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하고 엄마가 되면 자꾸만 꿈이 희미해진다. 엄마로서, 또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살다보면 꿈 보단 일상의 고단함에 끌려가기 십상이다. 꿈을 잃어버린 채 살다가 어느 순간 아이들이 훌쩍 커버린 후 뒤늦게 허전해하는 이들도 많다. 하지만 일상의 분주함 속에서도 꿈을 간직하고 이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다보면 어느 순간 꿈은 현실이 된다. 청소년기의 두 자녀를 둔 직장 맘으로 누구보다 분주하게 달려온 우서경씨(48세·가좌마을)가 자신의 이름을 건 첫 번째 음반을 냈다. 꿈을 찾아 묵묵히 걸어 온 끝에 만난 결과물이라 무엇보다 소중하다는 가수 우서경씨를 만나보았다.
양지연 리포터 yangjiyeon@naver.com
다양한 음악 깊이 있게 배워
어릴 적부터 우서경씨는 딱 팔방미인이었다. 그림, 음악, 글짓기, 운동 등 다방면의 재능을 보이며 성장했다. 그중 가장 좋아했고 즐겨했던 것이 노래 부르기. 대학에 진학하자마자 통기타 동아리에 들어가 본격적으로 노래를 부르며 고등학교 때부터 꿈꿔왔던 대학가요제에 참가했다. 동아리 친구들과 함께 예선을 거쳐 충남 대표로 참가했고 87년 mbc 대학가요제에서 동상까지 수상했다.
이후 대학 축제나 방송에 나가 노래를 하면서 그는 우서경이라는 이름으로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당시는 가수의 꿈을 쉽게 펼치기가 어려웠던 시기라고 한다. 제대로 된 기획사나 매니저 등이 전무할 정도로 열악했기 때문이다. 진로에 대해 고민하던 차에 mbc 방송국의 합창단 활동 제의를 받았고 오디션에 참가해 2000여명의 경쟁자를 제치고 단원으로 선발됐다. 1990년도부터 방송국 합창단에서 노래하며 그는 많은 것을 배웠다고 한다.
“그때 단장님이 지금은 음악감독으로 유명하신 엄기영 감독님이셨어요. 그 분이 합창 애호가라서 방송 활동 외에는 늘 합창연습을 하며 많은 시간을 보냈죠. 자신의 목소리를 내지만 다른 사람과 호흡을 맞춰야하는 합창을 통해 음악을 깊이 있게 배울 수 있었죠. 또 가곡이나 클래식을 바탕으로 대중음악까지 섭렵하면서 다양한 음악을 소화하게 됐죠. 그러면서도 당시 최고의 인기가수였던 이선희씨나 민혜경씨, 양수경씨 뒤에서 코러스로 활동하며 나도 그분들과 같은 가수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항상 품고 있었어요.”
돌고 돌아 다시 찾은 꿈
많은 여성들이 그러하듯 우서경씨 또한 결혼과 출산으로 자신의 활동을 정리했다. 집안에 먼지 하나 없을 정도로 깨끗이 살림을 하고 아이들을 돌보는데 전념하면서도 문득문득 ‘내 목소리는 살아있나’하는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그렇게 주부로서 10년의 세월을 보내고 난 어느 날, 꿈을 잃어버린 채 살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더 늦기 전에 자신의 소리를 되찾아야겠다는 생각에 교회 성가대에 들어가 십년 만에 다시 노래를 불렀다. 직장을 구해 사회활동도 시작하며 주부로서 살던 때보다 몇 배 더 바쁜 하루하루를 보냈다.
출근길에 차에 올라 목을 풀고 노래를 부르며 혼자 있는 시간을 활용해 틈틈이 노래 연습을 했다. 그렇게 꾸준히 훈련하면서 음악에 대한 자신감도 회복했다. 마침 그 시점에 지인을 통해 소개 받은 곡이 바로 앨범에 수록된 ‘난 아직 여자니까’다. 경쾌한 멜로디에 쉽고 편안하게 들을 수 있는 곡이 딱 자신을 위한 노래 같았다고 한다.
가수에게 목소리만큼 중요한 것은 좋은 곡을 만나는 기회다. 자신에게 잘 맞겠다 싶은 좋은 곡이 왔을 때 이 기회를 잡을 수 있을 만큼 안목이 있어야하고 준비돼 있어야 한다. 가수가 되고 싶다는 꿈을 위해 노력해 온 그에게 기회는 당연한 듯 자연스럽게 찾아왔다.
꾸준히 노래하고 성숙해지는 가수 되고파
유튜브와 음원 시장에 나온 그의 노래들은 반응이 좋다. 퓨전 트로트 스타일의 곡들을 세련되게 소화했다는 평가다. 깨끗한 그의 목소리가 신선하며 기억에 오래 남는다고 평하는 이들도 있다. 현재 방송심의 중으로 조만간 TV에 설 기회도 있으리라 생각한다. 음반을 낸 후부턴 크고 작은 공연에 우서경이라는 이름으로 무대에 오르고 있다. 아주 오래 전부터 그는 노래를 할 때 가장 행복했다고 한다. 가수로서 음반을 내고 무대에서 노래를 할 수 있는 요즘, 그는 정말 행복하다고 한다.
“사실 음반을 낸 것만으로도 기뻤는데, 다시 무대에 서고 나니 무대 위에서 노래하는 행복을 새삼 느끼게 되네요. 오랫동안 꾸준히 노래하며 가수로서 성숙해지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엄마가 이렇게 노래를 잘하는 줄 몰랐다”며 깜짝 놀라는 아들과 엄마의 노래를 하나하나 분석해 자신의 의견을 말해주는 딸, 마음으로 응원해주는 남편, 그리고 “우리 딸이 원래 노래를 잘했어”라며 막내딸의 음반 선물에 행복해하는 어머니에게 이 음반을 바치고 싶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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