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험생들이 가장 힘들어 하는 것은?
인생살이의 중요한 고비인 대학입시를 준비하는 수험생들을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엄청난 영어 단어 암기’, ‘끝없이 계속되는 수학 문제 풀이’, ‘기대만큼 향상되지 않는 성적’...
‘시간이 갈수록 떨어지는 체력’, ‘한없이 작아지는 자신감’, ‘수능 시험이 다가올수록 커져만 가는 초조감’...
하지만 가장 견디기 어려운 것이라고 다수의 수험생들이 꼽는 요인은 이런 것들이 아닙니다.
‘엄마는 왜 나를 인정하지 않는지 모르겠어요’
‘아빠는 왜 나를 믿지 않는지...’
엄마주도 학습의 한계
아직도 대부분의 부모들이 ‘더 빨리, 더 많이 공부 시키기’ 경쟁으로 자녀들을 뺑뺑이 돌리고 있습니다. 사교육의 엄격한 학습 관리와 엄마들의 치밀한 통제가 결합하면 일시적인 효과가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좁은 범위에서 낮은 수준의 문제가 출제되는 저학년 시험에서는 어느 정도 통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학년이 높아지면서 배울 내용이 많아지고 수준이 높아지면 수동적인 학습은 곧 한계에 다다릅니다. 더군다나 수능이나 수리논술처럼 깊은 수학적 사고력을 요구하는 시험에는 도저히 대응할 수가 없습니다. 스스로 학습 능력을 기를 수 있는 기회를 빼앗기고 과도한 학습 노동에 내몰린 학생들은 결국 남의 도움 없이는 공부할 수 없는 수동적 학습자로 전락해버리기 때문입니다.
부모 우월주의의 폐해
사교육비를 대기 위해 취미 생활도 줄이고 열심히 돈을 버는 아빠. 사회 생활을 포기한 채 아이의 학습 매니저를 자처하고 나선 엄마. 이들의 헌신(?)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고등학교에 진학한 학생의 성적은 갈수록 떨어집니다. 사춘기를 거치면서 점차 반항의 정도는 통제하기 힘들 정도로 강해집니다. 부모와 자식의 근본적인 관계는 이미 온데간데 없고 가정의 평화는 깨진지 오래입니다. 아이를 위해 현재의 행복을 포기한 부모의 노력이 오히려 아이의 현재는 물론이고 미래마저 송두리째 불행하게 만드는 비극적인 역설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히말라야 정상 정복이 가능한 이유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에베레스트 정상을 정복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요. 강인한 체력과 정신력은 물론이고 경험 많은 셰르파의 지원이 필수적이겠지요.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든든한 베이스캠프의 뒷받침입니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날씨와 발 한 번 잘못 딛으면 그걸로 끝인 아찔한 상황에서 목숨을 건 정상 정복을 시도하려면 필요할 때 언제든 후퇴할 곳이 있어야만 합니다. 실패를 비난하지 않고 언제든 재도전을 할 수 있도록 품어주는 절대적인 휴식처에 대한 든든한 믿음이 필요한 것이지요.
대입 전쟁터의 베이스캠프
아직 철들지 않은 어린 나이에 감당해내기는 너무도 버거운 것이 대한민국 대학입시의 현실입니다. 남을 제쳐야만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는 치열한 생존 경쟁에서 베이스캠프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일까요. 체력을 단련하고 정신력을 다지는 스파르타 훈련과 진로에 따른 유리한 입시전략을 수립하는 유능한 셰르파 역할을 할 수 있는 자는 많습니다. 하지만 베이스캠프 역할은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부모만 할 수 있습니다. 부모가 아니면 아무도 대신해줄 수 없습니다.
부모와 학원의 역할 분담
부모의 역할에 충실하면 됩니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학교 선생님이나 학원 강사와는 달리 부모만이 할 수 있는 본래의 자기 역할을 하면 되는 것입니다. 하루의 대부분을 학교와 학원에서 학습 노동에 시달리며 질책을 받는 학생들은 화목한 가정에서의 따뜻한 격려를 절실히 원합니다. 이렇게 부모에게서 자신의 감정과 행동을 존중받아온 아이들은 자존감이 높습니다. 소중한 자신의 아름다운 미래를 위해 스스로 공부하는 길을 찾아나갑니다.
그런 아이들의 흔들리는 마음을 잡아주고 더욱 독려하는 역할은 학교와 학원이 이미 지나칠 정도로 많이 하고 있습니다. 수험생들이 한 눈 팔지 못하게 괴롭히는(?) 일에 전문가들입니다. 그런데 학생들은 부모의 채찍질에 마음이 상할대로 상해 기진맥진한 채 학원에 오고, 그들을 닦달해야 할 사교육 담당자들이 오히려 위로하고 쓰다듬는 일을 하게 된다면, 학원 다니는 기본 목적인 성적 향상이 가능할 수는 없겠지요.
행복한 부모를 보며 열심히 공부한다
공부의 필요성은 강요를 통해 알게 되는 것이 결코 아닙니다. 오히려 역효과가 날 뿐입니다. 대부분의 부모들은 어느 세월에 학생 스스로 그런 필요성을 느끼게 되겠느냐고 조급해 합니다. 본인의 기준에 따라 성급한 잣대를 들이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학생들은 한 해 한 해 커갈수록 생각의 크기도 커집니다. 20년 동안의 강의 경험을 돌이켜볼 때 의심의 여지가 없는 사실입니다. 싹이 터 잎사귀가 달리고 줄기를 뻗으며 굳건한 뿌리를 갖춰나가는 길고도 험난한 과정을 애정을 가지고 바라보아야 합니다. 서서히 자라가는 희망의 싹을 짓밟아버리면 안됩니다. 한번 망가지고 나면 회복하기가 너무나 어렵기 때문입니다.
사회 생활이든, 취미 생활이든 정신없이 바빠서 자녀의 성적에 민감할 틈도 없는 엄마를 둔 아이들. 너무 신경을 안 쓴다고 불평을 하면서도 아이들은 그런 엄마의 행복한 모습을 보며 자연스레 자신의 미래를 그려보게 됩니다.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현재 자기의 힘을 쏟아부어야 할 곳을 찾습니다. 힘들어 쉬고 싶을 때 넉넉하게 안아주고 되풀이되는 실패에도 아무 말없이 신뢰의 미소를 보여주는 든든한 언덕에 기대어 어느덧 불가능할 것만 같았던 정상 정복의 힘찬 발걸음을 내딛게 되는 것입니다.
최 재 용 원장
수학전문학원 베리타스룩스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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