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회 특성화고 창의아이디어 경진대회 대상 영등포공업고등학교 ‘지식개봉’팀
“자장면 비닐 랩 한 번에 제거하는 아이디어로 대상 받았어요”
지난 11월 4일 서울시청에서 ‘제9회 특성화고 창의아이디어 경진대회’ 시상식이 있었다. 특성화고 창의아이디어 경진대회는 특성화고 학생들에게 창의 아이디어를 발현할 기회의 장을 제공하고 우수학생을 발굴·지원함으로서 전문성을 갖춘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대회로 올해 67개 특성화고에서 총 1,610개 팀이 아이디어 대결을 벌였다. 올해 대회에서 ''음식 포장용 비닐 랩 원터치 제거 스티커''로 영예의 대상을 받은 영등포공업고등학교 IT융합건축과 2학년 임지원, 지영근 학생, 한성규 지도교사를 만났다.
송정순 리포터 ilovesjsmore@naver.com
왼쪽부터 지영근, 임지원 학생, 한성규 지도교사
처음 나간 대회, 대상을 받다
제9회 특성화고 창의아이디어 경진대회에서 대상을 받은 영등포공업고등학교(교장 최수영) ‘지식개봉’팀( IT융합건축과 2학년 임지원, 지영근 학생, 지도교사 한성규 건축과장)의 발명 아이디어는 ''음식 포장용 비닐 랩 원터치 제거 스티커''다. 1,610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뚫고 대상을 수상한 이 작품은 배달음식을 자주 시켜먹던 선생님과 아이들이 느낀 불편함에서 아이디어가 출발했다.
“배달 음식을 시켜먹을 때마다 불편한 점이 항상 2가지가 있었어요”라며 말문을 연 건 지식개봉팀의 지도교사 한성규 건축과장이다. “포장된 비닐 랩을 벗길 때 손에 묻거나, 나무젓가락으로 모서리 부분을 긁어 제거할 경우 미세한 비닐 랩이 음식물 안으로 섞여 들어갈까 불안하잖아요. 항상 음식을 시켜먹을 때마다 아이들과 이런 문제를 이야기하곤 했는데 특성화고 창의아이디어 경진대회에 참가하자는 의견이 나오고부터 이 불편함을 해결할 발명품을 만들자는 생각에 동의하게 됐습니다.”
7월부터 2달 동안 하루 4시간씩 투자
7월, 대회가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부터 임지원, 지영근 학생은 아이디어를 현실화시키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기능인재반에서 동아리 회원과 지도교사였던 이들은 오전에는 기능반 수업을 하고 오후에는 발명품을 만들기 위해 하루 4시간씩 투자했다. 중국집에서 주로 쓰는 두꺼운 비닐 랩과 그릇을 교실에 비치해두고 그릇에 비닐 랩을 씌운 후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랩을 벗길까 고민했다.
처음에 생각해낸 아이디어는 그릇 중앙에 칼집을 내면 4등분으로 나눠 비닐 랩이 가뿐하게 분리될 거라 생각했다. 스티커를 제작해 4갈래로 칼집을 내서 잡아 당겨보았지만, 비닐 랩이 맘대로 찢어지거나 손잡이가 툭 끊어지기 일쑤였다. 비닐 랩의 신축성 때문에 정확히 4등분으로 나눠지지가 않았다.
지영근 학생은 “손으로 스티커를 제작하는 데 시간이 정말 많이 걸렸어요. 규격에 맞춰 가위로 오리고 양면테이프를 붙여 정성스럽게 만들어 비닐 랩에 붙여서 당겼는데 손잡이가 툭 끊어지면 너무 허무한 거에요. 사실 포기하고 싶었을 때가 더 많았습니다.”
손잡이 스티커의 크기를 바꿔가며 시도했지만 결국 중앙에서 4갈래로 비닐 랩을 뜯어낸다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결론이 얻어지자 스티커의 위치를 그릇 가장자리로 옮겼다.
작품 제출 이틀 전, 최종 아이디어 나와
비닐 랩으로 그릇 감싸기를 수천 번했지만, 발명품 마감 이틀 전까지 성공 아이디어는 계속 나오지 않았다. 결국, 하는 데까지만 하고 제출해야 하나, 포기해야 하나 고민할 즈음 8월 14일 대체공휴일에 학교에 나와 마지막으로 실험하던 아이들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비닐 랩에 스티커를 부착하고 젓가락으로 구멍을 4개 뚫어준다. 여기에 커터 칼로 미리 칼집을 넣어둔 스티커를 잡아당기면 바로 뜯어질 수 있도록 아이디어를 더했다.
“커터 칼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비닐 랩이 신축성이 있어서 잘 찢어지지 않기 때문에 먼저 젓가락으로 구멍을 뚫어 상처를 주고 커터 칼로 미리 잘 뜯어지게 일차적으로 분리를 시켜줘 스티커를 잡아당기면 비닐 랩이 같이 찢어지는 원리를 이용하게 됐습니다.”
랩을 두 겹으로도 씌우는 등 몇 번의 실험을 거쳐 이 아이디어가 승산이 있겠다는 생각에 부랴부랴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만들어 제출하게 됐다.
임지원군은 “스티커의 위치를 그릇 가장자리로 바꾼 것, 스티커에 구멍을 4개 낸 것, 커터 칼로 미리 칼집을 내어 잘 뜯어지게 만든 것이 성공의 핵심 포인트”라 설명했다.
특허 신청, 크라우드 펀딩으로 투자받아
본선 대회 심사 후 ‘실용신안은 되겠는데 특허까지는 어렵겠다’ ‘제작이 쉬워 도용할 수 있겠다’는 평가를 받아 결선을 통과할 수 있을까 심히 염려스러웠다. 하지만 결선에서 작품 시연을 하고 변리사 등 관련 전문가들의 심사를 거치면서 반응이 기대이상으로 좋아 ‘대상’을 예감했다.
이제 ‘음식 포장용 비닐 랩 원터치 제거 스티커’ 일명 ‘바나나 스티커’는 특허 신청 중이다. 오는 11월 16일 크라우드 펀딩(신제품 아이디어를 인터넷에 공개하고 투자자금을 모집하는 것)으로 투자자가 모집되면 이제 집에서도 바나나 스티커를 만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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