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의료복합단지, 박근혜정부의 ‘미운오리새끼’
걸음마단계 ‘첨복재단’에 재정자립요구 ·중앙부처 컨트롤타워 부재 업무혼선
이명박 정부의 대형 국책사업으로 추진됐던 첨단의료복합단지사업이 박근혜정부 출범후 홀대를 받고 있다. 전액 국비로 지원하기로 했던 당초 계획은 오간데 없고 국비지원율이 50%수준에 그쳐 예산확보에 허겁지겁하고 있다. 주무 중앙부처의 전담조직도 해체됐다. 주요핵심사업이 3개부처에 분산돼 있으나 이를 통합관리할 컨트롤 타워 기능을 수행할 기구나 조직이 없어 부처간 혼선이 빚어지는 등 첨단의료복합단지사업이 출범 5년만에 사업추진에 노란불이 켜졌다.
첨단의료복합단지는 의료연구개발의 활성화와 연구 성과의 상품화를 촉진하기 위해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이 지정·고시하는 단지로, 이명박 정부가 2038년까지 5조6000억원의 국비를 투입해 첨단신약, 의료기기 등 국내 의료산업을 글로벌 경쟁력 강화의 핵심산업으로 육성하는 국책사업이다.
2009년 8월 제5차 첨단의료복합단지위원회를 열어 ''대구ㆍ경북 신서혁신도시''와 ''충북 오송생명과학단지''에 첨단의료복합단지를 각각 조성하기로 최종 심의·확정했다. 이에 따라 2010년 12월 대구와 충북에 첨단의료산업진흥 재단법인을 출범해 2013년 12월까지 신약개발지원센터, 커뮤니케이션센터 등을 준공했다.
◆박근혜정부, 첨단의료산업 육성에 발뺀다(?) = 인프라 구축이 완료되면서 기업입주도 본격적으로 이뤄지고 있고 내년부터 연구개발과 인허가, 사업화 등 원스톱 기업지원을 통해 실질적인 성과를 도출하기 위한 사업이 본격 추진돼야할 상황이다. 대구지역에는 현재 92개 기업이, 오송지역에는 77개 기업이 각각 입주계약을 체결했고 대구의 단지 분양율은 38%, 오송은 36%에 각각 달했다.
그러나 정부는 걸음마 단계인 첨복재단에 벌써부터 재정자립을 요구하며 국비 예산지원 비율을 축소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 임기 마지막해인 지난 2012년부터 정부예산 반영비율은 50%에서 60%대로 떨어졌다.
대구시 관계자는 “국가미래성장 동력으로 육성하겠다는 의료산업의 핵심사업인 첨복단지사업이 정부의 무관심속에 방치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유승민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도 최근 대구시와 가진 당정협의회에서 “연구개발비의 성과는 단기간에 나오는 것이 아닌데도 첨복단지의 국비예산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며 “전 정부의 국책사업을 다음 정부가 신경 안쓰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대구시와 새누리당은 박근혜정부 들어 첨단의료복합단지 사업이 지지부진하다는 지적이 나오자 지난 2013년 8월 새누리당 지휘부가 총출동한 가운데 대구경북첨복단지에서 현장최고위원회의를 개최하고 차질없는 정부지원을 촉구하기도 했다. 당시 주호영 새누리당 대구시당 위원장은 “2012년 대통령선거 당시 새누리당 지역공약실천특위가 대구의 1순위 지역공약으로 국가 첨단의료허브 구축을 꼽았는데 정부지원 부족으로 지지부진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중앙부처간 업무 분산 예산확보난 ·사업추진 혼선 부추겨 = 거버넌스(협치)문제해결도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현재 첨단의료복합단지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조성사업단’을 해제하고 보건산업진흥과 직원 2명이 첨복단지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또 첨단의료복함단지의 핵심사업 가운데 신약개발지원센터는 미래창조과학부, 첨단의료기기개발은 산업통상자원부, 임상동물 및 임상시험신약개발은 보건복지부 등이 각각 맡고 있어 예산확보는 물론 부처간 업무협의도 제대로 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실례로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에 파견되는 전략본부장은 3개부처간 협의가 되지 않아 지난 4월부터 공석으로 남아있다.
대구시와 충북도 관계자는 “첨단의료복합단지 사업의 거버넌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보건복지부내 조직을 사업단이나 과단위조직으로 강화하거나 첨복위원회 위원장인 총리실이 컨트롤 타원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세호 기자 seh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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