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비 인형을 좋아하는 요새 아이들에게 토속적인 느낌의 닥종이 인형을 안겨주면 어떤 느낌을 받을까? 한복을 입고 노는 아이들, 광주리를 머리에 인 아낙네 등 우리 전통 생활상을 표현한 닥종이 인형들을 보고 있노라면 입가에 어느새 유쾌한 미소가 지어진다. 이러한 닥종이 인형 만들기를 배울 수 있는 수업 현장이 있다. 파주시 운정행복센터 내에 위치한 파주문화원 ‘닥종이 인형’ 수업 현장이다.
김수정 리포터 whonice@naver.com
자식 같은 애정 듬뿍, 닥종이 인형
“닥종이 인형을 정성을 다해 만들다보면 자식 같은 정이 생겨서 남들한테는 도저히 선물로 못주겠더라고요.”
파주문화원, ‘닥종이 인형’ 강좌에서 만난 수강생, 전향숙(59)씨의 말이다.
닥종이 인형은 우리의 전통 종이인 한지를 한 겹 한 겹 붙여 만드는 공예이다. 곱고 은은한 한지의 색감과 우리의 전통 풍속을 소재로 한 인형의 투박한 분위기가 매력으로 손꼽히고 있다.
파주시 운정행복센터에 위치한 파주문화원에서는 이러한 ‘닥종이 인형’ 강좌를 지난해부터 개설해 지역 주민들에게 선보이고 있다. 지난 9일에도 파주문화원의 한 강의실에서 수업이 진행됐다.
“이렇게 한지로 엉덩이에 살을 더 붙여주니 훨씬 자연스러운 맛이 있죠? 발등에도 살을 더 붙여봐 주세요.”
김순분 강사의 지도 아래 닥종이 인형 만들기에 여념이 없는 수강생들. 한지에 풀을 발라 한 겹, 한 겹 인형에 세밀하게 붙여주는 수강생들의 손길들이 분주해 보였다. 이날 이들이 만드는 인형은 광주리를 머리에 인 아낙네 인형으로 토속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인형이었다.
파주문화원의 ‘닥종이 인형’ 강좌는 3개월 수업에 인형 하나씩을 만들고 있는데 올 해 수업은 일가족 인형을 만드는 과정으로 진행돼 그간 아들, 딸 인형 하나씩을 만들었고, 지금은 엄마 인형을 만들고 있다.
많은 정성과 시간 필요로 하는 닥종이 인형 공예
닥종이 인형 공예는 한지를 한 겹 한 겹 풀로 붙이고 말리는 과정을 무수히 반복해야 할 만큼 오랜 정성과 시간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그렇게 쏟아 붓는 시간과 정성만큼 인형을 만드는 사람의 인형에 대한 애정은 더욱 깊어진다는 것이 수강생들의 이야기다. 올해 초부터 수업을 듣고 있다는 임극자(54)씨는 “인형의 윤곽이 드러나기 전까지는 만드는 재미도 덜하고 인내심이 필요하기도 하지만, 인형의 윤곽이 드러나기 시작하면 인형에 혼이 불어 넣어진 듯, 사람 같이 느껴지고 애정이 듬뿍 생긴다”고 했다. 심현미(50)씨도 “내가 직접 수작업으로 만든 거라 애정이 더욱 많이 생기고 인형이 자식 같이 예쁘다”며 “인형을 보고만 있어도 행복하다”고 말했다.
닥종이 인형의 재료로 쓰이는 한지는 다른 재료로는 대체하기 어려운, 한지 본연의 단아하고 은은한 매력이 있다. 인형을 만들어 놓았을 때에는 한지에서 우러나오는 소박하고 단아한 색감은 보는 이들을 매료시킨다. 심현미 수강생은 “한지는 어떤 색으로 인형 한복을 만들어 놓더라도 다 색감이 곱고 예쁘더라”며 “이것이 닥종이 인형의 큰 매력”이라고 이야기했다.
슬로우 아트, 마음 건강에도 좋아
닥종이 인형 공예는 젊은 사람들 뿐 아니라 어르신들에게도 좋은 취미활동이 될 수 있다. “닥종이가 멋스러워 닥종이 인형 공예를 시작했다”는 손경환(70) 수강생은 “손으로 하는 작업이 많아 치매예방에도 도움이 될 것 같고 정신 건강에도 참 좋은 것 같다”며 “인형을 하나하나씩 완성해가는 것이 참 재미있고 손자, 손녀들과도 닥종이 인형을 통해 이야깃거리가 늘더라”고 전했다.
닥종이 인형은 슬로우 아트에 속한다. 금방 작품이 나오는 것이 아니어서 첫 도전을 어려워하는 이들도 있지만 천천히 뭔가를 만드는 과정이 주는 즐거움을 생각한다면 도전해봄직 하다. 김순분 강사는 “빨리 빨리 하는 작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이렇게 한지를 만지며 천천히 인형을 만드는 작업을 하다보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행복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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