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_ 신목중학교 2학년 13반
“위안부 돕기 알뜰매장 열어 전액 기부한 후 우리 반이 달라졌어요“
일본 교토 군비행장 건설을 위해 강제 동원된 1,300여 명의 한국인 노동자들의 마을인 우토로마을. 도덕시간에 이 마을에 대해 배운 후 일제 강점기 피해자들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된 중학생들이 있다. 이들을 돕기 위해 무엇을 할까 고민하던 학생들은 교실에서 알뜰매장을 열었다. 이후 ‘무엇이든 함께라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진 아이들, 신목중학교(교장 김정종) 2학년 13반 친구들을 소개한다.
중학생, 위안부 할머니에 관심을 돌리다
신목중학교 2학년 13반 학생들이 위안부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된 건 도덕 시간에 ‘우토로마을’에 대해 배우고 나서부터다. 2학년 13반의 담임이자 도덕교사인 하윤영 선생님은 “교과응용수업에서 TV ‘무한도전’에 나왔던 일본 우토로마을 프로그램과 강제징용에 대해 수업한 후 아이들이 마을 존재 자체에 대해 놀라워했다”고 전한다.
이후 이연빈양이 제안하고 학급 친구들의 동의를 얻어 우토로마을을 돕는 모금을 하기로 했다. 하지만 우토로마을을 도울 방법이 없다는 것을 알고 일제강점기 피해자인 위안부 할머니들에게로 관심의 방향을 돌려 토론하던 중 ‘알뜰매장’을 열어 그 수익금을 기부하자는 데 뜻이 모아졌다.
뽑기 코너 인기 만점
작은 행사라고 생각했지만 과정은 쉽지 않았다. 준비위원들을 중심으로 물건을 모으기 위한 홍보, 상품 분류, 가격 책정, 질서유지를 위한 규칙 만들기 등 회의를 거듭했다. 중고물건만으로는 많은 액수의 모금이 힘들 것 같다는 판단으로 적은 자본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여러 아이디어를 고민했다.
드디어 알뜰매장이 열리는 10월 28일 5교시 자치 시간. 그동안의 준비과정이 빛을 발했다. 다툼을 예방하기 위해 일부 인기 품목들은 추첨제를 활용했고 여러 간식을 1인용으로 재포장한 상품과 학급 아이들이 직접 구운 수제 과자 등은 금방 동났다. 정성들여 만든 주먹밥은 날개 돋친 듯 팔렸고 여러 간식과 기부 물품으로 단계별 상품을 만들어 뽑기를 하는 코너는 인기 만점이었다. 뽑기 아이디어를 낸 김형선양은 “38,000원으로 제일 수익이 좋았다. 줄을 서서 기다리는 친구들을 보며 함께 즐거웠다”고 전한다.
가격과 품목별로 잘 정리된 상품들은 준비위원들의 적극적인 판매활동으로 많은 수익을 냈다. 원호준군은 “알뜰매장의 의미가 잘 드러나게끔 여러 문구를 이용해 만든 모금함에도 많은 참여가 있었다”고 강조한다. 한지민 양은 “친구와 선생님들이 와서 기부에도 참여했지만 위안부 문제에 함께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됐다”고 전한다. 윤지환군은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기부한다고 하니까 적극적으로 도와주고 안 팔리는 물건은 선생님들이 다 팔아주기도 했다”고 밝힌다.
수익금 70만 원 전액 기부
10만 원만 모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70만원이 모였다. 뜻하지 않았던 많은 모금액에 놀랐으나 누군가를 위한 진심 어린 마음과 잘 짜진 행사 기획, 다 함께 힘을 합친 운영의 결과라는 점에서 큰 교훈을 얻었다. 아이들은 위안부 할머니 ‘나눔의 집’ 홈페이지를 함께 보면서 나비 모양의 편지지에 ‘할머니들이 증인이어서 감사하다’‘이제 모두 잊고 행복하면 좋겠다’‘우리가 죄송합니다.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는 마음을 담은 편지와 함께 성금을 전달했다.
위안부 팔찌도 전원 구입해 손목에 차고 모두가 하나임을 확인하기도 했다. 김가현양은 “위안부 팔찌를 맞춤으로 단합된 느낌이 들었고 우리 반은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강조한다. 모든 일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나서 아이들은 서로에 대해 더 잘 알게 됐다. 장준혁군은 “알뜰매장을 준비하면서 전에는 보지 못한 친구의 모습도 보게 됐다”고 전한다.
기부에 대한 생각도 달라졌다. 정유진양은 “예전에는 기부활동을 하지 못했는데 친구들과 함께 모여서 이렇게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전했으며 이예림양은 “마음으로는 돕고 싶지만 행동에 옮기기가 쉽지 않았는데 이제 더 적극적으로 도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다양한 경험과 배움의 교훈을 나누기 위해 행사준비와 진행과정을 편집해 SNS에 올려 공유했다. 이종원군은 “매체에서 위안부에 대해 다룰 때는 흘러들었지만 관심이 급격하게 늘어났다”고 밝힌다. 이연빈양은 “이번 기회가 위안부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고 경각심을 일깨워주는 계기가 됐다”며 “아직도 잊지 않았고 잊히지 않게 알려주고 싶다”고 밝힌다.
우리는 하나, 우리 반 최고
이제 2학년 13반 학생들은 무엇이든 힘을 모으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하윤영 교사는 “아이들에게 살아있는 교육이 이뤄졌다”며 “교직 생활을 하면서 이런 활동을 가능했던 것이 처음이었다. 중2 갈등이 심할 사춘기에 아이들이 좋은 경험으로 화목해지고 1년을 건강하게 지낼 수 있었던 것에 감사하다”고 전한다.
2학년 13반 친구들은 “좋은 추억을 만들 수 있게 허락해주신 교장선생님께 감사하고 무엇보다 적극적으로 기부해주고 도와주신 선생님, 학교 친구들에게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며 “어려울 수도 있고 피해를 볼 수도 있었지만 모든 걸 감수하고 함께 해준 반 친구들 모두 고맙다”고 입을 모은다.
송정순 리포터 ilovesjsmor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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