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수요일 오전 10시 일산역 앞에 위치한 사회적 기업 ‘들소리’로 들어서자 신명나는 타악 리듬이 귀를 울렸다. 신나는 타악 소리에 이끌려 연습실 문을 열자 나이 지긋한 실버들이 나이를 잊은 채 강사의 장단에 맞춰 북을 두드리고 있었다. 연습실을 쾅쾅 울리며 흐르는 트로트 메들리에 맞춰 신나게 북을 두들기는가 싶더니 북채를 높이 들고 위로 뛰고 옆으로 돌고 쉴 틈 없이 안무를 선보인다. 역동적인 리듬에 전개되는 통일감과 흥겨움에 저절로 어깨가 들썩들썩, 보는 이의 가슴을 뛰게 하는 이들은 실버난타 동아리 ‘실버 거북이’ 회원들이다.
이난숙 리포터 success62@hanmail.net
8박자 난타리듬과 놀다보면 예전 다듬이질 하던 기억 떠올라
‘실버 거북이’는 지난 2011년 사회적 기업 ‘들소리’에서 60세 이상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난타와 사물놀이, 장구 강좌를 열면서 시작된 모임. 이들의 지도를 맡고 있는 김성광 강사는 “처음엔 모집공고를 내도 수강생이 잘 모이지 않아 4명 정도 어르신들로 시작했어요. 그러다 와서 북을 두들기고 가면 신나고 스트레스가 풀린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동네친구 분들도 모셔오고, 또 자매끼리 함께 오시기도 하면서 회원이 늘었지요”라고 한다.
실버 거북이의 현재 회원은 12명, 3년 넘게 함께 호흡을 맞춰온 원년 멤버가 대다수란다. 회원 자격은 60세 이상이지만 현재 회원들은 모두 70대 이상, 일흔 초반의 나이는 여기서는 막내 축에 끼인다고 웃는 회원들. “처음엔 북채를 잡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고 털어놓는다. 또 나이가 나이이다 보니 돌아서면 잊어버리고 한 가지 리듬을 익히는데 며칠을 고생했다고. 그러다보니 장단을 익히는데 자꾸 잊어버리는 것이 가장 애로사항이란다. “나이가 있다 보니 여기 와서 배울 때는 기억이 나다가 뒤돌아서면 잊어버려요.(웃음) 그러니까 자꾸 반복 반복해서 외우는 수밖에 도리가 있나.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반복하다보면 오늘은 한 마디 기억이 나고 내일은 거기에 또 한마디가 더 보태지고 그렇게 익히게 돼요.” 그런 어려움 속에서도 점차 역동적이고 흥겨운 난타 리듬과 평소 즐겨 듣던 가요나 민요가락에 공감하면서 난타의 매력 속에 빠져들었다. 회원들은 그런 노력 끝에 지금은 대외적인 공연에도 다수 초청을 받을 정도로 일취월장, 고양시를 대표하는 실버 난타 팀으로 인정받고 있다고 자랑한다. “우리가 공연을 가면 부러워하는 실버들이 많아요. 그러면서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느냐고 하는데 우리 예전에 다듬이질깨나 하지 않았수? 그러니까 우리 여자들은 기본적으로 다듬이 방망이질이 몸에 내재되어 있어요. 그 기억을 떠올려 강사님이 가르쳐주는 대로 하다보면 누구나 쉽게 익힐 수 있어요.”
근육 긴장 풀어주어 심리적 안정 효과도 좋아
젊은 세대들에 비해 한 가지 장단을 익히는데 몇 배의 노력이 필요하지만 “이제는 북채를 잡는 법, 북의 어디를 두드리고 몸은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 것 등을 제대로 배워서 유행가 가락에 맞추어 그 노래가 다 끝날 때까지 북치는 일이 가능하게 된 것이 신기하기만 해요”라는 실버 거북이. 난타를 배우는 데 있어서만큼은 젊은이들 못지않은 열정과 노력, 또 여기에 김성광 강사의 열성적인 지도와 끊임없는 연습의 결과 그들의 실력도 일취월장, 지금 은 크고 작은 고양시 지역행사마다 단골 공연 팀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실버 거북이는 2012년부터 2015년까지 고양 국제꽃박람회 메인무대 공연, 2013년과 2014년 연속 고양풍물동아리 연합축제 ‘소리늘품’ 축하공연, 2014년 국립극장에서 열린 사단법인 문화마을 들소리 30주년 오프닝공연 등에 참가했으며 노인요양시설 참좋은집 등에서 봉사활동도 꾸준히 펼쳐왔다.
김성광 강사는 “난타는 단순히 북을 치는 것이 아니라 온 몸으로 리듬을 타면서 북의 울림을 이끌어 내는 것이지요. 리듬을 탄다는 것은 평소에 쓰지 않던 근육들이 움직이는 것이기 때문에 몸이 건강해지는 것이고 두드리면서 흥겨움을 느낀다는 것은 세로토닌이라는 행복호르몬이 분비를 촉진시키는 것입니다. 그래서 실버들에게 난타는 스트레스 해소는 기본이고, 우울증 예방 등 정신 건강에도 좋습니다”라고 한다. 근육의 긴장을 풀어 주어 운동효과도 좋지만 무엇보다 심리적 안정 효과가 큰 난타의 매력에 푹 빠진 ‘실버 거북이’ 회원들, 앞으로도 사람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는 공연을 많이 펼치고 싶다고 한다. 사회적 기업 Artfarm 들소리에서는 실버 난타 외에 실버 장구 강습도 열리며 난타 모듬북 퍼커션교육, 또랑 풍류교육, 교육 강사 파견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강습문의 http://cafe.daum.net/dulsoriedu, 031-922-9022
>>>미니인터뷰
난타를 배우게 된 후부터 머리가 깨끗해지고 잡념이 없어졌어요. 울리는 소리하고 쿵쿵딱 하는 북소리가 마음속에 있는 근심걱정을 일순간에 날려버리거든요. 스트레스가 싹 날아가고 엔돌핀이 팍팍 솟는 취미로 이보다 좋은 것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예요. 나이 들면 걱정되는 치매와 우울증은 난타로 싹 날려버리세요~ (78, 우영자씨)
실버 거북이 초기부터 시작은 했지만 중간에 몸이 안 좋아 잠깐 쉰 적도 있어요. 몸이 좀 나아지자 다시 북채를 잡아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난타는 제 생활의 활력소랍니다. 무엇보다 우리가 자꾸 잊어버리고 진도가 잘 나가지 않아도 김 선생님이 자존심 상하지 않게 언제나 웃으면서 잘 가르쳐줘서 고마워요. (71, 김향자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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