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모임 ‘공간, 책소리’

책 읽는 소리에 가을이 깊어가네요

지역내일 2015-10-20

독서모임 공간, 책소리


책 읽는 소리에 가을이 깊어가네요


 

 



누구나 시인이 된다는 가을이다.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 한권 들고 가까운 카페를 찾거나 서점에 오랫동안 머물다 가는 것도 이 계절을 즐기는 좋은 방법. 혼자 책 읽는 것이 힘들다면 서로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독서모임에 참여해보는 것은 어떨까. ‘공간, 책소리는 책을 낭독하는 모임이다. 나이도 직업도 다양한 사람들이 책 읽는 즐거움 하나로 모였다. 늦은 저녁, 그들이 만들어내는 또랑또랑한 가을소리를 들어보았다.


 

 



정선숙 리포터 choung2000@hanmail.net


 

 



 매력 있는 독서기법 낭독


눈으로 읽는 것보다 소리 내어 읽는 것이 두뇌 효율을 높여준다는 사실을 알만 한 사람은 다 안다. 공공도서관이 생겨나면서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자 조용히 책 읽는 방법이 자리 잡았지만 옛적부터 우리는 책을 소리 내어 읽는 것을 사랑했다. 책 읽기는 곧 공부였고 책 읽는 소리가 문 밖으로 새어나오는 것을 가장 듣기 좋은 소리로 여겨왔다.


공간, 책소리는 책을 낭독하는 모임이다. 매주 화요일 저녁 8시가 되면 어김없이 모여 책을 읽는다. 저녁밥을 먹고 느긋하게 드라마나 뉴스를 즐기기 딱 좋은 시간에 모임을 지속하기란 쉽지 않았을 터. 서로 격려하며 함께 한 날이 다음 달이면 어느새 1년이다. 세 사람으로 시작한 이 모임은 현재 20여 명 이상으로 늘어났고 매번 평균 여덟 명에서 열 명 정도가 모인다. 30대부터 70대까지 연령대도 다양한데 특히 50대 여성회원들의 참여율이 높다고 한다.


 

 



 다양한 인문학 서적으로 생각의 폭 넓혀


공간, 책소리에서는 주로 인문학 서적을 낭독하고 있다. 작년 11월 첫 번째 책으로 선택된 <돈의 인문학>을 시작으로 <나무야, 나무야>, <철학학교1>,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등을 읽었다. 통상 한 권의 책을 한 시간에서 한 시간 반 정도 돌아가면서 읽고 난 뒤 20~30분 정도 자유롭게 느낀 점을 이야기한다. 이렇게 매주 진행하다 보면 보통 4주 만에 책 한 권을 뗄 수 있고 두께가 있는 책은 6주 정도 걸린단다. 1년이면 인문학 서적 8~9권 정도를 읽는 셈이다.


공간, 책소리의 송기동 회장은 인문학 서적을 낭독이라는 방법으로 제대로 읽을 수 있을지 고민이 되기도 했었다“1여년 가까이 하다 보니 꼭 정독이 아니더라도 차곡차곡 쌓인 저자의 글들과 자신의 생각이 조화롭게 뭉쳐지는 것을 발견했다고 전한다.


 

 



 책 읽는 즐거움에 피곤함도 잊어버려


어지간한 독서광이라 하더라도 책 읽는 습관이 몸에 배이려면 많은 인내심이 필요하다. 요즘같이 유혹거리가 많은 세상에서는 더욱 그렇다.


공간, 책소리의 회원들이 선뜻 손에 쥐기 어려운 인문학 서적을 꾸준히 읽어올 수 있었던 힘은 함께였기에 가능했다고 입을 모은다. 바쁜 직장생활 중에 미리 책을 읽지 못해도 참여하는데 부담이 없다는 것 또한 모임을 지속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다.


감상을 나누거나 토의를 하면서 생각을 정리할 수 있고 자신이 미처 깨닫지 못했던 것을 다른 사람을 통해 발견하기도 한다. 오늘은 <프레임>을 읽는 네 번째이자 마지막 시간. 책에 있는 내용 중 마음에 드는 부분을 글로 써봤다는 한 회원의 말에 리더인 송기동 회장은 필사는 글쓰기의 시작이라며 격려해준다. 책을 읽고 나서 자신이 물건의 지배를 많이 받는 사람이라는 것을 반성하며 먼지 쌓인 책들을 새로 생긴 작은 도서관에 기증했다는 회원의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그동안 쌓인 내공으로 서로의 생각을 머뭇거림 없이 나누다보면 개인의 일상생활부터 사회문제로까지 나눔의 폭이 확대돼 시간은 금방 지나가버린다. 다음 주는 홍세화의 <악역을 맡은 자의 슬픔>이라는 책을 읽기로 하고 아쉬운 모임을 끝냈다.


김진 총무는 처음 마을 카페에서 독서모임을 시작했을 당시 난방이 열악해 추위에 벌벌 떨며 책을 읽던 기억이 난다6월부터 요양보호사 교육기관의 배려로 강의실에서 편안하게 모임을 갖고 있다.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갖고 인문학 서적 낭독이라는 색다른 재미에 빠져보시길 권한다고 전했다.


 

 



 

 



송기동 회장



인문학 서적은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게 하는 힘을 가졌습니다. 소크라테스의 명언 중 무지의 자각이라는 말이 있어요. 내가 모르고 있다는 것을 아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서 하나둘 깨우쳐 간다면 본인뿐 아니라 우리 공동체가 개선될 것이라는 신념이 있습니다. 쉽고 대중적인 책을 선정하니 누구나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답니다.”


 

 



 

 



류순임씨(61)



젊은 사람들과 함께 책을 읽을 수 있어 좋습니다. 어려서는 책을 많이 읽었는데 결혼 이후로는 거의 읽지 못했지요. 이제라도 이런 모임을 통해 인문학 서적을 읽으니 생각이 깊어지고 사람을 이해하는 폭도 넓어지면서 삶의 즐거움을 느낍니다. 수학에 약하고 계산에 둔한 제가 처음 본 책이 <경제학 콘서트>였는데 의외로 재미있었어요.”


 

 



이연애씨(58)



강서 지역신문에 실린 독서모임 소식을 보고 그날 달려왔어요. 책을 항상 가까이 두려는 습관을 가지고 있어서 부담 없이 참석할 수 있었지요. 혼자였다면 평생 읽기 어려운 책을 이 모임에서 다 읽었답니다. 내 목소리가 어떻게 들릴지 생각하면서 또박또박 읽으려 애쓰고 있습니다. 좋은 사람들과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모임이 즐겁습니다.”


 

 



모임장소: 강서구 화곡동 1032-18 안태수 내과빌딩 3


모임문의: 송기동 회장 010-9011-57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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