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 기획 인생 2막 - 어르신 동아리 ‘라온 우리 춤 봉사단’
돌아가는 춤사위로 느껴지는 훈훈한 情
‘얇은 사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고운 빛깔 한복 치마를 차려입고 손에 부채를 들고 펼쳤다 말았다 하는 모습이 나비 같기도 선녀 같기도 하다. 신정종합사회복지관(관장 원치민)의 ‘라온 우리 춤 봉사단’은 춤으로 하나 되고 지역사회에 봉사하고 있어 찾아가 보았다.
춤을 통해 점점 젊어져요
흔히 춤은 잘 추는 사람들만 하는 재주라고 생각해 전혀 시도도 안 해 보게 된다. 하지만 ‘라온 우리 춤 봉사단’에서는 그런 말이 통하지 않는다. 봉사단에 발길을 내딛는 순간 마법처럼 춤을 잘 추게 된단다. 일주일에 한두 번씩 복지관에서 춤을 배우고 또 봉사단의 일원으로 서로서로 춤을 배우고 가르쳐 주며 추다보면 모두 선녀 같은 자태를 가지게 된단다.
신정종합복지관 연습실을 찾았을 때도 부채춤 연습이 한창이었는데 고운 한복 치마 빛깔과 화려한 부채의 색이 어우러져 보는 사람도 춤을 추는 사람도 무언가에 홀린 듯 흥겨운 시간이 만들어졌다. ‘라온 우리 춤 봉사단’은 2008년 기존 고전 무용 강습반을 지도하던 강사와 중급반의 자발적인 참여와 제안으로 만들어지게 되었다.
매주 모여 지역의 문화 소외 계층들을 찾아가 공연 봉사를 하고 있다. 우리 춤 봉사단원들은 매주 한 번씩 있는 연습에도 나와서 열심히 실력을 갈고닦아 1년에 5~10회 펼치는 공연활동도 소화해 낸다. 지역 내의 문화소외시설이나 아동시설 등을 방문해 공연활동을 펼치고 지역 축제 공연에도 참여하고 있다. 문화 예술적인 부분에 혜택을 받지 못한 지역주민들을 위해 무대 위에서 멋들어지게 춤을 추면서 공연을 하고 나면 보람도 있고 즐거워 봉사단원들은 빠지지 않고 연습이건 공연이건 참여해 솜씨를 뽐낸다.
나와 남을 잇는 따뜻한 봉사의 마음으로 추는 춤
‘라온 우리 춤 봉사단’은 모두 60세 이상의 지역 어르신들로 구성돼 고전무용을 익히고 자발적으로 지역주민들과 나누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된 동아리라서 그 의미가 깊다. 그러다보니 회원들 간에 소속감도 높고 좋은 관계가 유지돼 처음 시작할 때의 원년 멤버들이 모두 계속해서 활동하고 있다.
이제는 춤을 출 때도 눈빛만 봐도 자리 이동이나 동작을 척하니 맞출 수 있을 정도이다. 특히 문화적으로 소외된 지역이나 시설에 찾아가 공연을 할 때는 열심히 연습한 춤을 박수를 치며 봐주는 관객들이 있어 행복하단다. 경로당의 어르신들이나 위안부 어르신들 위문공연 갔을 때도 기억에 남는다고.
회원들 역시 각자의 어려운 사연들이 있다. 치매 시어머니를 7년간 수발들다가 스트레스를 너무 받았지만 춤을 배우고 봉사하면서 치유가 되었다는 사연, 사고로 크게 다쳐 큰 수술을 한 적이 있지만 춤을 추면서 많이 좋아져 활발한 봉사활동을 하면서 남을 돕고 있는 사연 등 자신의 아픔까지도 춤으로 승화시키고 있다. 나이를 잊은 우아한 춤사위에 근심도 사라지고 다른 이의 아픔까지 담아내는 ‘라온 우리 춤 봉사단’의 제2의 청춘이 근사하고 아름답다.
*미니 인터뷰*
유명옥 강사
“어르신들이 한 가지라도 더 배우려고 열심히 하는 모습이 보기 좋아 가르치는데 힘이 납니다. 한국무용은 전신운동이 되는 춤이라서 어르신들에게 맞아요. 우리 봉사단은 동래교방무를 잘 추시는데 무대에서도 큰 환영을 받고 있어요. 연세가 일흔이 넘으신 분들도 많으신데 정말 춤에 대한 감각이 뛰어나세요. 봉사까지 열심히 하면서 무대에 서는 걸 주저하지 않으셔서 배울 점들이 많아요.”
정은주 회원
“36년 교직생활을 정리하고 무용을 해보고 싶어서 시작하게 됐어요. 취미로 가볍게 시작했는데 이제는 서로 형제자매같이 사이가 좋아져서 빠질 수가 없어요. 몸도 더 건강해지고 남도 도우니 기분도 좋고 일석이조예요.”
이애옥 회원
“젊을 때는 일하느라 하고 싶어도 하질 못했는데 이제라도 하게 돼서 기뻐요. 여러 봉사활동이 있겠지만 내가 좋아하는 춤으로 봉사를 할 수 있어 더 신납니다. 내가 즐기면서 편안하게 할 수 있어 다른 사람들에게도 그 기운이 전달됐으면 좋겠어요.“
노경분 회원
“허리가 좋지 않아 척추협착증 수술을 했는데 춤을 배우면서 건강해지고 허리도 아프지 않아 누구에게라도 권하고 싶어요. 회원들 간에 나이차이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모두 활력이 넘치고 신나게 즐기면서 봉사도 하고 배우고 있어요. ‘창부타령’이 특히 재미있어서 자주 합니다.”
신정옥 회원
“몸치였는데 7년을 배우다보니 이제는 흥이 나고 신나게 출 수 있어요. 회원들이 모두 가족
같고 마치 친정에 온 것 같은 느낌이라서 자주 만나고 싶어요. 가벼운 우울증이 있었는데 춤을 배우러 나오면서 웃게 돼서 신나요. 남을 위해 봉사하는 것도 보람되고 기분이 좋아져요.“
길귀분 회원
“인형극 봉사를 하다가 알게 되었어요. 무용을 하러 와보니 옷도 예쁘고 소품들도 너무 예뻐서 꼭 하고 싶었어요. 언니들이 잘 챙겨주고 집안의 어려운 일도 함께 나눌 수 있어 좋아요. 봉사를 해보니 내 재주로 남을 즐겁게 할 수 있어 더 신납니다. 빠지지 않고 오래도록 할 거예요.”
이문희 회원
“8년이 넘도록 활동을 해왔어요. 집에 있으면 자꾸 나태해지고 늘어지는데 시간도 잘 활용하고 건강해져요. 분위기 좋고 합심하게 돼서 좋아요. 더불어 봉사도 함께 할 수 있어 즐거움이 두 배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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