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정중학교 동아리_ 양정글터반
문학에 필 꽂힌 중학생… 글쓰기로 꿈과 끼 키운다
문학도를 꿈꾸는 중학생, 그것도 남학생들이 글쓰기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학교와 학원에 밀려 잠시 접어뒀던 글쓰기에 대한 끼를 시와 소설을 통해 쏟아낸다. 굳이 글을 쓰지 않아도 다양한 채널이 널려 있는 멀티 커뮤니케이션 시대에 오히려 아날로그 문화의 상징인 글쓰기로 존재감을 드러낸 양정중학교(교장 윤일수) 동아리 ‘양정글터반’을 소개한다.
송정순 리포터 ilovesjsmore@naver.com
독서동아리와 문예창작반 합쳐
독서와 문예창작을 같이 할 수 있는 양정중학교의 ‘양정글터반’은 문예창작반으로 운영돼 오다 지난해부터 독서동아리와 합쳐 ‘양정글터반’이 됐다. 이 동아리에서 학생들은 시 쓰는 방법을 배우고 직접 시도 쓴다. 꿈이 작가인 친구들도 있지만 시란 것을 난생 처음 써보는 친구들도 많다. 때로는 소설을 긁적거려온 학생들의 작품을 피드백하기도 하고 독서 감상문 쓰기, 헌책방 탐방하기, 밤새워 책 읽기도 동아리에서 진행한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TRPG 게임도 하는데 TRPG(Table-talk Role Playing Game)는 미국에서 D&D(던전앤 드래곤)을 원조로 큰 탁자에서 한 명의 게임마스터(GM) 1~5명 정도의 플레이어와 함께 종이와 연필, 주사위로 게임을 진행하는 보드게임이다. 모든 동아리 활동은 창의력과 상상력을 키우기 위해 준비된 프로그램이다.
양정글터반을 이끌고 있는 박용진 교사는 3학년 5반 담임이자 지난 2006년 <서정시학>으로 등단한 시인이다. 지난 2013년 양정고등학교에서 양정중학교로 부임하면서 중학교에 문예반이 없는 것을 알고 중학교 아이들에게 창의력과 상상력을 키워주고자 ‘양정글터반’을 개설하게 됐다.
시를 읊조리는 남학생들
사실 시란 게 다른 글 종류보다 함축적이고 무언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아직 인생경험이 짧은 22명의 학생들이, 그것도 중3 남학생들이 쓰기에는 쉽지 않아 보인다.
박용진 교사는 “시 쓰는 방법만 가르쳐주면 대부분의 학생들이 잘 쓴다”며 “시는 결코 쓰기 어려운 장르가 아니며 때로 아이들이 더 신선한 표현을 선보이기도 한다”고 밝힌다. 박 교사는 시를 쓸 때 가장 중요한 것이 상상력과 창의성이라 생각한다. 아이들이 창의성을 키워주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기도 한다.
“창의력이라는 게 별거 아닙니다. 억지로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알고 있는 건데 거꾸로 뒤집으면 창의적인 것이 됩니다.”
예를 들어 ‘파도가 육지로 친다’를 거꾸로 하면 ‘육지가 바다를 끌어당긴다’ 누구나 생각하는 것을 뒤집기만 해도 창의력이 생기는 것이다. 여기에 조금 더 구체적인 것을 가미하면 한 편의 근사한 시가 완성된다.
밤새 책읽기로 책 읽는 재미에 푹 빠져
‘양정글터반’에는 시나 소설을 쓰고자 하는 친구들도 꽤 있다. 동아리의 대표이자 작가가 되고 싶은 우한준 학생은 소설을 쓰려고 ‘양정글터반’에 가입했다. “초등학교 때부터 소설을 썼는데 제대로 쓰는지 늘 궁금했다”며 “누군가 내 글을 읽고 평가를 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동아리에서 선생님이 피드백을 해주니까 많은 도움이 된다”고 밝힌다.
남학생이다 보니 수학이나 과학은 잘하는데 글 쓰는 게 부족해 보충하려는 생각으로 동아리에 가입한 친구도 있다. 노경훈 학생은 “수학은 잘하지만 글 쓰는 게 부족해서 도전하게 됐다”며 “동아리 시간에 TRGP 게임도 공식적으로 할 수 있어 더 좋은 것 같다”고 덧붙인다.
물론, 책 읽기가 좋아 동아리에 가입한 친구들도 있다. 서준영 학생은 “공식적으로 책 읽는 시간이 주어지니까 읽고 싶은 책을 마음껏 읽을 수 있다”고. 조성민 친구는 “집에 책이 많이 있는데 이과 관련 서적뿐이다. 다양한 방면의 책을 읽고 싶고 특히, 문학파트에 관심이 간다”고 밝힌다.
최종민 학생은 동아리 활동 중에 헌책방에 간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헌책방에 가서 책도 사고 둘러 앉아 책도 읽으면서 재미있는 추억거리를 만들었다. 전준홍 학생은 “읽지 않고 나에게 필요 없는 책을 가지고 가서 나에게 필요한 것으로 바꾸는 재미가 있었다”고 덧붙인다.
2학기에는 ‘양정글터반’ 회원들은 도서관에서 밤새 책읽기도 하고 친구들에게 책도 추천하면서 마지막 남은 중학교 시절에 추억을 더할 계획이다.
미니 인터뷰
박용진 교사
“‘양정글터반’에서는 시 쓰는 방법을 배우고 직접 시도 씁니다. 작가가 꿈인 친구들도 있지만 시란 것을 난생 처음 써 보는 친구들도 많아요. 시 쓰는 방법만 가르쳐주면 때론 놀라울 정도의 표현력으로 한 편의 시를 완성하기도 합니다.”
우한준 학생
“문과와 이과 성향이 반반이라 꿈이 왔다 갔다 했어요. 제일 잘하는 게 소설 쓰는 거라 작가가 되고 싶은 꿈이 동아리에서 명확해졌습니다. 시는 생각조차 못했는데 소설과 달리 시를 쓰는 또 다른 재미를 느끼고 있습니다.”
황우태 학생
“음악을 하는데 작사를 하려면 함축적인 의미로 시를 쓰는 게 도움이 많이 됩니다. 글터반 이름이 딱딱해서 들어오고 싶지 않았으나 먼저 소설을 같이 쓰던 친구들이 재미있다고 추천해 줘서 늦게 가입했는데 글 쓰는 재미에 푹 빠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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