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이 도서관 ‘내 인생의 그림책 만들기’ 조경태씨

그림책을 통해 나를 새롭게 만나는 여행~

지역내일 2015-11-10

매주 목요일 오후 3시 30분 ‘덕이 도서관’ 2층 교양교실에서는 아주 특별한 강좌가 열린다. 지난 8월부터 시작해 오는 12월까지 진행되는 이 강좌는 실버들을 대상으로 한 나도 그림책 작가, 내 인생의 그림책 만들기’. 그림책 하면 아이들의 전유물이라 생각하던 고정관념을 깬 이 강좌를 통해 지난 시간을 되돌아 보게 됐다는 조경태(67)씨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그림책 만들기 통해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게 돼

덕이 도서관의 ‘그림책 만들기’는 이미 지난 4월과 5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운영한 바 있으며 큰 관심과 호응 속에 수업 마지막 날까지 참여율이 매우 높았던 프로그램이다. 그런 교육적 효과에 힘입어 도서관 측에서 특별히 마련한 강좌가 60대 이상 실버 세대를 겨냥한 ‘나도 그림책 작가, 내 인생의 그림책 만들기’ 프로그램이다.
덕이도서관 담당자인 김선영씨는 “참여자들이 나를 새롭게 되돌아보고 이를 통해 좀 더 건강하고 활력 있는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자 마련한 강좌”라며 “처음 대상은 실버들을 대상으로 시작했는데 그림책 만들기가 비단 그림뿐 아니라 스토리텔링부터 구성까지 복합된 작업이기 때문에 그리 쉬운 작업이 아니에요. 그러다보니 처음에 수강하셨던 실버들이 아쉽게 포기하신 분들이 많아요”라고 덧붙인다.
백승임 그림 작가가 진행하는 이 강좌는 총 14회로 리포터가 방문한 날은 8회 차 수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백 강사는 “그림책이라고 해서 꼭 그림 작업만 하는 것이 아니라 사진, 인형, 자수 작업 등 자신이 좋아하고 할 수 있는 것들로 좀 더 색다르게 만들어 볼 수도 있어요. 무엇보다 실버들에겐 자신의 삶을 담는 과정에서 마음에 담아 두었던 갈등이나 괴로움들을 털어내고 마음이 정화되는 효과가 커 적극 추천하고 싶은 작업입니다”라고 한다. 사실 그림책이라고 해서 그림만 그리는 것이 아니라 16쪽 내외의 지면에 스토리를 함축해 그림과 글 작업을 해야 하기 때문에 만만한 작업은 아니다.
그런 작업을 포기하지 않고 12월 자신만의 그림책 완성을 목표로 열정을 쏟고 있는 조경태씨는 “처음엔 그림책이라고 해서 쉽게 생각한 것도 있어요. 그런데 시작하고 보니 나도 중간에 포기하고 싶더라고요.(웃음) 하지만 시작했으니 끝을 보자하고 차근차근 강좌를 들으니 소박하지만 나만의 그림책을 완성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라고 한다. 


16바닥에 이야기를 담아내는 작업, 마음이 정화되는 효과 커
그의 그림책 제목은 <소년들>. 소년에서 어른으로 성장하는 과정과 어른이 되고 나서 자신이 선 위치와 지나온 삶을 되돌아보며 느낀 이야기들로 구성했다고 한다. “소년들은 두 아들을 이르는 말이기도 해요. 소년에서 지금 이 나이에 이른 나 자신을 뜻하기도 하고요. 그림책 작업은 어떤 이야기를 쓸 것인가 내 인생의 역사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실버들이 한번쯤 도전해볼 만한 작업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쉽지 않은 작업, 포기하고 싶었다고 하지만 조경태씨는 은근한 노력파다. 그림 작업에 마음에 드는 색감을 넣기 위해 이런 저런 크레용들을 구입해 사용해보기도 하고, 유명 작가들의 그림책을 찾아보면서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시도를 게을리 하지 않는다.
비단 그림책 만들기 뿐 만 아니라 평소 배우고 익히는 것에 관심이 많은 조경태씨는 “은퇴 후에 다양한 강좌를 찾아다니며 듣고 배웠죠. 그런 것이 전혀 다른 분야의 것들을 배울 때도 서로 유기적으로 도움이 되더라고요”라고 한다. 마포 토박이인 조씨는 은퇴 후 마포구청에서 진행하는 다양한 강좌를 섭렵했다고 한다. 사진, 클래식 음악, 영상 등 자기계발을 늦추지 않았던 터라 5년 전 덕이동으로 터전을 옮겼을 때부터 덕이 도서관은 그의 친구나 다름없었다.
“오래 살던 곳에서 낯선 곳으로 오다보니 처음엔 모든 것이 낯설고 불편했어요. 집 근처 도서관이 그나마 위로가 되었죠. 그러다 실버들을 위한 그림책 만들기 강좌가 있다기에 수강신청을 하고 듣기 시작했는데 사실 처음엔 그저 가볍게 생각했어요.(웃음) 작업이 쉽진 않지만 지금은 내가 만든 그림책이 어떤 모습일지 기대가 돼요.”
조씨는 그동안 사진이나 영상으로 CD를 만들어 본 경험이 도움이 많이 됐다고 얘기한다. 젊었을 땐 사업한다고 바쁘게 살다가 은퇴 후 하고 싶은 작업들을 많이 배웠던 것이 그냥 헛것만은 아니라는 생각도 하게 됐다는 그는 “나이 들어서도 일이든 취미생활이든 공부든 놓지 않는 것이 생활에 활력소가 되는 것 같습니다. 그림책 만들기 작업 또한 내 인생의 좋은 자양분이 될 것이라고 생각해요”라고 한다. 12월 10일 강좌가 끝나면 서점에 나와 있는 그림책처럼 하드보드지 표지로 장식된 나만의 그림책이 완성되고, 또 덕이 도서관에서 전시회도 가질 예정이란다. 조경태씨가 아들들에게 전해 주고 싶은 이야기를 담은 세상에 단 하나 밖에 없는 그림책. 그 완성본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이난숙 리포터 success6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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