 나눠 먹을 수 있다는 장점 외에도 지역 내 이웃과 돈독하게 지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박씨는 “회원들끼리 ‘서로 같은 밥 먹고 사는 사람들’이라고 말한다”며 “아무래도 먹을 것을 서로 나눠 먹다보니 서로 간에 더욱 친근함을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반찬 품앗이는 매주 한 가지 반찬을 대량으로 만들어 나누는 작업을 반복해야하므로 부지런함을 요하며 책임감이 뒤따른다. 또 나만 먹는 게 아니고 이웃과 함께 먹는 반찬을 만드는 것이다 보니 더욱 정성을 기울이게 돼 매주 긴장을 늦출 수 없다고 한다.
“지역 아이들 대상 반찬 봉사, 더 많이 동참했으면”
정발산동 반찬 품앗이 회원들은 몇 달 전부터 조금 더 손길이 바빠졌다. 지역 내 중학교에서 추천받은 청소년들에게 반찬을 나누는 봉사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5개월 여 전 고양시 교육복지우선지원학교에서 활동 중인 이경진 교육복지사로부터 반찬 봉사 제안을 받은 후, 좋은 취지에 이를 흔쾌히 수락하며 반찬 봉사를 시작했다. 반찬 봉사는 자신들이 만드는 반찬에서 양을 조금 더 늘려 만들어, 집안 형편이 어려워 밥을 챙겨먹기 어려운 청소년들에게 매주 학교 편으로 반찬을 보내는 활동으로 하고 있다.
송준아씨는 “일산에서 살며 주변을 살펴보면 웬만큼 다 잘 사는 것 같이 보이지만 생각보다 어려운 형편에 놓인 아이들이 많더라”며 “아빠는 안 계시고 엄마는 병으로 누워계시거나, 또 어려운 형편에서 아버지 혼자 아이를 키우는 경우 등 어려운 상황에 놓인 아이들이 우리 주변에 생각보다 많다”고 전했다.
반찬 품앗이 모임 자체가 소규모 모임이다보니 소수의 제한된 청소년들에게만 반찬을 나눌 수 밖에 없어 아쉬움이 있지만 동네 청소년들이 맛있게 먹어주는 것만으로도 보람을 느끼고 있는 회원들이다. 그러나 이러한 손길을 필요로 하는 지역 내 아동과 청소년들은 무척 많을 것이라고 회원들은 예상하고 있다.
송준아 씨는 “우리 지역 아이들은 우리 지역 사회가 잘 길러야 할 것 같다”며 “우리 집에서 먹는 것을 조금 덜어 아이 하나를 먹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학교에서 수요 조사를 해보니 반찬 봉사를 필요로 하는 학생들이 많은 것 같더라”며 “동네마다 반찬 품앗이 모임들이 많은데 함께 동참한다면 더욱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반찬 품앗이로 이웃 간 반찬도 나누고 정도 나누며 봉사도 하는 사람들. 이들의 모임이 오래도록 지속되길 고대하며, 아울러 지역 내 반찬 봉사 문화도 널리 확산되길 기대해본다.
■ “우리 마을 아이들 위한 반찬 봉사에 동참해보세요”
이경진 교육복지우선지원학교 교육복지사에 따르면 고양시 예산이 편성되는 교육복지우선지원학교가 고양시 내에는 13개교가 있는데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아이들이 많다고 한다. 이 교육복지사는 “각 학교 당 10가정씩만 반찬 나눔을 한다고 하면 10개교면 100가정이 반찬 나눔의 수혜 대상이 될 수 있다”며 “봉사는 부담이 커지면 지속하기 어려우니 지역 내 반찬 품앗이 모임이나 기타 많은 분들이 함께 봉사에 동참해 부담을 나눠주시면 더욱 좋겠다”고 말했다. 반찬 봉사 참여 관련 자세한 문의는 고양시 소재, 교육복지우선지원학교 교육복지실 (070-4726-4641)로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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