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릿, 리어왕, 오셀로, 맥베스 등 셰익스피어의 비극은 진실과 허위, 양심과 욕망, 선과 악, 불신과 신뢰 등 현대 인간사에서도 늘 일어날 수 있는 갈등 구도를 포함하고 있어 공감대를 불러일으킨다. 그중에서도 맥베스는 권력에 대한 탐욕이 초래할 수 있는 비극의 극치를 보여준다. 고전읽기가 다소 부담스러웠다면 이번에 개봉된 서사대작 <맥베스>를 만나보면 어떨까. 흥미진진하고 짜릿한 상업영화와는 다른 묵직한 울림이 가슴 깊이 전해질 것이다.
권력 탐욕이 초래한 양심과 영혼의 붕괴
맥베스는 누구보다도 용맹하고 충심으로 가득한 스코틀랜드 최고의 전사였다. 그런데 치열한 전쟁을 승리로 이끌고 돌아오는 길에 세 마녀를 만나면서 충심은 흔들리기 시작한다. 바로 ‘맥베스, 왕좌에 앉게 되리라’는 세 마녀의 예언이 그의 내면에 잠재돼 있던 권력에 대한 욕망을 불타오르게 한 것. 마녀의 예언은 맥베스가 왕이 된다는 것 외에도 경고성 메시지가 여럿 있었으나 일단 가장 감미로운 예언을 듣고 난 맥베스는 다른 예언은 간과한 채 걷잡을 수 없는 욕망에 사로잡힌다.
더구나 아름다운 아내마저 정의와 욕망 사이에서 갈등하는 맥베스를 부추기니 고뇌하던 맥베스는 결국 음모를 꾸며 왕을 죽이고 왕좌를 차지한다. 비극의 서막이 오른 것이다. 악행은 또 다른 악행을 낳고, 정의롭지 못한 권력의 왕좌는 무너지기 시작한다.
마이클 패스벤더, 마리옹 꼬띠아르의 빛나는 열연
셰익스피어의 장엄한 비극인 것만으로도 무게감이 상당한 영화다. 영화 초반부의 치열한 전투 장면과 스코틀랜드의 장대한 풍광은 그 무게감을 더해준다. 원작에 충실한 스토리와 인간 내면의 갈등을 깊고 섬세하게 다룬 것도 그렇다. 상업영화의 홍수 속에서 고전을 다룬 이 영화의 무게는 자칫 힘겹고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마이클 패스벤더와 마리옹 꼬띠아르 두 배우의 열연만으로도 볼거리는 충분하다. <노예12년>에서 잔혹한 농장주의 모습을 보여줬던 마이클 패스벤더가 맥베스 역을 맡아 정의와 욕망 사이에서 갈등하는 모습을 완벽하게 소화해냈다. 또한 왕좌에 올라 자신이 죽인 이들의 환영으로 고통 받는 모습을 특유의 섬세하고 광적인 연기로 리얼하게 표현해 한 순간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맥베스의 아내 역을 맡은 마리옹 꼬띠아르는 블록버스터 영화에서부터 최근 개봉했던 <이민자>처럼 작품성이 강한 작품까지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연기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남편을 왕으로 만들기 위해 맥베스에게 야망과 욕망을 속삭이는 그녀는 강렬하면서도 고혹적이다. 두 배우는 숨 막히는 열연으로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시적이면서 섬세한 셰익스피어 언어 감상
영화 <맥베스>는 시적이면서 섬세한 셰익스피어 언어의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음악적 리듬감과 절묘한 비유, 아름다운 수식어로 꾸민 감성적인 표현 등을 배우들이 감정을 실어 들려준다. 마녀들의 예언에서부터 맥베스의 독백, 아내의 속삭임 등 시적인 표현들은 듣는 이에 따라 의미가 달라질 수 있는 함축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어 극적인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이선이 리포터 2hyeon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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