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악자전거(MTB) 동아리 ‘소나기’
“울퉁불퉁 산길도 거침없어요~”
늘어나는 자전거 인구만큼 자전거 종류 역시 다양하다. 전용도로와 풍광 좋은 자전거길이 생겨나면서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이나 동호회의 활동도 활발해지고 있다. 우리 지역에서 산악자전거(MTB)를 타는 여성들이 만든 동아리 ‘소나기’를 만나보았다.
정선숙 리포터choung2000@hanmail.net
자전거 왕초보에서 ‘다운힐’ 묘미 알기까지
클래식한 유럽풍 자전거는 여성들의 로망. 하얀 바구니에 바게뜨 빵을 담아 긴 머리 휘날리며 집으로 돌아오는 장면을 상상하다보면 내가 곧 영화 속 주인공이 된다. ‘소나기’는 산악자전거(MTB)를 사랑하는 여성들이 모여 만든 동아리다. 하얀 바구니와 바게트 빵의 조합과는 거리가 멀다. 헬멧과 선글라스, ‘쫄쫄이’ 사이클 의상으로 완전 무장한 채 울퉁불퉁한 산길을 지나고 계단을 거침없이 내려온다. 때로는 자전거를 어깨에 메고 가파른 산을 오르기도 한다.
한강과 안양천, 도림천이 가까이 있어 자전거를 타기 좋은 지역에 산다는 것이 이들을 더 자주 모이게 했다. 일주일에 두세 번은 기본, 날씨가 궂을 때건 야간이건 시간이 나는 대로 신정교 아래서 집합해 라이딩을 즐긴다. 대부분 중년의 나이를 훌쩍 넘기고서야 자전거를 배운 소나기 회원들. 자전거와 함께 넘어지고 다치기를 셀 수도 없이 반복하면서 이제 내리막을 질주하는 ‘다운힐’의 묘미를 제대로 아는 실력파로 거듭났다. 김영이씨(목동)는 “갈비뼈가 부러져 병원에 입원했을 때도 자전거 관련 책만 들여다봤다”며 “자전거 때문에 손자, 손녀 돌볼 시간이 없다”며 웃었다.
서상희씨(당산동)는 “자전거를 배우자마자 60km를 달렸다. 다음날 온 몸이 욱신거렸는데도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가 없었다”며 “초보 시절엔 좋은 자전거에 집착했으나 실력이 좋아진 지금은 어떤 자전거라도 잘 탈 수 있다”고 자랑했다.
설레는 질주, 구석구석 누비며 사계절 만끽해
소나기 회원들은 자전거에 푹 빠지면서 대한민국을 누비기 시작했다. 신정교에서 출발해 속초까지 당일로 다녀오는 건 기본이고 해남, 남해, 부산, 흑산도, 국토종주 등 자전거를 타고 달릴 수 있는 길은 다 다녔다. 비행기에 자전거를 싣고 제주도까지 가서 한라산 자락과 해안도로를 달리기도 했다.
바람을 가르며 달리는 기분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다며 전국의 경치 좋은 곳은 다 다니다보니 세상과 계절을 가까이 느낄 수 있어 좋다고 입을 모은다. 남편들을 대동하기도 하는데 같은 취미를 가진 덕분에 부부금슬도 좋아졌단다. 김영이씨는 “자리에 누우면 천정에 자전거를 타고 올라야 할 산이 어른거리고 꿈에서도 자전거를 탄다”며 “우리 국토 구석구석 예쁘지 않은 곳이 없다. 가까이는 노을공원으로 자주 간다”고 말했다.
되찾은 활기와 건강 “자전거야 고마워”
소나기 회원들이 자전거의 매력을 꼽는 또 다른 이유는 되찾은 건강과 생활의 활력이다. 탄력 있는 ‘꿀벅지’를 선물 받았고 고질이던 허리디스크가 나았으며 오랫동안 먹어온 혈압 약을 끊었다. 사람들과의 관계에 자신이 생기면서 내성적인 성격과 우울증도 사라졌다고 한다.
정순이씨(개봉동)는 “자전거를 타고부터는 다른 운동을 다 끊었다”며 “체력이 약해 관악산 정상을 열 번 이상 쉬어야 올라갔는데 어느 순간 쉬지 않고 올라가게 됐다. 이제 막 자전거를 시작하려는 분들이 있다면 끝까지 포기하지 마시라”고 권했다. 서상희씨는 “허리가 약하고 휘었다는데 자전거로 산행을 한다니 의사도 깜짝 놀라더라”며 “활력과 건강을 되찾아 준 자전거가 정말 고맙다”고 전한다.
‘보라’ 김태인씨(66세, 자전거 입문 8년차)
원래 취미로 서예를 오랫동안 했었어요. 늦은 나이에 자전거를 배우면서 페달에 긁히고 손에 물집이 생길 정도로 연습했지요. 도시락을 싸서 안양천에 나가는 것만으로도 성공이라 생각했는데 어느새 산을 탈 정도가 됐네요. 대인기피증이 있을 정도로 내성적이었어요. 지금은 고민할 시간도 필요도 못 느낀답니다.
‘무지개’ 김영이씨(63세, 자전거 입문 10년차)
남편과 장성한 자녀들 모두 다 자전거를 타니 건강은 물론 가족이 화목해졌어요. 자전거를 탄 이후로 허리디스크가 나았고 혈압 약도 끊었습니다. 집에서 살림만 했으면 종종 앓았을지도 모르지요. 제 나이에 비해 격한 운동이긴 해도 아직은 자전거를 메고 산을 오르는 것이 거뜬하답니다.
‘비타민’ 구말숙씨(61세, 자전거 입문 12년차)
올해 건강검진을 받았는데 작년보다 골밀도가 좋아졌다는 소릴 듣고 신기했답니다. 자전거의 재미에 빠지다보니 건강은 저절로 따라오네요. 다운힐의 스릴을 느끼기 위해 힘들게 산을 올라가는 것이 재미있습니다. 요즘 같은 계절에는 하루하루 달라지는 단풍을 보는 것도 힐링이 되지요.
‘호야’ 정순이씨(61세, 자전거 입문 7년차)
호롱불 다음에 나온 호야등에서 닉네임을 따왔는데요. 밝은 호야등처럼 자전거로 제2의 삶을 살겠다는 다짐을 넣었답니다. 자전거를 타면서 건강해졌고 운동신경도 좋아졌어요. 목욕탕에서 친구들이 제 등을 밀어주면서 등판이 돌덩이 같이 단단하다더군요. 친구들에게 자전거 타라고 열심히 홍보한답니다.
‘채송화’ 서상희씨(56세, 자전거 입문 13년차)
어릴 적 코스모스 핀 도로를 쌩쌩 지나가는 사이클 선수들을 동경했었지요. 주말에 멀리 투어를 다녀오면 일주일이 즐거워요. 일을 하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면 혼자서라도 자전거를 타고 휙 나갔다온답니다. 그동안 많이 다치기도 했었는데요. 늘 조심해서 타려고 노력합니다. 이제는 자전거와 내가 하나가 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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