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둘레산길 12구간을 걸으면 여러 모습의 대전을 볼 수 있다. 대전시가지가 발아래 펼쳐지는 장관을 선사하는가 하면 끝없이 이어지는 산봉우리들이 장쾌한 몸놀림으로 우리를 맞이한다. 대청호가 한눈에 들어오기도 하고 계절과 방향에 따라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6구간은 이렇듯 다양한 대전둘레산길 중에서도 색다른 멋을 내는 곳이다. 계족산 끝자락에서 만나는 금강 때문이다. 금강과 갑천변을 따라 걷는 5km가량은 대전둘레산길의 또 다른 재미다.
계족산 북쪽 끝자락에서 만나는 금강과 현도면 노산리 들녘. 지금까지의 지친 발걸음을 달래준다.
장동고개까지 고즈넉한 산길을 걷다
제월당 후곡공원에서 산행을 같이 할 일행들을 만났다. 통일의병 대전충청본부 회원들과 대전둘레산길 기획기사를 보고 같이 산행을 하고 싶다는 독자가 함께 했다.
6구간은 용화사 주차장에서 봉황마당을 거쳐 봉황정에 오르는 첫머리가 가장 힘들다. 계속되는 오르막에 땀이 쏟아진다. 숨이 차오른다. 출발하고 30여분 지났을까 봉황정이다. 봉황정에서는 대전시가지와 대전둘레산길 12구간이 모두 눈에 들어온다.
잠시 땀을 들이고 장동고개를 향해 능선을 걷는다. 장동고개까지는 고즈넉한 산길이다. 능선을 따라 힘들이지 않고 오르락내리락 하다보면 임도를 거쳐 장동고개에 닿는다. 이 길은 왼쪽으로 고층아파트 단지를 비롯한 대전시가지가 펼쳐지고 오른쪽으로는 깊은 산골에나 있을 법한 산디마을이 정겹다. 산 정상을 감싸고 있는 계족산성을 바라보는 것도 든든하다.
봉황정에서 장동고개까지는 고즈넉한 능선이 이어진다. 한껏 여유를 만끽할 수 있다.
계족산 끝자락에서 금강을 만나다
장동고개에서는 도로를 건너야 한다. 여기부터는 오가는 사람이 드물어 길이 수풀에 뒤덮인 곳이 곳곳에 있었다. 금강을 만나기까지 제법 긴 길을 걸어야 한다. 시간도 시간이지만 이정표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아 길을 헤매는 일이 종종 있는 구간이다. 특히 초행이고 혼자 하는 길이라면 바짝 신경 써야 한다.
6구간은 전체적으로 이정표가 문제다. 다른 구간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여러 번 지적되는 문제인데도 쉽게 개선되지 않는 이유가 궁금하다.
능선을 감싸고 있는 군부대 철책을 피해 철도차량정비창 옆길로 접어든다. 예전에는 정비창 바로 옆길로 가야했는데 길이 좀 바뀌었다. 마을을 통과하지 않고 산길로 에둘러 갈 수 있도록 길이 새로 정비돼 있었다.
정비창을 지나 다시 산길을 만난다. 고갯길에 닿기 전 올망졸망 놓여 있던 물레방아와 나무 물길이 흔적만 남았다. 지루한 발길을 다독이던 곳이었는데 아쉽다. 옆으로 농사짓던 밭도 묵었다. 1년여 안 오는 동안의 변화라면 변화다. 고갯마루 정자에는 누군가 가져다 놓은 부채 10여개가 일행을 반겼다. 손때 묻은 정성이 지친 걸음을 시원하게 했다.
신탄진 정수장에서 다시 한 번 도로를 건넌다. 이제 지척에 금강이 기다린다.
6구간 마지막은 5km정도 금강변을 걷는다. 대전둘레산길에 맛보는 색다른 재미다.
금강을 따라 걷다
산자락의 끝에서 만나는 금강은 이제까지의 피곤을 날리기에 충분하다. 굽이굽이 흐르는 강줄기 너머로 충북 청원군 현도면 노산리 들녘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한참동안 바라보다 발길을 재촉했다.
이제는 금강을 따라 걷는다. 왼쪽으로는 고층 아파트와 공단지역의 공장들이 줄을 잇지만 곳곳에 아름다운 습지를 간직하고 있다. 산길을 걷다 강변을 걷는 재미가 쏠쏠하다. 불무교가 눈에 들어올 때쯤 갑천과 금강의 합수점을 만난다. 대둔산에서 흘러 온 갑천은 대전의 젖줄인 대전천, 유등천과 만나 덩치를 키우고 여기서 금강에 몸을 맡긴다.
갑천변을 잠시 걷다 불무교를 건너면 봉산동 버스종점이다. 길 너머로 7구간 시작점이 손짓한다. 3월, 보문산에서 시작한 발길이 어느덧 절반을 지나 대전의 북쪽에 다다랐다. 이제 대전의 북쪽과 서쪽을 걸을 차례다.
글·사진 윤덕중 dayoon@naeil.com
금강과 갑천 합류점. 왼쪽이 갑천이다. 대둔산에서 흘러 온 갑천은 여기서 금강을 몸을 맡긴다,
- 6구간 : 용화사 주차장-계족산 봉황정-임도-장동고개-대전철도차량정비창 옆길-신탄진정수장-신흥선원-현도교-금강합류점-불무교-봉산동(구즉) 버스종점(13.5km)
- 교통편(출발점) 버스 311, 611, 614, 701, 711, 급행 2번 / 읍내동 현대아파트 하차(용화사 주차장 5분 거리)
- 교통편(도착점) 버스 73, 301, 802, 급행 2번 / 봉산동(구즉) 버스종점
대전둘레산길을 걷다! Walking in the Daejeon!
한밭벌 둘러싼 12구간 명품 트레킹 코스, 330리를 잇다
대전은 산으로 둘러싸인 도시다. 대전의 상징인 보문산을 시작으로 만인산 식장산 계족산 금병산 갑하산 도덕봉 빈계산 구봉산 등이 아늑하게 대전을 감싸고 있다.
10여 년 전 대전의 산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 이 산길을 이었다. 대전둘레산길이다. 대전시민들이 직접 만들고 가꾼 소중한 길이다.
대전둘레산길은 330리(133km)에 걸쳐 예부터 들이 넓고 커서 ‘한밭’이라 불린 대전을 굽어보고 있다. 이 길을 12구간으로 나눴다. 한 구간은 하루 등산에 알맞은 9~13km이다. 각 구간은 등산 시간이나 방향에 따라 계절별로 늘 새로운 풍경을 만들어 내며 등산객을 맞이한다.
대전세종 내일신문은 지난 3월 1구간을 시작으로 내년 2월까지 매달 한 구간씩 대전둘레산길 12구간 걷기 ‘대전둘레산길을 걷다! Walking in the Daejeon!’ 시리즈를 하고 있다.
6구간은 8월 22일(토) 걸었다. 여섯 번째 둘레산길 산행이다. 용화사 주차장에서 봉황정을 오르며 시작했다. 평탄한 산길을 지나 금강길을 걸으며 구간을 마무리했다. 이번 산행도 통일의병 대전충청본부가 함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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