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청소년국악관현악단

‘우리 소리’로 세계를 품는 꿈 이야기, 들어보실래요?

지역내일 2015-06-08

서양의 ‘오케스트라’는 익숙한데 ‘국악관현악단’은 어쩐지 낯설다. 아이가 예닐곱이 되면 피아노를 가르치는 것은 엄마들 사이에 예체능 사교육 필수 코스가 된지 오래다. 아이가 초등학생이 되면 현악기를 하나 더 가르쳐야 하나, 관악기를 하나 더 가르칠까 고민하는 엄마들이 많지만 그런 고민의 범주에 ‘우리 소리’는 고려 대상이 아니다. 그런 흐름에 맞서 매주 일요일, 분당구 구미동의 한 상가 건물 4층에서는 ‘우리 소리’에 자신들의 음악, 고민, 목소리를 담아 그들만의 이야기를 만들어 내려는 고군분투가 벌어진다. 그 현장을 찾아보았다.
문하영 리포터 asrai21@hanmail.net

관현악단

쉽지 않은 행보였지만 외롭지는 않았던 길
경기청소년국악관현악단은 1995년 창단되었다. 당시 중·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아이들이 우리 고유의 음악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조금이라도 늘리고자 했던 정길선 총감독의 바람이 이루어낸 결실이었다.
초창기에는 단원 수가 40여명에 육박했으나 5년 전부터 아이들이 학업상의 이유로 하나 둘 씩 빠져나가면서 주춤하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대금, 소금, 해금, 가야금, 아쟁, 피리, 타악 등의 파트에서 15명의 단원이 활동하고 있다.
올해 정길선 총감독, 강대현 단장 이하 지도강사 6명과 학부모들은 다시 한 번 경기청소년국악관현악단을 일으키고자 관현악단의 양적 성장보다는 질적 향상을 위해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함께 마음을 모으고 있다. ?
해금을 지도하고 있는 이미란(용인시 죽전동)씨는 “단원에 비해 지도 강사가 굉장히 많은 편”이라며 “초등학교 방과 후 수업에 의존해 국악을 접했던 아이들과 그 부모들이 국악기의 매력을 못 잊고 힘들게 수소문해 찾아오는 경우가 많다”며 “그 아이들이 다시 악기를 연주하며 행복해 할 때, 매 주말 시간을 쪼개 이곳에 와서 아이들을 지도하는 보람을 느낀다”고 전했다. 

‘우리 소리’에 대한 뜨거운 열정과 애정
단원들은 매주 일요일에 모여 각 파트별 지도 선생님들과 함께 연습을 한다. 타령, 군악 등의 정악으로 기본을 탄탄히 다지는 것은 물론, 국악공연의 취약점을 보완하고자 일반인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서양 곡을 재해석해 편곡한 퓨전 국악도 연주한다.
이영희 명인과 제자들의 가야금 연주회, 한호문화예술제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 공연, 한·중 청소년 전통 예술 공연에서부터 보바스 병원 봉사 연주, 세월호 참사 1주기 기념 연주회까지 크고 작은 다양한 무대를 소화하며 음악적으로 성장을 이루어 내고 있다.
학부모 대표 박성은(분당구 금곡동)씨는 “단원 대부분이 청소년기의 아이들인데, 신기하게도 사춘기를 심하게 앓는 아이가 없어요. 아마도 한결같이 옆에서 지도해 주시는 선생님들의 애정이 아이들의 마음을 단단하게 잡아주는 것 같아요” 라고 전했다.
관현악단에서 대금을 연주하고 있는 윤기혁(계원예중3)군은 “대금 불고, 유기 고양이를 키우는 동안 어느새 중2병이 지나갔다”고 했다. 해금을 연주하고 있는 최윤정(국립전통예술고2)양도 “TV에서 우연히 들은 해금 소리가 좋아서 시작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해금을 더 깊이 배우고 싶다”며 “친구들과 함께 어울려 연주할 수 있어서 재미도 있어 실력이 더 느는 것 같다”며 얼굴 가득 환한 웃음을 띠었다.  

다시, 경기국악청소년관현악단
우리 전통음악은 긴 호흡과 생명력으로 오랜 역사 속에서 존폐 위기의 순간을 넘기면서도 고유의 미학을 잃지 않았다. 경기국악청소년관현악단도 과거에 그러했듯 현재에도, 미래에도 ‘우리 소리’ 본연의 맛깔 나는 가락을 지키며 세계를 향해 나아가려 한다.
또한 그들은 서로 조화를 이루며 협력해 나간다는 것이 무엇인지, 아름다운 하모니를 통해 배워가는 것이 무엇인지를 이해하며 청소년에서 성인으로 성장할 것이다. 마음의 공간을 열고 서로의 꿈을 격려하며 함께 희망을 배워나가는 것, 그리고 그 안에서 우리의 문화와 전통을 지키고 알리는 것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는 것, 그것이 그들의 고군분투의 대가가 아닐 런지.

<미니인터뷰 1 - 경기청소년국악관현악단 정길선 총감독>
“국악이 우리의 삶 속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국악이 앞으로 올바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자라나는 아이들이 어릴 때 국악의 특징적 요소와 특이한 표현법들을 다양하게 접할 수 있는 경험이 중요합니다.” 경기청소년국악관현악단의 정길선 총감독은 교육자 출신답게 거듭 국악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아이들이 서양음악에 귀가 고정되기 전에 국악기의 순수하고 진정성 있는 울림을 느낀다면 국악에 대한 편견이나 홀대가 점점 사라질 것으로 생각합니다”라며 마지막으로 경기청소년국악관현악단의 포부를 덧붙였다. “경기청소년국악관현악은 국악의 시대적 소명을 잊지 않겠습니다.”

<미니인터뷰 2-경기청소년국악관현악단 강대현 단장>
“국악이 가진 힘과 우리 아이들을 믿습니다”


성남시립관현악단에서 타악 파트를 맡고 있는 강대현 단장은 “지난 4월, 야탑역 광장에서 있었던 세월호 1주기 추모 공연을 하며 아이들이 국악을 통해 성장했다는 것을 확신했지요”라며 국악으로 정서가 안정되고 합주를 통해 함께 살아가는 것을 배워나가는 아이들을 자랑스러워했다. 아이들이 국악을 따분해 하지 않는지 물었다. “국악에는 우리만 느낄 수 있는 정서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아이들이 더 잘 받아들이는 것을 많이 봐왔습니다. 저는 국악이 가진 힘과 우리 아이들을 믿습니다.”

문의 : 정길선 총감독 010-3354-5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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