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함께 안산에서 끝내는 역사공부.....② 삼국시대

한강을 차지한 나라 안산을 지배하다

중국과 교류를 위한 교통 요충지, 일동 성태산성과 화성 당성

지역내일 2015-10-08

‘눈길을 걸어갈 때 어지럽게 걷지 않기를. 오늘 내가 걸어간 길이 훗날 다른 사람의 이정표가 되리니’ 백범 김구 선생님의 많은 명언 중에서 역사의식을 들여다 볼 수 있는 말씀이다. 다른 공부욕심은 없어도 백범 김구처럼 역사의식은 뚜렷한 아이들로 성장시키고 싶은 리포터. 이제 막 역사공부를 시작한 초등학교 5학년 딸아이와 함께 역사공부를 새롭게 시작했다. 멀리 갈 것 없이 내가 살고 있는 이 곳에서의 시간은 어떻게 흘러왔고 이 땅에 살았던 사람들의 삶을 보여 준다면 어려운 역사가 조금은 쉬워지지 않을까? ‘엄마와 함께 안산에서 끝내는 역사공부’ 시리즈를 시작하는 이유다. 

역사


삼국시대 유일한 유적지 ‘성태산성’
선사시대를 넘어 문자로 기록된 역사(歷史)의 시대에 접어들었지만 정작 안산에 남아있는 역사시대 기록은 많지 않다. 지난 답사에서 선사시대 유적지를 생생하게 돌아본 아이에게 삼국시대를 실감나게 설명해 줄 수 있는 유적지가 없다는 사실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안산에서 삼국시대 유적으로 유일하게 남아있는 곳은 상록구 일동 성태산성이다. 유일한 삼국시대 유적지라니 아이보다 서둘러 먼저 답사를 다녀왔다. 첫 번째 답사는 정재초등학교에서 출발 성태산 정상을 찾아가는 길. 결국 잘못 된 이정표 때문에 실패하고 두 번째 답사는 안산문화원 이현우 사무국장님의 조언으로 안산대학교 뒤편 청룡사에서 오르는 길로 답사를 시작했다. 그러나 청룡사를 통해 성태산 정상으로 오르는 길은 철문으로 막혔고 작은 오솔길을 물어물어 찾아 올라간 성태산 정상은 베드민턴 장이 되어있다. 성태산성 안내표지판은 청룡사 산신각 주변에 세워졌다는데 출입을 통제하고 있어 구경조차 못했다. 흔한 표지판도 없이 야산 수풀 사이로 언뜻 보이는 돌벽을 가리키며 ‘여기가 성태산성이었어’라고 설명한다면 아이의 표정이 어떨까? 결국 화성 당성으로 답사 발걸음을 옮겨야 했다.


한강을 차지한 나라 번성하다
안산에서 끝내겠다고 큰소리 쳤던 역사여행을 두 번째 만에 화성으로 범위를 넓혀야 했던 이유를 당성 가는 내내 아이에게 설명해야 했다.
청동기시대 우리나라 최초의 국가였던 고조선을 지나 한반도는 철기 문명을 바탕으로 발전한 고구려, 백제, 신라가 다스리는 삼국시대에 접어들었다. 삼국은 서로 싸우기도 하고 때로는 강한 적을 물리치기 위해 손을 잡기도 하며 성장했다.
그럼 안산은 고구려 땅이었을까? 백제 땅이었을까? 신라 땅이었을까?
한참을 고민하던 딸은 ‘고구려?’라고 대답도 질문도 아닌 답을 뱉어냈다. 안산은 옛날 백제땅이었다가 고구려, 그리고 마지막엔 신라가 주인이었으니 어디 나라를 답하던 모두 정답인 셈이다. 삼국 중 한강에 나라를 세운 백제가 가장 먼저 전성기를 누렸고 이후 고구려 장수왕이 한강 이남 지역을 정벌하는 남하정책으로 안산의 주인이 된 것. 고구려의 공격에 당황한 백제와 신라가 손을 잡고 한강지역을 되찾았지만 신라 진흥왕이 백제를 배신하고 한강을 차지했다. 한강유역을 차지한 신라는 지금의 화성 남양만에 중국과 직항로를 개설하고 그 힘으로 당나라와 손을 잡고 삼국을 통일했다. 화성의 당성은 항로를 지키기 위한 성이었고 안산의 성태산성도 같은 역할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


원효대사 대오각성이 이곳에서?
화성시 서신면 상안리에 위치한 당성. 안산에서 출발한지 30분 만에 당성 입구에 도착했다. 당성을 지키는 지킴이 선생님의 안내에 따라 방명록에 흔적을 남기고 당성에 오르기 시작했다. 당성은 현재 한창 발굴작업이 진행되는 중이다. 산길을 따라 올라가자 곧 남양만 일대가 한 눈에 들어오고 성의 몸체인 성벽 나타난다. 당성에는 동문과 남문 북문터와 우물터 건물터가 남아있다. 우리가 찾아갔을 때는 망해루지 추정터의 발굴 작업이 한창이었다.
당성에는 우리에게 친근한 원효대사 이야기가 전해진다. 원효대사가 당나라로 유학을 떠나기 위해 찾아온 곳이 바로 이곳 당항성. 원효와 의상은 당주경계에서 큰 비를 만나 무덤에서 하룻밤을 묵게 되고 해골물을 마신 원효가 아침에 큰 깨달음을 얻고 당 유학을 포기했다는 이야기다. 모든 것은 마음에 달렸다는 ‘일체유심론’의 핵심이 되는 이야기다.
당항성을 이용해 중국을 오갔을 사람들이 스님들 뿐이었을까? 당항성은 중국의 문명이 들어오는 관문이었다. 요즘으로 친다면 인천국제공항쯤 될 것이다. 배가 출발할 때까지 몇 일씩 기다려야 했던 그 시절이라면 도시는 훨씬 더 번성했을 것이다.
“네가 아마 그 시절에 태어났더라면 이곳 당성에 한 번 와 보는 게 소원이었을 걸. 이곳에 오면 온갖 신기한 물건이 넘쳐나고 재미난 이야기도 많았을 테니까. 오늘 엄마랑 여기 온 걸로 전생 소원 풀었다고 하자”
늦여름 제 눈엔 딱히 보이는 것도 없는 유적지를 따라 다니느라 힘들었던 아이에게 괜한 상상력을 불어 넣어본다.


하혜경 리포터 ha-nul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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