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연스럽게 구사할 수 있는 우리말이고 독서도 그리 모자라지 않았기에 국어쯤이야 당연히 좋은 성적이 나올 것이라고 믿었던 이들은 고등학생 시기에 어려운 내신문제나 모의고사를 보면서 처음으로 혼란을 경험한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어떻게 준비해야 널뛰기하는 입시에 의연하게 대비할 수 있을까?
그 방법을 이번 수능에서 유추해 보자. B형보다 쉽게 출제된다는 고전시가 A형에 등장한 ‘용비어천가’를 예로 들면, 고어 지문읽기를 통해 선택지 용어를 분별하여야 풀 수 있는 문제가 출제됐다.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아니 뮐새 … / 샘이 깊은 물은 가뭄에 아니 그칠새 … / 누인개국(累仁開國)하시어 복년(卜年)*이 가없으시니” 와 같은 지문을 읽기 위해서 고전시가 전영역의 선행학습이 필요했을까? 고전지문을 강독하고 고어를 하나하나 익혀야 했을까? 그렇지 않다. 이 지문의 해독은 “뮐새/그칠새/누인개국/경천근민”이라는 어휘추론 능력이 독해의 관건이다. 만약 고전시가를 익힐 때 고어의 문장구조가 현대어와 다르지 않고, 고어의 조사와 어미의 쓰임, 기본 한자를 꾸준히 공부한 학생이라면, 그리고 국어 주술구조의 호응관계를 고려한 문맥적 추론이 가능했다면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는 지문이었다. 다시 말해 주어 ‘나무는’, ‘물은’과 호응하여 “아니+뮈다(움직이다, 흔들리다)+ㄹ새( 때문에)=아니 흔들리기 때문에 / 아니+그치다+ㄹ새( 때문에)=아니 그치기 때문에” 로 추론할 수 있는 문장이었다. 또한 40번 문항의 선택지에 등장한 표현 중에서 “③ <제2장>과 달리, <제125장>은 전언의 수신자를 명시하고 있다.”는 문장을 “전언(傳言)+수신자(受信者)+명시(明示)”로 한자어를 풀어 이해한 학생들이라면 ‘전달하는 말을 받는 사람=청자’를 분명히 드러낸다고 이해할 수 있었으므로 ‘임금’이라는 단어를 쉽게 확인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와 같이 절대로 국어과목을 단순 암기과목으로 생각하여 지문과 문제 유형의 선행에만 집착해서는 안 될 것이다. 기본한자 1800자를 바탕으로 어휘 추론능력을 다지는 어휘 학습과 국어문장 11가지 유형을 바탕으로 문장의 의미단위, 구절단위 끊어 읽기는 초등학교 5·6학년∽중123 시기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중3(예비고) 시기부터는 기본적인 어휘력과 독해력을 바탕으로 수능과 연계된 국어적 개념정리와 비문학 독해, 문학 감상을 꾸준히 해야 중요한 시기를 놓치지 않을 수 있다.
최 강 소장
미담(美談)언어교육 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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