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좋아하는 만화 한 편이면 세상을 다 가진 듯 행복했다. 만화를 보던 기억을 추억에만 접어두지 않고 만들고 연구하면서 교육도 하는 파주 시민 동아리가 있다. 애니메이션 교육과 창작 활동을 통해 감성치유, 언어, 인지, 미술, 논리, 과학적이고 창의적인 사고 발달에 관해 연구하는 동아리 ‘애니노리’다.
강좌에서 만나 동아리로
지난 2011년 파주다율방과후학교에는 평생교육 프로그램으로 애니메이션 강좌 ‘애니랑 논리랑’이 개설됐다. 강사는 애니메이션 감독 출신의 김형도씨였다. 애니메이션을 보고 즐기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만들어 보자는 취지의 강좌였다.
3년 동안 강좌를 들으면서 수강생들은 나이와 경력을 떠나 친밀감을 나누고 전문성을 쌓아 갔다. 그러나 어떤 이유에서인지 가장 먼저 폐강된 강좌가 됐고 모임은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당시 회장이던 이진숙 파주서가협회장을 비롯한 회원들은 동아리 형태로 모임을 이어가기로 했다. 파주시의 지원을 받아 김형도씨도 강사로 모실 수 있었다.
2014년에 동아리로 재탄생한 애니노리는 1년에 4회 교육, 일주일에 한 번은 창작 및 체험교육 등 회의를 하며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애니메이션의 기초를 가르치다
2011년에 시작된 강좌였으니 현재까지 5년째 애니메이션을 공부하는 셈이다. 회원들의 전문성도 그만큼 높아져 파주시 관내 도서관 등지에서 장단기 수업을 진행하며 학생들을 지도할 수 있게 됐다. 도서관 방학 특강과 체험 교육, 파주북소리축제 부스 운영과 페스티벌 참가 등 지역사회에서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회장 윤귀화씨를 비롯해 애니노리 회원들은 각자 미술 관련 직업을 갖고 살아가면서 동아리에서 애니메이션도 배우고 지역사회를 위한 봉사도 진행하느라 바쁘다.
틈틈이 공모전에 내보낼 단체 작품도 준비하면서 개인 작품도 진행하고 있다. 방과후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차봉림씨는 학생공모전에 도전해 우수한 성적을 거두기도 했다.
학생들을 위한 수업은 애니메이션의 시초인 2D애니메이션의 원리를 배우는 것으로 시작해 시나리오, 콘티, 제작과 촬영, 더빙, 배경음악, 편집 등으로 진행된다. 처음에는 강사에게 의존하던 학생들이 끝날 무렵에는 능숙해져서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애니메이션 수업의 즐거움이라고 한다.
창의력 키우는 애니메이션 제작 과정
애니노리의 애니메이션 수업에서는 먼저 이야기를 만들고 시나리오와 콘티를 제작한 다음 배경과 캐릭터를 설정한다. 평면이나 입체 등 다양한 방법으로 만든 다음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로 촬영한 영상 위에 효과나 장면 전환, 더빙 음향과 음악을 넣어 편집하면 완성이다.
이 과정에서 창의력이 자란다. 윤귀화씨는 “예능 계통을 많이 배우면 사회에 나가 회사를 다닐 때도 자신만의 아이템이나 프로젝트를 만들어 발표하는 데 도움이 된다. 주요 과목만 중요시 하고 미술이나 애니메이션은 순위가 뒤로 밀려 시간이 날 때 시킨다는 부모님들을 보면 안타깝다”고 말했다.
차봉림씨는 “국가인권위원회 공모전에 내려고 왕따 관련 작품을 아이들과 작업한 적이 있다. 아이들이 이야기도 직접 만들었는데 가해자와 피해자 입장을 다 경험해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과정에서 사회성을 키우고 인성교육 효과도 얻게 된다는 이야기다.
안정적이 공간과 기자재 절실해
애니노리의 수업을 들으려면 도서관이나 학교 방과후 수업, 파주 북소리 축제 등을 기다려야 한다. 가장 가까이는 금릉2동 주민자치센터에서 10월 첫 주에 열리는 강좌가 있는데 현재 참가자 모집 중이다.
애니노리 동아리가 안타까운 점은 안정적인 공간이 없다는 것이다. 지금은 교하도서관에서 모임 공간을 제공받고 있고 파주시에서도 지원금을 받고 있지만 사물함이 없어 컴퓨터 등 무거운 장비를 모임 때마다 들고 움직여야 한다. 40대에서 60대 여성으로 구성된 애니노리 회원들에게는 버거운 일이다. 이진숙씨는 “이미 파주시와 교하도서관에서 많은 배려를 해주고 있지만 편리한 공부를 할 수 있게 더 지원해준다면 큰 힘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문의 윤귀화 회장 010-3723-5953 99yunarty@naver.com http://cafe.naver.com/aninoricafe
이향지 리포터 greengreens@naver.com
>>>미니인터뷰
윤귀화 회장
한빛마을 2단지에서 미술교습소를 운영하고 있어요. 집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다 나와서 여러 사람들을 만나니까 성격도 밝아지고 행복해졌어요. 친구도 단짝만 만나는 편인데 동아리 활동을 해보니 여러 사람이랑 이야기를 하게 되고 쾌활하고 활동적으로 바뀌었어요. 고민거리가 있던 것도 잊고 행복이 늘어나 좋아요.
차봉림 총무
어릴 때 만화가게 집 친구가 있었어요. 들락날락 하면서 순정만화를 보고 자랐죠. 지금도 ''별빛 속에''같은 만화책을 갖고 있어요. 판타지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한편 방과 후 공예 강사로 일하던 중에 다율방과후교실에서 애니메이션 강좌를 듣게 됐죠. 지금은 갈현초와 교하중에서 애니메이션 수업을 하고 있어요. 취미와 일이 이어지니까 좋죠.
이진숙씨
파주시서가협회장이면서 미공아트를 운영하고 있어요. 직접 동화를 만들고 싶은 마음에 애니메이션을 배우게 됐는데 제가 나이 들었다고 소외시키지 않고 저보다 어리지만 모두 존경스럽고 인간적이라 좋아요. 지난해에는 북소리 축제에서 우수동아리 표창장을 받았어요. 동아리로는 일 년 밖에 안됐지만 그동안 정이 쌓여서 많은 일들을 옹골차게 진행해올 수 있었답니다.
현경애씨
신산초에서 방과후 미술 강사로 일하고 있어요. 평면적인 작업만 하다 움직이는 것을 만들려니 시야가 넓어지는 걸 느꼈어요. 처음 장면은 정해져 있지만 끝장면은 열어두고 작업하기 때문에 다양한 생각을 하게 돼요. 스토리를 짜서 작업해야 하니까 마음이 열리고 창의적인 고민을 하게 되는 거죠. 만화영화도 옛날에는 그냥 봤는데 이제는 감독의 입장에서 구도나 이야기 전개를 보게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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