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서만 작성하고 계약금을 나중에 지급하는 경우가 있다. 매매대금을 2억 원으로 정하고 계약을 체결하면서 계약금을 2천만 원으로 하는 계약서를 작성하였지만 계약 당일 매수인이 돈이 없다고 하면서 우선 100만 원만 지급하고 나머지 계약금은 다음 날 은행계좌로 송금하기로 약속하였다. 그런데, 다음 날 매도인이 마음이 변하였다. 매도인은 계약서에 ‘매수인이 잔금을 지불하기 전까지 매도인은 계약금의 배액을 배상하고, 매수인은 계약금을 포기하고 이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되어 있으므로 지급받은 계약금의 일부인 100만 원의 배액인 200만 원을 공탁하고 계약을 해제한다는 해약통지서를 보냈다. 계약이 일단 성립한 후에는 당사자의 일방이 이를 마음대로 해제할 수 없는 것이 원칙이다. 또한 계약금을 지급하면 당사자간에 다른 약정이 없는 한 당사자의 일방이 이행에 착수할 때까지 교부자는 이를 포기하고 수령자는 그 배액을 상환하여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는 민법 제565조 규정이 적용된다.
그러나 계약금을 지급하기로 약정만 한 단계 또는 일부만 지급한 단계에서는 아직 계약금으로서의 효력, 즉 위 민법 규정에 의해 계약해제를 할 수 있는 권리는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우선 계약금 지급의무의 이행을 청구할 수 있을 뿐, 매매계약 자체의 해제를 할 수는 없다. 교부자가 계약금의 잔금이나 전부를 약정대로 지급하지 않으면 상대방은 계약금 지급의무의 이행을 청구하거나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계약금약정을 해제할 수 있을 뿐이다.
위 사례와 같이 계약금 일부만 지급된 경우 수령자가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그 해약금의 기준이 되는 금원은 ‘실제 교부받은 100만 원’이 아니라 ‘약정한 계약금 2천만 원’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만약 실제 교부받은 계약금의 일부인 100만 원의 배액만을 상환하여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면 이는 당사자가 일정한 금액(2천만 원이라는 거액의 금원)을 계약금으로 정한 의사에 반하게 될 뿐 아니라, 교부받은 금원이 소액일 경우에는 사실상 계약을 자유로이 해제할 수 있어 계약의 구속력이 약화되는 결과가 되어 부당하기 때문이다.
어쨌든 계약금을 일부만 지급하고 매매계약서를 작성하더라도 결국 계약금으로 정한 금액 때문에 계약해제를 할 때 큰 손실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여야 한다.
이재구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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