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 이 아프리카 속담은 간결하지만 마을을 잊고 사는 도시인들에게 의미 있는 메시지를 전한다. 아이가 잘 자라나기 위해선 가족뿐 아니라 이웃, 그리고 마을 사람들의 관심과 애정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사실 본래 학교는 마을 안에 있었다. 하지만 입시 위주의 교육 현실에서 학교담장은 높아만 갔고, 학생들은 학교 밖 마을을 살펴볼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이제 학교와 마을이 손을 잡고 마을 교육공동체를 이루기 위한 한걸음을 내딛었다. 일산 대진고(교장 정하근)에서는 ‘소통과 나눔의 무한도전’이라는 소나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고양형 마을 교육공동체, 그 모델을 제시하기 위해 분주한 현장을 찾아가 보았다.
봉사의 진정한 의미 경험
대진고에서는 지난 5월엔 문촌7종합사회복지관(이하 복지관)과 9월엔 대화노인복지관, 대화도서관 등과 마을 교육공동체 구성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교육을 오직 학교에만 의존하는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지역사회 전체가 교육에 관심을 갖고 교육공동체로서 협력하자는 취지를 공유했다.
학교 동아리 중 활동범위를 학교 밖까지 확장할 수 있는 동아리를 선별해 마을 교육공동체를 구성했고 제일 먼저 문촌7종합사회복지관에서 활동을 시작했다. 밴드부 동아리인 ‘수시아’는 봉사활동과 연계해 복지관을 이용하는 저소득층 자녀를 대상으로 악기 연주를 가르쳐주고 있다. 그동안 연습실 문제로 어려움을 겪었던 ‘수시아’를 위해 복지관에서는 복지관 내의 동아리 연습실을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해줬고, 복지관과 함께하는 연대 공연도 기획 중이다.
패션디자인 동아리인 ‘3D’는 의미 있는 옷 만들기에 대해 고민하다가 복지관의 실버 합창단을 위한 합창복을 디자인했으며, 실버 합창단의 공식 서포터로 활동하기로 약속하고 사업을 기획 중이다. 실버 합창단 또한 대진고의 교내 합창대회에서 초청 공연을 펼칠 예정이다.
이처럼 학교와 마을이 서로 연대하고 협력하면서 학생들에게 또 다른 성장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시간 채우기가 되기 쉬운 형식적인 봉사활동에서 벗어나 누군가와 지속적으로 관계를 맺고 나눔으로써 봉사의 진정한 의미를 경험하는 시간이 됐다.
대진고 마을 교육공동체 사업을 담당하는 윤신혁 부장교사는 “단순히 실적을 쌓는 봉사활동은 학생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지만 사람과의 관계에서 출발한 봉사활동은 학생들에게 봉사의 본질과 책임감을 깨우치게 해 준다”며 “학생들이 하는 봉사가 다른 누군가에게 어떻게 전해지는가를 직접 보고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됐다”고 전했다.
마을과 학교, 학생들이 만드는 소통과 나눔
매주 수요일 오후 대진고의 시사토론 동아리인 ‘비바체’는 대화도서관에서 동아리 활동을 한다. 그동안은 학교에서만 활동을 진행했는데 이제는 도서관을 활용해 책과 자료를 찾아보고 우리 지역 현안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도 갖는다. 서로의 생각을 나누고 토론하는 것이 좋아 모인 학생들은 거시적인 사회 주제를 다루며 토론의 한계도 느꼈다고 한다.
2학년 박서영 학생은 “주로 시사적인 사회현상을 주제로 다루다보니 토론에서 그치는 경우가 많았는데, 지역이나 마을 현안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의견을 모아보면 마을에 도움이 되는 실천으로 이어질 수도 있을 것 같다”며 기대감을 밝혔다. 2학년 박진형 학생 또한 “동아리에서 2년 동안 다양한 주제에 대해 토론을 해왔는데 한 주제에 대해 깊이 다뤄본 적은 없었다”며 “우리가 살고 있는 고양시나 마을에 대해 심도 있게 토론해보고 싶다”고 전했다.
우리는 마을에 거주하며 그 속에서 다양한 삶을 살고 있다. 나와 우리 가족만 바라보는 울타리를 조금만 벗어나면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는 마을이 눈에 들어온다. 학교와 마을 간의 징검다리만 놓아줘도 학생들은 성큼성큼 마을을 활보했다. 마을과 학교, 학생들이 만드는 소통과 나눔 덕분에 마을살이가 조금 더 풍성해지길 기대해본다.
양지연 리포터 yangjiye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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