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대 타이곤 태권도장 권관배·김미선 부부

인생의 동반자이자 무술 동지로~

지역내일 2015-10-04

정발산동 조용한 주택가에 자리 잡은 용인대 타이곤 태권도장,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이는 통유리 너머 우렁찬 기합소리가 들려온다. 이곳의 권관배(46), 김미선(43) 관장은 용인대 태권도학과 선후배에서 인생의 동반자이자 무술 동지로 19년째 한 길을 걷고 있는 부부. 용인대 타이곤 태권도장이 부모와 수련생들로부터 신뢰를 얻게 된 데는 부부의 역할 분담이 큰 몫을 했다. 권 관장의 리더쉽과 김 관장의 엄마처럼 섬세한 부드러움이 조화를 이뤄 시너지 효과를 냈기 때문이다.
이난숙 리포터 success62@hanmail.net



집을 짓듯 도장(道場)도 짓는다는 생각으로 지도
1999년 정발산동 주택가 지하에서 처음 도장을 연 이후 지금까지 줄곧 한 동네에서 도장을 운영해 온 부부는 “초창기 수련생 중에 성인이 돼서 아이를 낳은 후에도 한 동네에 살고 있는 제지도 있죠. 길에서 마주치면 자기 아이가 크면 꼭 우리 도장에 보낼 거라고 하는 걸 보면 그래도 우리가 잘 못 가르치진 않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집을 짓듯 도장도 짓는 것이란 마음으로 서두르지 않고 성심을 다해 지도를 하다 보니 이런 평가도 받는구나 하는 보람을 느낀다는 부부. 
하지만 처음부터 쉽지는 않았다. 23, 26살 이른 나이에 결혼을 하고 남편 권 관장이 대학원 석사과정 한 학기를 남겨 놓았을 때 IMF가 터졌다. 모두가 힘들었던 시기에 두 사람의 경제 사정도 여의치 않았고 권 관장은 마지막 학기 석사과정을 마치지 못했다. 부부는 함께 할 수 있는 일을 찾다 정발산동 단독주택 지하에 태권도장을 열었다.
“태권도장이 워낙 많잖아요. 새로 들어섰다 문을 닫는 곳도 많고 또 배울 만하면 다른 곳으로 이전하는 경우도 많고…. 그런데 저희는 지하에 있다가 부근 상가 2층에서 10여 년을 지냈고 지금의 1층 도장으로 옮긴 지 2년째지만 한 동네에서 옮겼어요. 그래서 어릴 때 도장을 다니던 아이들이 다 자라 청년이 될 때까지 한 동네에서 그 모습을 다 지켜봤잖아요. 그래서 일반적인 태권도장의 사범과 수련생의 관계보다는 유대감, 신뢰가 두터울 수밖에 없죠.”


한 번 가르치면 끝까지 책임진다는 신념으로
권 관장은 초등학교 시절 핸드볼 선수로 뛰다 핸드볼부가 해체되면서 어린 나이에 좌절하고 방황했던 적이 있다고 한다. “핸드볼부가 없어지면서 그때까지 열심히 하던 운동을 더 이상 할 수 없을 때의 좌절감, 그래서 한때 운동은 쳐다보기도 싫었었죠. 그때부터 나는 누구를 가르치게 되면 끝까지 책임진다는 생각을 했어요. 이 동네를 떠나지 않은 것도 나중에 아이들이 찾아와도 관장은 언제나 이 자리에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서죠.”
처음 지하에 문을 연 도장은 매년 장마 때면 침수 피해로 물을 퍼내야 했다는 두 사람은 그런 어려움을 이겨내고 지하의 도장에서 2층 도장으로 자리를 옮겼을 때 자신들보다 아이들을 위해 보다 쾌적한 환경의 도장을 마련할 수 있어서 기뻤다고 한다. 2년 전 지금의 자리로 도장을 옮기면서 입구 벽면을 통유리로 만들어 학부모들이 언제든 아이들을 지켜볼 수 있도록 개방감을 준 것도 “떳떳하고 당당하게 보여줄 수 있는 수련”을 지향하기 때문이라고.  또 부부는 도장은 분명 부부의 일터지만 수련생들을 돈으로 보는 순간 제대로 지도를 할 수 없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고. 그래서 체대 입학을 목표로 한 ‘입시체육’도 일반 수련비와 똑같이, 또 대학에 합격해서 턱을 낸다고 해도 함께 수련한 팀원들에게 짜장면, 짬뽕 한 그릇씩 쏘는 것으로 그치도록 한단다.
“태권도를 수련하는 목적이 무조건 높이 차야 하고 빨라야 하고 누구와 싸워 이기는 것을 배우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저희는 수련 그 자체에 중점을 두고 지도합니다. 또 수련생 수에 비해 사범이 많은데 사실 수익을 생각하면 무리수지만(웃음) 수련생 한 사람 한 사람에 세밀하게 집중할 수 있다는 장점이 더 크거든요.”


말로 하는 가르침보다 실천으로 교훈주고 싶어
도장이 차차 자리를 잡으면서 권 관장은 용인대 석사과정을 마치고 연세대학교 대학원에서 스포츠레저학과 박사과정을 밟고 있으며 연세대학교 교양체육(호신술) 강사, 용인대학교 글로벌브릿지(다문화)사업단 지도교수, 대한농아인 태권도협회 전무이사로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다. “오래 전부터 농아인 태권도 교육에 관심이 많아서 협회 일까지 맡은 데다 박사과정까지 밟느라 아내에게 미안한 점이 많지요”라는 권 관장. “연세대학교 박사논문을 통과하기 만만치 않아요.(웃음) 협회 일이며 출강까지 하면서 솔직히 힘들고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지만 수련생들이나 제 아이들에게 꿈을 포기하지 말고 실천해야한다고 늘 말해놓고 제가 포기하는 모습을 보일 수는 없죠. 말로 하는 가르침보다 실천으로 교훈을 주는 지도자가 되고 싶거든요.”
아내 김 관장은 1년째 월, 수, 금 오전시간에 주부들을 대상으로 태권도를 가르치고 있다. “자세 교정도 해줘야 하고 아무래도 신체적 접촉이 있을 수밖에 없는데 그런 면에서 여자 사범이 유리하죠. 처음엔 태권도는 아이들이나 하는 것이라던 이들이 이제 초록 띠까지 따게 되니까 저보다 더 승급에 욕심을 내는 단계까지 발전했어요.(웃음) 생각보다 반응이 좋아 10월에는 2기 수련생을 모집할 예정입니다.” 남편이 계속 공부하는 동안 자신의 발전은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는 김 관장은 “같이 태권도를 전공했는데 아쉬운 면도 있죠. 지금 목표는 나이 들어서도 할 수 있는 품새에 도전해보고 싶어요.” 서로를 격려하고 지지하며 함께 걸어온 길, 이 부부의 꿈과 도전이 아름다운 결실을 맺길 기대해본다. 
수련문의는 031-916-76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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