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30일부터 5월 30일까지 단원미술관에서 신성희 작가의 회고전 ‘신성희, 고향에 오다’가 진행 중이다. 누아주라는 독자적이 회화양식을 탄생시킨 신성희 작가가 고향에서 진행하는 전시라니. 세계적으로 이름난 작가의 작품을 가까이서 볼 수 있다는 기대를 안고 한 달음에 달려간 단원미술관. 전시관에서 거장의 미술을 만나러 나온 고잔고등학교 학생들과 아이들을 흐뭇한 미소로 바라보는 신성희 작가의 부인 정이녹 여사를 만날 수 있었다. 덕분에 신성희 작가의 고향이야기까지 덤으로 듣게 됐다.
누아주 … 새로운 형식의 미술
단원미술관 1관. 전시관은 캔버스에 그려진 그림이 아니라 그 캔버스를 가늘게 찢은 뒤 그 조각들을 다시 접고 묶어 매듭을 만들어 탄생시킨 새로운 종류의 입체적 회화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미술의 새로운 장르인 ‘누아주’작품이다. 신성희 작가는 2001년 자신의 작품에 대해 "씨줄과 날줄처럼 그림의 조각들이 자유롭게 만나는 곳마다 매듭의 세포들을 생산해낸다. 묶여진다는 것은 결합이다 나와 너, 물질과 정신, 긍정과 부정, 변증의 대립을 통합하는 시각적 언어이다. 색의 점 선 면 입체가 공간의 부피안에서 종합된 사고로 증명하는 작업, 평면은 평면 답고 입체는 입체답고 공간은 공간다운 화면에서 일하기 위하여 나는 이 시대에 태어났다."고 말했다.
1948년 안산에서 태어나 현 안산초등학교를 졸업하고 1971년 홍익대학교 회화과를 나와 1980년 이후 한국을 떠나 프랑스에서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하며 자신만의 조형세계를 추구해 왔다. ''회화란 무엇인가?''라는 근원적 물음에 대해 신 작가가 찾아낸 새로운 해석에 세계인들은 공감했고 열광했다. 파리의 10대 화랑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보두앵르봉갤러리 등에서 전속작가로 활발하게 활동하며 세계 각국에서 수십 회의 개인전과 단체전을 열었다. 화가로서 세계적인 명성을 쌓아갔다. 그러던 중 2009년 서울 소마미술관에서 전시회를 진행하던 중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이번 전시는 정이녹 여사가 안산시의 제안을 받아들여 작가의 작품이 고향을 찾은 것이다.
정이녹 여사는 “그가 떠나고 이제 한 6년 쯤 지나니까 이제야 정신이 좀 드네요. 무얼 해야 할 지 그동안에는 경황이 없었어요. 안산에서 전시 요청을 해 왔고 좋은 기회가 될 것 같아 전시회를 열게 되었어요”라고 말한다.
이번 안산 전시는 고향에서 열리는 회고전인 만큼 신성희 작가의 40년 화업을 시대별로 조명해볼 수 있는 대표작품들을 펼쳐 보인다. 고향 사람들에게는 그동안 발표되지 않았던 초기작품들과 오브제 스케치 드로잉 작품들을 공개 그의 예술세계의 깊은 속살까지 들여다 볼 수 있게 했다.
신성희 작가가 추억하는 고향 안산
신성희 작가는 1980년 한국을 떠나 프랑스에서 30년을 살았다. ''서양미술의 본고장 파리에서 내가 지금 어디쯤 와있는지 한 3년만 살아보자''고 시작한 파리생활.3년이 10번이 지나는 동안 파리에서 생활한 후 작가가 돌아가신 후 서울에 정착했다.
정이녹 여사는 “누구나 그럴 거 에요. 고향에 살고 있는 사람은 고향의 소중함을 몰라요. 떠나 있으면 더 그립고 소중하게 생각하는데 우리도 그랬던 것 같아요. 신성희는 늘 ‘우리집은 향교와 담도 없었다’고 말했죠. 수락산(수리산)에서 고사리 뜯던 이야기, 산나물 캐던 이야기도 많이 했어요. 같이 왔더라면 좋았을 텐데.”라며 작가의 고향 사랑을 전했다.
오랫만에 찾은 안산 모습은 예전의 시골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다. 특히 작가의 추억속에 남아있던 향교가 사라진 것은 가장 아쉬운 점이다.
정 여사는 안산과의 인연의 끈을 좀 더 이어보기 위해 2관 전시실 입구에 작가의 안산초등학교 졸업사진을 크게 확대해서 걸어 달라고 부탁했다. "누군가 나타나 주기를 기대하는 마음이에요. 1948년 생이니까 친구들은 이제 68세 일거에요. 친구들로부터 그가 어릴 때는 어떤 사람이었는지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추억속에서라도 남편의 존재를 찾아보고 싶은 간절한 사랑이 느껴졌다.
수없이 많은 매듭으로 만들어진 거장의 작품을 보면서 삶또한 이런 인연의 매듭으로 이뤄져 있는 것은 아닐지 돌아보게 한다. 열과 성을 쏟은 작품이 되어 고향을 찾은 신성희 작가. 그가 바라는 안산의 모습은 어떤 모습일까? 우리는 같은 공간을 나눠썼던 이 작가의 작품에서 무엇을 보게 될까? 작품이 씨줄과 날줄로 엮여 있듯이 관객들도 하나의 그림 속에 들어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전시는 5월 30일까지 단원미술관 1관과 2관에서 진행된다. 매주 월요일은 휴무이며 아침 11시 오후 2시에는 도슨트 해설을 들을 수 있다.
하혜경 리포터 ha-nul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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