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y I help you?(무엇을 도와드릴까요?)”
한국말을 몰라 주저하는 외국인에게 가장 먼저 다가가는 그들. 상냥한 표정과 친절한 말투로 당황해하는 외국인들을 능숙한 통역으로 안심시키는 그들. 한국에 대한 좋은 인상과 추억을 심어주기 위해 자원했던 통역 봉사자의 길이 어느새 그들의 마음에 자부심과 긍지를 심어줬다.
한국을 찾은 외국인들에게 언어의 길잡이가 되어주는 통역인협회 회원들. 그들의 역할은 단순한 통역을 넘어 세계인들의 마음과 마음을 잇는 연결고리가 되고 있다. 한국을 알리겠다는 열정으로 똘똘 뭉친 민간 외교관, 한국의 대표선수, 대전충남통역인협회 회원들을 만나봤다.
통역, 두려움 없애는 것이 급선무
대전충남통역인협회는 1990년에 정준채(86, 현 고문) 초대 회장을 주축으로 처음 발족했다.. 당시 대전 엑스포를 주최하기 위해 통역이 필요했던 대전시의 제안으로 만들어진 통역인협회는 대전에서 시작되어 충남까지 확대되었다.
1993년 ‘대전엑스포’를 시작으로 ‘세계과학기술도시연합 창립총회(WTA)’, ‘대전 사이언스 페스티발(2000)’, ‘세계 월드컵 축구대회(2002)’, ‘금산인삼축제(2006)’, ‘안면도 국제 꽃박람회(2009)’, ‘세계대백제전(2010)’, ‘세계시각장애인경기(2015)’, ‘인천아시안게임(2014)’ 등 대전과 충남을 비롯한 전국의 크고 작은 국제행사에서 통역봉사를 했다. 현재 회원 수는 80 여명으로 영어, 일어, 중국어, 독일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러시아어 등의 다양한 언어분야에서 전문통역인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수행하고 있다.
20대부터 70대까지 폭넓은 연령층이 활동 중이며, 50대가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95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정정하게 통역자원봉사자로써 활동 중인 한 창단멤버는 “통역 활동은 나의 건강 유지 비법”이라며 “통역봉사는 내 삶의 가장 큰 즐거움이다”고 젊게 사는 자신만의 노하우를 살짝 귀띔했다.
회원의 직업군은 교수나 교사 등 교육계 종사자들이 많다. 그 외에도 퇴역군인이나 공무원, 전문 통역사, 가정주부 등도 참여하고 있다. 통역이라는 분야가 일정 정도의 실력을 요구하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고학력의 전문 인력들이 모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군복무 때 통역병을 시작으로 전문 통역사의 길을 걸어 온 정준채 고문에게 통역을 잘할 수 있는 비결에 대해 묻자 “두려움이 없어야 한다”며 “외국어는 자신감이다. 잘하든 못하든 진심을 다해 말하면 반드시 상대방의 마음에 전해진다”고 훈훈한 미소를 보냈다.
단순 봉사 아닌 진행요원 대우 절실
대전충남통역인협회(김낙중 회장)는 올 가을 대전·충남에서 개최되는 굵직한 국제대회 준비로 분주하다. 9월 13일부터 20일까지 대전무역전시관에서 열리는 ‘세계양봉대회’와 매년 10월 초에 개최되는 ‘지상군페스티발’, ‘국제기타페스티발’에도 통역봉사를 할 예정이다.
김 회장은 “통역봉사는 사명감과 책임감 없이는 불가능하다. 시간뿐 아니라 비용적인 측면에도 희생이 따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에 모인 회원들은 외국어로 대화를 하고픈 욕구가 많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며 “회원들의 열정과 능력을 발산할 국제행사의 기회가 대전지역에 많지 않다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게다가 최근에는 통역 요원을 파견이 아닌 면접방식으로 선발하면서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다. 그만큼 통역 봉사에 참여할 기회가 점점 좁아지는 셈이다”고 안타까워했다.
김경순 총무는 “통역자원봉사는 일반적인 자원봉사와는 업무 자체부터 차이가 난다. 그만큼 전문적인 지식을 요하는 분야라는 점을 인정해 주었으면 한다. 또한 통역봉사는 자원봉사와 달리 진행 요원의 성격이 강하다. 단순 봉사자가 아닌 전문인이라는 인식과 함께 그에 따른 처우개선도 이루어지기를 바란다”며 바람을 이야기하기도 했다.
통역인협회 회원들은 통역을 필요로 하는 외국인을 도와주고 감사하다는 인사를 받을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고 말한다. 남을 배려하기 위해 시작한 통역자원봉사 일이 어느새 그들의 생활에 즐거움과 활력소가 되고 있다는 사실을 통역인협회 회원이면 누구나 공감한다.
대전충남통역인협회 회원들은 자신들처럼 통역봉사를 통해 삶의 보람과 즐거움을 느끼고 싶은 유능한 인재가 많이 들어오기를 희망한다.
홍기숙 리포터 hongkisook6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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