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지(38)씨는 매일 빵을 굽는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기본 맛에 충실한 건강한 빵을 구워낸다. 가족들을 위해 빵 굽는 일이 즐겁기만 하다는 서민지씨. 그는 결혼 전부터 베이킹에 관심이 많았다. 직장을 다니면서도 문화센터 베이킹 강좌를 들을 정도로 열정이 있었다. 결혼을 하고 아이가 유치원을 다니면서는 아예 본격적으로 베이킹을 배우러 다녔다. 다행히 빵 좋아하는 남편을 만나 든든한 지원군도 생겼다. 지금은 좋아하는 수준을 넘어서 빵집을 차려도 좋을 만큼 탄탄한 실력을 갖췄다. 8살 된 딸아이와 빵 좋아하는 남편을 위한 그의 달콤한 레시피, 지금 공개한다.
이남숙 리포터 nabisuk@naver.com
유기농 재료로 맛낸 건강한 빵
그의 빵은 건강해서 매일 먹어도 좋다. 몸에 좋지 않은 버터나 설탕은 자제하고 단맛과 칼로리는 줄였다. 빵의 맛은 유기농 재료와 제철 과일로 낸다.
“처음부터 재료에 신경을 쓴 건 아니에요. 처음에는 똑같은 맛과 모양을 내기 위해서 노력했었어요. 계속 빵을 만들다 보니 신선한 재료가 맛을 결정한다는 걸 알게 됐죠.”
그가 자신 있게 만드는 건 시폰이다. 눈 감고도 만들 수 있을 정도로 수없이 만들었다. 딸 수화(8세)에게도 크림 없는 시폰이나 비스퀴를 자주 만들어 준다. 안 좋은 첨가물들을 쏙 뺐지만 기본 맛에 충실해 맛이 좋다. 남편에게는 특별히 브랜디(술)를 넣어 준다.
“저는 술을 못 마시는데요. 술을 넣어 빵을 만들면 풍미가 더해져서 뭔가 제대로 된 거 하나 먹은 기분이 들어요. 남편도 아주 좋아하더라고요.”
가끔은 크림이 들어간 비스퀴 과일 케이크를 굽기도 한다. 제철 과일을 듬뿍 넣어서 여름에 먹기에 좋다. 물론 남은 건 남편 차지다. 매일 굽는 빵을 소진하기 위해서라지만 빵 좋아하는 남편을 위한 그의 마음이 담긴 듯하다.
“경상도 남자라 집에서는 칭찬에 인색한데요. 회사에 빵을 싸 준 이후로 맛있다는 말을 자주 해요. 그래서 회사에 자주 만들어 보내요. 평소에 만들고 싶은 거 실컷 만들어서요.”
요즘은 손에 안 묻는 마카롱이나 마들렌 같은 과자 종류를 자주 굽는다.
“딸하고 남편이 맛을 알아가는 게 즐거워요. 한 해 한 해 평가가 달라지거든요. 그리고 빵 만드는 그 시간에 집중하는 내가 좋아요. 앞으로도 화려한 빵보다는 항상 봐왔던 빵인데도 기본 맛에 충실한 건강한 빵을 만들고 싶어요.”
진짜 기본이 되는 베이킹 책 쓰고파
그가 베이킹에 입문한 건 <한번 배워두면 평생 써 먹는 베이킹> 책을 만나고서다. ‘한 번 배워두면 평생 써 먹을 수 있다’는 말이 너무 좋아서 이끌리듯 시작했다. 뭘 하든 제대로 하는 성격이라 시작부터 남들과는 달랐다. 조금은 느리고 힘이 들어도 전체를 꿰뚫을 수 있는 곳을 배움터로 정했다.
“평소에도 뭔가를 하면 될 때까지 반복하는 성격이라 남들은 좀 유별나다고도 해요. 베이킹 책도 강남에 있는 슈프레 일본식 제과 전문 서점에서 사고, 베이킹 수업도 우리나라에서 최고로 알아주는 곳에서 배웠어요.”
그는 일본식 제과를 가르치는 나까무라 아카데미에서 초급 6개월, 상급 6개월 과정을 수료했다. 수업이 강남에서 오후 2시부터 5시까지라 돌아오는 시간이 늘 빠듯했지만 일주일에 한 번은 남편이 아이를 봐줬다.
“비싼 수업료를 척척 내주며 아내의 고급진(?) 취미를 적극 응원해 준 남편에게 늘 감사해요. 남편도 뭐든 제대로 하는 편이거든요.”
그렇게 배우고 익힌 것들은 블로그에 차곡차곡 담았다. 빵 굽고, 사진 찍고, 글을 쓰고, 책을 보는 일상들을 진솔하게 그렸다. 요즘은 외국 서적을 보며 플레이팅과 감각 키우기에 집중하고 있다. “홈 클래스를 할까도 생각 중인데요. 블로그 이웃들 요청으로 마카롱 수업을 했는데 반응이 좋았어요. 천천히 나만의 프로그램을 짜 보려고요.”
앞으로는 지금까지 배우고 익힌 노하우를 정리한 베이킹 책을 쓸 계획이다. 한 번도 베이킹을 해본 적 없는 베이킹 왕 초보들이나 어느 정도 실력을 갖춘 이들을 위한 이론서 말이다. “설탕을 넣는 이유는 여러 가지예요. 단맛뿐 아니라 빵을 부풀리거나 안정성을 주기 위해서 넣기도 하거든요. 이렇게 재료의 성질을 이해한다면 취향에 맞게 조절이 가능해져요.”
아직은 먼 미래의 이야기라고 손사래를 치지만 자기만의 스타일이 확실한 그는 이미 준비가 된 듯하다.
* 비스퀴 케이크
재료 : 18cm 돔형 1개분, 노른자(32), 설탕(22), 바닐라 빈1/8개, 박력분(45), 흰자(60), 설탕(25), 마무리용 슈가파우더/박력분 약간, 샌드용 생크림(200), 키리쉬 약간, 샌드용 과일
조리법
1. 노른자에 설탕과 바닐라 빈을 넣고 뽀얗게 거품을 낸다.
2. 흰자에 설탕을 넣고 단단하게 거품 내 머랭을 만든다.
3. 1의 노른자반죽을 2의 흰자반죽에 모두 붓고 섞은 다음 박력분을 넣고 섞어준다.
4. 팬에 돔 모양으로 반죽을 담은 뒤 슈가파우더와 박력분을 뿌리고 윗면에 모양을 낸다.
5. 180도 오븐에 25분간 굽은 후 한 김 식히고, 반으로 자른다.
6. 생크림과 과일로 장식한다.
팁: 달걀흰자는 냉장고에서 차갑게 하고, 바닐라 빈은 씨를 훑어내고 노른자 볼에 같이 담아두세요. 오븐은 미리 180도로 예열하는 거 잊지 마시고요. 캐주얼 한 비스퀴 케이크는 구운 당일 먹는 게 가장 맛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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